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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제 찬양으로 기억하는 성탄의 참뜻
낮은 곳 임하신 예수님 기억한 '은혜와정의' 성탄 기도회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12.21 17:51

12월 20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에서 열린 떼제 성탄 기도회에 5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성탄절을 맞이하는 교회에서 자주 사용하는 성탄 메시지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한국교회 대부분은 화려한 트리와 함께 '기쁜 소식'을 전한다. 교회에서 성탄절이란 주일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발표회를 보고 선물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다.

떠들썩한 성탄절 대신 엄숙한 분위기에서 성탄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모였다. 12월 20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에 떼제(Taizé) 찬양을 부르는 성탄 기도회가 열렸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떼제 기도 모임 '은혜와정의'가 주최한 기도회에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50여 명이 참석했다.

떼제 찬양은 한국교회에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교회 찬양 문화에 익숙한 기독교인에게 떼제 찬양은 낯설다. 종종 '가톨릭 같다', '이단이다'라는 지적도 받는다.

프랑스 중부 지방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 떼제. 1940년대 개신교 수도사 로제(Roger) 수사는 이 마을에 정착해 청년들과 함께 기도 모임을 시작했고, 이는 개신교 수도 공동체로 발전했다. 매일 세 차례 열리는 공동 기도 모임에 부르는 떼제 찬양은 짧은 가사를 붙인 간단한 곡을 부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떼제 기도회에는 설교가 없다. 성경 말씀을 읽고, 짧은 떼제 찬양을 여러 곡 반복해서 부른다. 읽은 말씀을 묵상하며 깊은 침묵 기도로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기도회마다 전 세계 고난받는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함께 기도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뒤, 프랑스 떼제에서는 세월호를 직접 언급하며 희생자와 그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초를 환히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탄 기도회는 시작한 지 두 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세월호 희생자 창현 엄마 최순화 씨 발언을 시작으로 사회 각계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 성찬식 순으로 진행됐다.

기독교인이며 교회 집사인 최순화 씨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성탄절은 큰 의미가 없다는 말로 입을 뗐다. 그는 "지금 교회에서는 예수님이 왜 천한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는지 알려 주지 않는다. 머리로는 예수님이 낮은 모습으로 오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를 맞이하는 교회 모습은 천한 것과 거리가 있다. 지금 예수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계시냐 묻는다면 나는 바닷속 깊은 곳 세월호에 있는 9명과 함께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예수님이 왜 낮고 천한 곳으로 오셨는지 의미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기도회는 황푸하 씨(장신대 신대원)가 인도하는 찬양에 맞춰 진행됐다.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민과 연대한 옥바라지선교센터 소속 신학생들이 생명·소망·정의·사랑의 초에 불을 붙였다.

사회에서 '약자'라고 불리는 이들을 위한 기도도 드렸다. 30분에 걸쳐 13명이 나와 기도문을 읽었다. 가난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핍박받고 있는 성소수자를 위해, 노숙인·철거민·해고 노동자를 위해 기도하는 목소리가 차례로 울려 퍼졌다. 다음은 각 기도문 전문이다.

교회를 위한 기도 (유한샘/약동하는서신인)

주님! 오늘 이렇게 '은혜와정의'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형상들이 하나의 교회를 이루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주님! 스스로를 당신의 몸이라 여기는 수많은 시멘트와 벽돌들이 있지만 육신을 입고 오신 당신의 몸은 시멘트도 벽돌도 아닌 우리 '육신'임을 고백합니다. 당신은 가시관을 쓰시고, 두 손에는 못 자국이 선명하지만 저들은 금관을 쓰고, 너무도 깨끗한 겉모습을 자랑합니다. 주님! 이제는 우리를 교회로 부르셨으니 우리 몸에 당신과 닮은 상처를 떠안게 하시고 가시관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하소서. 우리의 눈은 당신이 지나가신 십자가의 길에 두게 하시고, 우리의 두 팔은 당신이 어울리셨던 이들과 어깨동무하게 하소서. 주님! 당신께서 계시는 곳에서 우리도 함께 먹고 마시게 하소서. 주님! 당신께서 우리의 눈을 띄워 주셔서 비로소 볼 수 있었던 우리의 현실과 그 속에서 함께 고난받은 이웃들을 봅니다. 당신의 몸인 우리가 외면하지 않게 하시고, 애써 눈을 감지 않는 용기와 가난함을 허락하소서.

