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우리는 너희 맑고 밝은 영혼들이
춥고 어두운 물속에 갇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밤마다 별들이 우릴 찾아와 속삭이지 않느냐
몰랐더냐고 진실로 몰랐더냐고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이토록 허술했다는 걸
우리가 만들어 온 세상이 이토록 바르지 못했다는 걸
우리가 꿈꾸어 온 세상이 이토록 거짓으로 차 있었다는 걸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1,000일 추모 음악회에 참석한 신경림 시인이 자신의 시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를 낭독했다. 시인은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우리 사회 거짓과 적폐를 반성하며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1월 9일, 참사가 일어난 지 1,000일째 되는 날. 세월호 가족들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추모 음악회를 열었다. 음악회는 시민 2,000여 명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제종길 안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0일째 되는 날.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는 세월호 추모 음악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음악회를 시작하며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1,000일 동안 진상 규명을 위해 함께해 준 국민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세월호 가족들은 국민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이 됐습니다. 우리는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국민들은 천 일 동안 노란 리본을 만들어 서로의 징표로 삼으며 전국으로 세계로 퍼뜨려 나갔습니다. 진상 규명과 인양을 그토록 집요하게 방해하고 농단을 부린 권력자의 직무가 정지되던 탄핵소추안 가결이 이루어지던 날, 우리 세월호 가족들은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진상 규명의 시작임을, 아직도 9명의 국민이 세월호와 함께 저 차디찬 진도 앞바다에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맞이한 1,000일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슬픔의 날이 아니라 진실을 밝혀나갈 수 있음을 확신하는 다짐의 날입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습니다. 우리 세월호 가족들은 국민과 손 맞잡고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음악회는 박혜진 아나운서 사회로 진행됐다. 416합창단, 가수 정태춘, 권진원, 옥상달빛, 노래패 우리나라, 전인권밴드,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3시간 동안 공연을 선보였다.

가수들은 저마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 위에 올랐다. 곡을 마칠 때마다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정태춘은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고 오랫동안 힘겨운 진실 규명의 싸움이 이어졌다. 이제 그 진실 규명에 한걸음 나아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함께했던 모든 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권진원도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다. 반드시 모든 것들이 바로잡힐 것이다. 그날까지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 꽃처럼 너무나 어여쁜 아이들 생각하며 노래하겠다.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옥상달빛 김윤주는 이전 어느 공연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난 경험을 소개했다. "그때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몰라 말없이 안아 주었다. 오늘도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잘 떠오르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이 돌아올 때까지, 빨리 그 시간이 단축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 그리고 잊지 않겠다.“

가수 전인권은 우리를 용서해 달라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벌써 1,000일이 됐다. 우리를 용서해 달라. 국민을 용서해 달라. 우리가 여러분의 든든한 친구가 되겠다"는 말을 남겼다. 전인권은 유가족들에게 바다도 보고 산도 보라며 '아름다운 강산+미인', '걱정 말아요, 그대'를 연달아 불렀다.

공연은 세 시간 동안 진행됐다. 관객들은 울다 웃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관객들은 공연을 보며 울다 웃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416합창단이 나와 '우리가 너희의 엄마다, 우리가 너희의 아빠다'를 부를 때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흥겨운 노래를 따라부르다가도, 아이들의 모습과 그동안의 싸움이 담긴 영상이 나오면 다시 눈물 바다가 됐다.

박혜진 아나운서는 "우리가 비록 이 암흑 같은 대한민국을 마주하고 있지만,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음을 믿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어야 할지 알지 못한다. 그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지 감히 예상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지난 겨울 광장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그 기적과 감격을 경험했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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