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현선 기자]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기 영성 수련회가 취소됐다. 원래 수련회는 2월 28일과 3월 2일 이틀에 걸쳐 진행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28일 윤 아무개 감독의 설교가 구설에 오르면서 2일 수련회는 취소됐다. 

감신대 경건처는 이날 오전 8시 50분경, 신입생 및 재학생에게 오전 10시에 예정된 영성 집회를 취소하고 정상 수업을 한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학교는 오후 채플까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으나, 일정 재공지 후 오후 1시 채플을 진행했다. 채플 시작 전 이환진 총장직무대행 이름으로 전교생에게 사과 문자가 발송됐다.

채플 시작 30분 전부터 감리교신학대학교 여성신학회 WOM, 총대학원 여학생회 새파란, 빈민 운동 동아리 도빈, 장애 인권 운동 동아리 반디, 사회 선교 동아리 예수더하기는 여성 및 장애인 혐오 발언을 규탄하는 침묵 시위를 진행했다. 신학과 류일환 씨(27)는 채플 도중에도 성가대석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이환진 직무대행은 설교 전 다시 한 번 짤막하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먼저 마음의 상처를 받은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모든 것은 우리 기도의 부족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용서하시고 상처받으신 분들의 마음이 평안해지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

학교는 이번 일을 계기로 후속 조치 방안을 여러 가지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감신대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환진 직무대행이 학교 구성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는 성명을 냈다. 직무대행이기는 하지만 재직하는 동안은 재발 방지를 위해 질 수 있는 책임은 다 지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신대는 이번 봄 학기와 가을 학기,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차후 채플 강사를 선정할 때는 학생들 입장을 고려할 것이다. 또한 여성 목회자 설교 비중을 높이고, 사회적 이슈와 관련한 발언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강사들에게 사전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감신대여성신학회 WOM이 3월 1일 발표한 성명 전문.

우리는 혐오 발언에 "아멘" 할 수 없습니다
- 채플 혐오 발언 반대 시위를 앞두고

역사적으로 성서는 억압의 도구가 되기도, 해방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성서는 시대에 따라 노예제를 찬성하거나, 여성을 억압하는 권력자들의 도구로 호출됐다. 지금도 여성 안수를 금지하거나 어떤 권력을 위해 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다른 한편에서 성서는 자유와 해방의 원동력이었다. 노예제도, 빈곤, 성차별주의가 하나님의 뜻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가 되었다. 슬프게도 지금 이때에 한국교회가 성서를 억눌린 자들을 위한 해방의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지는 철저한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2017년 봄 학기 영성 채플에서 있었던 혐오 발언들은 한국교회와 감리교단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그날의 설교는 지금도 어느 강대상에서 반복되고 있는, 이상할 것 없는 설교다. 신학이 필요 없다고, 대형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성공해야 한다고, 성서에서의 여성들은 음란에 빠지게 하는 장본인이라고 하며 말이다.

만일 우리가 억압적이고 차별적인 성서 해석에 아멘이라고 대답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하나님으로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가부장적이며 남성 중심적인 설교, 일말의 혐오가 포함된 모든 설교는 이제 수정되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더 이상 그런 설교에 아멘 할 수 없다.

우리는 가부장적 문화의 산물로서 남성 위주의 언어로 표현된 성서가 과연 성스러운 경전이 될 수 있는지, 만일 그렇다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물어야 한다. 설교는 모든 이들을 위한 설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돌이 아니라 빵이 되게 하는, 바로 그것이 설교의 이유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강대상 위에서 저지르고 있는 참상을 직시해야 한다. 교회가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되어 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한국교회의 강대상에서 쏟아져 나오는 혐오 발언을 아멘으로 승인할 수 없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이 돌이 아니라 빵이라는 것을 믿는다. 따라서 강대상 위에서의 모든 혐오 발언에 반대한다. 이것이 우리가 시위하는 이유이자 우리의 신앙고백이다.

2017년 3월 1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여성신학회 WOM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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