 

여성을 위한 기도 (백인하/장신대 성정의연대)

만물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 모든 존재가 소생하고 약동하는 당신의 자궁 안에 뿌리내리고 있는 우리는 하나님 당신께서 주시는 자유와 열정과 기쁨의 영을 양분으로 먹으며 매일을 감사로 살아갑니다. 옹기종기 아웅다웅 온갖 생명의 목소리로 가득 찬 이 땅을 섬기기 위해 지음받은 아담과 하와는, 온 세상을 품고 낳고 기르는 하나님 당신의 삶을 보여 주는 서로의 거울입니다. 그런데 여성이기 때문에 열등하다 여기고 배제시키고자 하는 가부장적인 위계질서를 만든 아담의 탐욕 때문에, 하와 안에 새겨진 하나님의 형상은 깨졌고 그 몸에 흐르던 생명의 젖줄은 말라 버렸으며, 결국 아담은 하나님을 닮은 자신을 비춰 주던 거울인 하와를 잃어버렸습니다. 오랜 가뭄으로 푸석하게 갈라진 논바닥 마냥 산산조각이 난 자신들의 모습을 외면한 채, 아담과 하와는 등을 돌리고 앉아 있습니다. 이들 사이에서 자라났던 생명의 나무는 앙상한 가지만을 남겨 둔 채 위태로이 서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픔과 슬픔에 함께하시기 위해 친히 몸을 입고 우리 가운데 오신 주님, 모든 작고 비천한 존재를 통해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 무한한 아름다움을 머금은 씨앗이 채 싹을 내기도 전에 그 숨을 앗아가 버리는 이 서슬 퍼런 차별의 상황 속에서도, 생명의 빛을 끝내 비춰 낼 수 있는 힘을 이 땅의 모든 억압받는 여성들과 이 자리에 있는 우리에게 부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하나님 당신께서 주신 이 땅에 저항의 싹을 틔우고 해방의 꽃을 피우며 정의의 열매를 맺어 평화의 숲을 이루게 하소서.

 

장애인을 위한 기도 (최건희/감신대 도시빈민선교회)

시설 제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의 정책 때문에 수많은 장애인들이 지역에서 함께 살지 못합니다. 시설에 갇힌 채 살고 있습니다. 가장 심하게 자본의 논리대로 운영되어지고 있습니다. 시설에 거주하는 존재들은 모두 숫자가 되고 맙니다. 숫자가 되고 나면 그 숫자만큼의 정부 지원금이 나오며 이는 대개 중간에서 운영비와 시설의 사리사욕으로 넘어갑니다. 그중 가장 심각하게 운영되는 곳은 음성 꽃동네로 당신의 아들 오웅진 신부가 시설장으로 있기도 합니다. 지역에서 배제된 채 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에게 예수님의 얼굴은 통제와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잔악한 모습입니다. 주님, 산속 시설에 갇혀 있는 장애인들의 삶은 성폭력과 노동 착취, 인권유린과 폭행, 심하게는 사망에 이르기까지 온갖 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옅어지는 생명의 빛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끌어당기고 있으며,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이 행하는 실천들은 비장애인들을 가르치며 많은 변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장애인들이 차별과 억압을 끊어 내고자 하는 투쟁 속에서 함께하실 예수님을 느낍니다. 동정과 시혜를 가장해 장애인들을 배제하는 시설 제도와 비장애인 중심적 지역사회에서는 장애인들과 함께하시는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주님은 그들의 투쟁 속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계셨을 것입니다.

 

성소수자를 위한 기도 (동윤진/섬돌향린교회)

주님,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모습으로,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할 수 없이 죽어 갔던,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2003년 4월 우리의 곁을 떠나간 육우당을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10년이 지난 2013년에서야 우리는 그를 추모하는 기도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조차 육우당의 사진이 들어간 순서지를 다 회수해야만 했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는 그의 아웃팅을 걱정해야만 했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재작년에서야 그를 본명으로 부를 수 있었습니다. 2013년 12월 24일 또 다른 한 성소수자가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기독교인이었던 그 사람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교회로부터 버림받고, 전환 치료를 당할 뻔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쫓아낸 교회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던 그 사람은 그렇게 크리스마스이브에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제1회 육우당 추모 기도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한 활동가의 눈물 젖은 말, 우리는 단 한 번도 성소수자 단체의 이름으로 부조를 했던 적이 없었다는 그 말을 기억합니다. 주님, 매년 육우당 추모 기도회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늘어납니다. 그래도 이름이라도 기억되는 이들의 죽음은 얼마나 축복인지요. 심지어 트랜스 젠더들은 참된 자신의 모습으로, 참된 자신의 성별로 죽지도 못합니다. 죽음조차도 불평등한 사람들이 이 땅에 있습니다. 주님, 이 슬픔 많은 세상에서, 이 죽음이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오심이 참된 기쁨이 되도록, 이 땅에서 이름을 밝힐 수도 없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전환 치료와 탈동성애 운동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존재와 사랑을 지켜 나가고 있는 모든 성소수자들을 위하여,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이들을 위하여 당신의 탄생을 기다립니다. 더 이상 우리에게 장례식장에 가는 것이, 영정 사진을 보는 것이, 누군가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삶과 죽음이 불평등한 세상이 사라지기를 소망하며, 기도드립니다. 아멘.

