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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장애여성이 산다
[인터뷰]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대표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7.04.1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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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 차별은 여전하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할 학생을 뽑을 때 조건에 '용모 단정'이나 '힘센 남성만 지원 가능'이라고 쓴 경우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 차별은 고용뿐 아니라 서비스 영역에서도 발생한다. 지난해 한 의류 매장은 전동 휠체어 탄 장애인을 매장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았다. 위험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 한 유명 음식점은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예약조차 받지 않았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을 제정한 뒤 공공기관의 장애인 접근성은 용이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많지 않다. 명절 때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승차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 또한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알려졌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러 사례에서 보듯 장애인이 차별 없이 비장애인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고, 장애인을 향한 사회 인식이 바뀐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 법에는 강제성이 없다. 현실에서 장애인 차별이 발생하면 피해를 당한 사람은 이 법에 의거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다면 어떻게 될까.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안을 조사·판단해 결과에 따라 화해·조정 혹은 피해 보상 정도에 따라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정도다.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대표를 4월 17일 서울 천호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뉴스앤조이 현선

장애인차별금지법만으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 차별 인식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 보는 단체들이 있다. 장애여성공감(배복주 대표)도 그중 하나다. 장애여성공감은 올해 3월 결성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개별법으로 지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넘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동의한다. <뉴스앤조이>는 17일 서울 천호동 장애여성공감 사무실에서 배복주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소수자와 연대하는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여성의 경험을 드러내기 위해 독립적인 자조 모임으로 1998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중증 장애여성 3명이 독립해 살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사는 곳에서 모임을 시작했다.

장애여성공감은 20년 동안 다방면에서 활동해 왔다. 한국 사회에 처한 문제를, 장애여성의 경험과 관점을 바탕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며 성폭력 피해 장애여성들을 상담하며 지원해 왔고,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에서는 장애여성이 독립해 사는 데 필요한 정보, 독립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장애여성 교육에도 앞장선다. 장애여성공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발달장애인·신체장애인이다. 매해 장애여성 학교를 개설해 각종 교육에서 배제된 장애여성과 함께한다. 한글반, 연극반, 합창반, 미술반, 인권반 등을 만들어 관심 있는 것들을 배우고 학습하도록 돕는다. 배복주 대표는 "장애여성이 한국 사회 주체적인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육과 일자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장애여성이다"는 장애여성공감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슬로건이다. 한국 사회에도 장애여성이 오늘날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다양한 활동으로 알리고 있다. 또한 이 슬로건은 장애여성은 장애를 가진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를 지닌다.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여성'이라는 말이 이중 차별이 아닌 교차성을 가진 정체성인 것처럼, 차별의 교차 지점을 찾기 위해 연대한다. 배복주 대표는 "장애여성이 겪는 모든 문제가 다른 정체성과 연결돼 있고 교차돼 있다. 장애여성은 살아가면서 굉장히 많은 경험을 한다. 어떨 때는 여성으로, 어떨 때는 장애인으로 딱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삶 자체에서 여러 차별 요소와 동시에 만난다. 이런 요소는 사회적 문제로 같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여성공감은 올해 3월 차별금지법 제정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런 차별은 안 된다"
설명해 주는 법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처럼 개별법을 만들어 차별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란이 되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명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매달리기보다 '청소년차별금지법', '남녀차별금지법', '외국인차별금지법' 등을 만들면 사유별로 차별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0년을 지켜본 배복주 대표에게 의견을 물었다.

"물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전후가 다르긴 하다. 이 법안이 제정된 이후 공공기관은 분명히 변했다. 장애인을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거부·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공공기관에서는 비록 1시간이지만 장애인 인권 의무 교육도 시행한다. 하지만 시민 인식이 얼마나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법의 실효성을 알고 있는 대중이 과연 몇이나 될까.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가 차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명시하고 있다. 차별하면 안 되는 19가지 이유를 설명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이미 있다고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그 법에는 강제 혹은 시행 관련 조항이 없다. 차별이 발생해도 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 직접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제재할 수 있는지 명시한다. 차별이 발생했을 경우 이 차별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인가 설명한다. 이 법을 제정하면 우리 사회가 차별을 어떻게 인식하고, 사람들이 왜 차별 사유 하나하나에 민감해야 하는지 인식할 수 있다고 본다.

개별법으로 제정했을 때, 차별 사유가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노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한다고 가정해 보자. 여성이면서 노인이 차별받을 경우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할지 애매하다. 특정 그룹 사람을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 사람들을 배제하는 법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여성이면서 장애인인데 성소수자인 사람은 어떤 법에 호소해야 할까. 사람은 한 가지 정체성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한국 사회가 차별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사람들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시하고 있는 법이라는 설명이다. 배 대표는 개별 사유로 법을 만들지 말자는 게 아니라, 우산 역할을 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사회가 "이런 사유로 차별하지 말자"고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배복주 대표는 2005년 반차별공동행동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써 왔다. 뉴스앤조이 현선

보수 개신교계는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만 빼면 당장이라도 동의할 것처럼 얘기한다. 2007년 법무부가 처음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을 때도 그랬다. 그러나 배복주 대표는 위 두 가지 사유를 빼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봤다.

"왜 그것이 차별 사유가 아닌가. 차별금지법 차별 사유에서 두 가지를 뺀다면 그들이 계속 차별받게 놓아두자는 거다.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 법 외에 성소수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이 한국에서는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법도 명시 조항이지 강제할 수 있는 시행 조치가 없다. 차별이 발생해도 구제할 수 있는 법이 한국에는 없다."

'정상성' 도전 위해
우리는 싸운다

장애여성공감은 '정상성에 도전하는 장애여성'을 단체 모토로 삼고 있다. 비장애가 '정상', 장애를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사회에 도전하고 있다. 배복주 대표는 "소아마비 장애인인 나는 양쪽 다리를 전다. 영구적이다. 나를 비장애인으로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나는 계속 비주류, 비정상을 말하면서 정상의 틀을 깬다. 그들이 말하는 '정상'의 범주에 도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산적해 있는 장애인 관련 문제도 '정상성'의 기준에 질문하는 관점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애여성공감 창립 멤버 배복주 대표는 2005년 반차별공동행동 활동을 하며 보수 개신교가 어떻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무산시키는지 똑똑히 봤다. 그는 그 현상을 보며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이 뭔지 생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종교가 공기나 물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공기처럼 편안하지만 누군가를 억압하지 않고, 꼭 필요한데 괴롭히지 않는. 물처럼 유연하고 형체 없는 것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개인에게는 해방감을 주는 신앙 아닌가.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데 종교가 있으면 가능하더라. 내가 뭘 잘못했고 어디로 가야 할 지 길을 보여 주는 게 종교라 생각한다. 사람에게 돌 던지고 욕하고 혐오하는 대신 사회적으로 손가락질받는 사람을 품는 게 종교의 역할이 아닐까."

장애여성공감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뉴스앤조이 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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