 

가난을 위한 기도 (장운영/장신대신용금고)

하나님,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이 시대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가난한 이들의 하나님. 하나님은 부족하고 모자라고 결핍이 있는 곳으로 이 세계를 창조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모두가 함께 누리라고 주신 풍요로운 이 땅이 원래부터 제 것인 마냥 거짓으로 주인 행세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상위 1%가 전 국토의 50%를 점거하고 있는 불의한 현실을 하나님께 고발합니다. 또한 가계부채가 1,000조를 돌파하고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사내 보유금을 움켜쥐고 투자하지 않는 기업들. 높은 예대 마진으로 자산을 불리고 고액 연봉으로 제 배 불리기에 바쁜 약탈적 금융권과 그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정부 관료들. 침묵하는 정치인들을 주님의 심판대에 세웁니다. 공의로우신 재판관이신 하나님, 그들을 벌하여 주십시오. 가난이 무엇인지 아시는 하나님. 가난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현실입니다. 가난은 하고 싶은 학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과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난은 크리스마스캐럴을 들을 여유가 없다는 것과 쇼윈도 뒤에 수많은 상품을 모른척하고 지나쳐야 한다는 것, 회비가 있는 송년회와 회식 자리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난은 편의점 김밥과 컵라면, 햇반으로 끼니를 때우고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 아이를 출산하고도 산후조리원에서 몸을 보살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당신이 이천 년 전, 가장 춥고 배고픈 땅에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오셨음에 감사합니다. 우리의 가난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우리는 가난함에도 살아갈 힘과 위로를 얻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도 가난한 이웃과 가난한 자리를 기쁨으로 끌어안겠습니다. 가난을 통해서 우리를 만나 주시는 하나님. 많은 사람들이 가난은 숙명이고 저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 이상 가난은 숙명도 저주도 아닙니다. 예수를 진정으로 믿고 따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난은 우리에게 주신 구원의 도구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사정을 돌아보고 더욱 사랑하라고 주신 선물입니다. 이 사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땅과 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제도적 희년이 이 땅에 이루어지기 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제도적 희년만 무작정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그보다 먼저 우리가 가진 돈과 시간을 우리보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내어놓는 일상의 희년을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하나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과 같이 오늘 이 땅에서 성취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도 (김영명/안산 합동 분향소 목요 기도회)

하나님,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도를 하려 한다지만 당신은 그 기도를 들어주신 적 없으시지요. 여기에 전쟁이 그치면, 전쟁의 포화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도하려 합니다. 이 나라의 남과 북이 서로 겨누는 총부리를 거두고, 철조망을 걷어 내는 날이 오게 해 주십시오. 전쟁의 상처로 삶이 망가진 사람들을 위로해 주십시오.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위로하시고,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이 나라와 일본의 정부를 심판해 주십시오. 2016년 12월, 전쟁으로 고통받는 곳이 여전히 많습니다. 시리아의 알레포를 기억해 주십시오. 그들에게 희망을 주십시오. 알레포의 사람들이 죽어 가는 데도 여전히 자기 나라의 이익을 가지고 다투는 러시아와 터키의 정부를 바로잡아 주십시오. 또한, 전쟁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무기를 팔아먹고, 더 큰 폭력으로 작은 폭력을 짓밟는 미 제국주의를 비롯한 이 세상의 제국주의의 망령이 사라지게 해 주십시오. 언젠가는 이 땅에 군대가 없어지고, 전쟁이 없어지고, 평화가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칼을 쳐서 낫을 만드는 세상,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않는 세상, 사자와 어린양이 함께 뛰노는 당신의 나라가 오리라는 이사야 예언자의 예언이 환상이 아니라 언젠간 이루어질 당신의 말씀이 되게 해 주십시오. 비록 그날이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날을 꿈꾸며 행동하게 해 주십시오. 로마의 평화 그 한 가운데에서, 가장 낮은 곳에 저항하며 탄생하신 당신의 생명의 힘이 우리를 이끌어 주십시오. 하나님, 여전히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한반도의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한 증오를 거두고, 철조망을 걷어 내는 날이 오게 하소서. 온 누리 가운데 여전히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 갑니다. 여전히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수많은 분쟁 지역들 가운데 평화를 주소서. 희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시리아에 평화를 주소서. 칼을 쳐서 낫을 만드는 세상,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않는 세상이 오게 하소서. 사자와 어린양이 함께 뛰노는 당신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이 세상의 모든 무기와 군대가 없어지고,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당신의 정의로운 세상이 오게 하소서. 비록 그러한 세상이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그날을 꿈꾸며 행동하게 하소서.

 

노숙인을 위한 기도 (김지만/장신대 암하아레츠)

은혜와 구원의 하나님, 오늘 밤도 거리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거리인들을 생각하며 이 시간에 기도합니다. 거리인들에게 겨울은 너무나도 가혹합니다. 거리에서 따뜻하게 지내보려 아무리 해도 이 추위는 도무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저 추위를 참고 견디며 이 고통스러운 겨울이 끝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굴레로부터 거리인들을 건져 내 주십시오. 주 당신의 은혜로 거리인들의 삶 가운데 따뜻함을 나타내 주십시오. 아기 예수가 말구유에 누이신 날이 다가옵니다. 예수 당신이 땅에 오심은 부유하고 배부른 자들을 위함이 아니라 가난하고 주린 자들을 위함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당시에 주께서 가난하고 주린 자들의 기쁜 소식이 되셨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거리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가난하고 주린 자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시기를 원합니다. 그보다 먼저 우리가 당신의 나라가 오는 것을 준비하기를 원합니다. 평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거리인들에게 주의 마음을 품기를 원합니다. 단순히 거리인들을 동정하는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 만족하게 하지 마시고 그들을 동등한 한 사람으로써 인정하게 하시고 그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권리들을 아까워하지 않으며 거리인들의 삶의 자리가 회복되는 일에 동참하게 해주십시오. 그럼으로써 당신의 나라를 준비하는 우리들이 되기를 원합니다.

 

철거민을 위한 기도 (이종건/옥바라지선교센터)

쫓겨난 이들과 함께하시는 주님.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위기에 놓인 사람들은 매일 아침이 두렵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깨면 그것은 이웃이 아닌 용역 깡패입니다. 평생 나와는 관계없으리라 여긴 공사장 포클레인 소리가 집 바로 앞에서 들리고 남들은 우리보고 알 박기라 말합니다. 사심 아니냐 묻습니다. 재개발의 폭력은 하루아침에 찾아왔지만 놀란 가슴 풀리기도 전에 세상은 외면합니다. 졸지에 쫓겨나게 되었는데도 세상은 법대로 하랍니다. 깡패가 집행하는 법이 정당하다고 인정합니다. 그들은 작지만 행복한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살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평범한 이들의 삶을 사랑하시는 주님, 쫓겨나는 이들과 함께하여 주시옵소서. 땅값 때문에 아들딸 키우며 삼십 년을 지낸 아현포차 거리를 철거한 욕심으로부터, 개발 논리 속에 역사와 삶이 하루아침에 공사판이 되어 버린 옥바라지 골목 앞의 폭력으로부터. 오늘도 텅 빈 하늘 지붕 삼아 밤을 지새우며 내 집으로 돌아가는 날을 꿈꾸는 사람들 마음에 스멀스멀 오르는 두려움으로부터 철거민들을 지켜 주시옵소서. 이 추운 나라의 크리스마스는 겨울입니다. 살을 에는 칼바람과 자본가들의 공격을 맨몸으로 이겨 내야 하는 철거민들의 거리 위로 작은 아기 예수여, 내려오소서.

 

해고 노동자를 위한 기도 (송기훈/영등포산업선교회)

부당하게 해고된 이 땅의 노동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평범하게 기타를 만들던 이들이 회사의 잠재적 이익이 안 된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쫓겨난 지 3,600일이 넘었습니다. 시멘트 공장에서 불법적인 고용을 당한 것도 모자라 해고 통보를 받고 길바닥에 나앉은 지 600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365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하지만 임금은 최저임금을 겨우 웃돌고 조금만 잘못해도 징벌 수준의 모멸감을 주는 기업에 생계를 의지해야 하는 현실을 살지만 이익의 극대화라는 이유로 오늘도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라 노트에 적힌 숫자로 변하여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워져 버립니다. 하나님 어디 계신가요? 뭉쳐진 지우개 밥처럼 삶의 자리에서 돌돌 말려 떨어져 나간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쪼그려 계신가요? 아니면 바람에 불어 날아가는 잿더미 같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셨는지요? 들판에서 아벨을 살해하고 묻어 버렸던 카인에게 나타나셨던 하느님, 네 아우가 어디 있느냐 물으시던 하나님, 땅에서 피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시는 하나님, 그 목소리를 잃은 자들의 목소리를 다시금 이 세상이 듣게 하소서. 부당하게 해고되어 묻힌 이들의 목소리가 되어 주세요. 지워져 버린 숫자들의 목소리가 되어 주세요 사람의 목소리가 되어 주세요. 무기력한 하나님, 지워져 버린 하나님,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생태를 위한 기도 (이돈희/오이코스)

눈이 내리는 겨울이 되었습니다. 따스한 함박눈이 되어 가장 가난한 마을까지 내려오시겠다는 예수님의 그 약속을 우리는 믿습니다. 만물의 창조자이신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목소리로 이 땅을 창조하시면서 당신의 목소리를 이 땅에 존재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곧 자연이 되었고, 준비가 마쳐지던 그때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이 하나님의 목소리를 파괴하고 귀를 닫아 버리는 비극 앞에서 서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연을 인간과 공존하는 존재로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은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인간이 자연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 순간,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인간은 신발을 신지 않으면 지구의 숨결이 담긴 흙조차도 발로 밟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자연 그대로를 담은 생명밥상은 건강식이라는 이름의 특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바닥은 흙색보다는 검정 아스팔트색이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우리의 주변에는 하나님께서 간절히 부르셨던 목소리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당신께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이 가진 생명의 아름다움으로 하나님나라를 기대하도록 하셨습니다. 모두가 무시하고 잊혀지더라도, 남아 있는 생명의 씨앗으로 여전히 기억하고 꿈꿀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작은 씨앗 하나가 큰 산을 다시 만드는 기적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어두운 이 땅에도 예수 그리스도라는 빛이 있음을 기억하도록 허락하셨습니다. 꿈꾸도록 허락하셨습니다. 이미 오셨고, 다시 오실 그분을 기다리는 생명의 기억을 우리에게 허락하셨습니다. 창조의 주관자여 이 땅을 회복시키소서.

 

탈핵을 위한 기도 (박희영/기독교환경운동연대)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 핵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생명들을 기억합니다. 이 시간에도 핵발전소에서 방류되고 있는 온배수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바다 생명 공동체를 기억합니다. 핵발전소 주변에서 방사능과 기타 오염물질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땅과 강, 그 안에 함께하는 생명 공동체를 기억합니다. 하나님, 우리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라는 엄청난 사고를 보았음에도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과 욕심으로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밀집도가 높은 핵발전소 단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단지 주변 주민들이 갑상선암과 삼중수소로 고통받아도, 전기를 도시로 편하게 옮기기 위해 밀양과 청도,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의 눈물과 생명을 담보로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하여도, 핵발전소의 원료인 우라늄을 채취하기 위해 가난한 나라의 마을 전체가 방사능에 오염되고 파괴되어도, 우리는 그들과 아무 상관도 없는 것처럼 살아왔습니다. 생명과 정의의 하나님, 우리의 잘못을 이 시간 고백합니다. 그들과 우리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편하고자 하는 욕심,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쓰고 싶은 욕심, 과학이라는 욕심 등등의 이름으로 그들을 희생시켰음을 고백합니다. 하나님, 더 이상 다른 생명을 희생시켜 우리의 이기심을 채우는 에너지가 아니라, 느리지만 천천히 하나님이 주시는 지속 가능한 햇빛, 바람을 이용해 에너지를 사용하기 원합니다. 하나님, 빠르게, 쉽게 가고 싶은 우리의 욕심을 돌이켜 천천히 함께, 누구도 희생되지 않는 생명과 평화, 에너지 정의의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하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동물을 위한 기도 (최유리/뉴스앤조이)

하나님, 며칠 전 기사 하나를 봤습니다. 이마트에서 뷰티 소라게를 판다는 거였습니다. 이들은 소라게 껍질에 형형색색 물감을 칠해 팔고 있었습니다. 게 껍질이 캔버스가 된 것 마냥 물감칠을 한 뒤 어느 박스에 수십 마리를 동시에 넣어 두었습니다. 몸집이 작은 게는 5,500원 좀 큰 게는 11,500원에 책정돼 있었습니다. 박스 안에 갇힌 게를 보는데 닭과 돼지, 개가 생각났습니다. 이들 역시 공장식 사육으로 길러져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습니다. 서로 공격하지 못하게 닭의 부리를 자르고, 달걀을 많이 낳게 하기 위해 인간이 작위적으로 불을 껐다 켭니다. 도축장으로 가기 전, 트럭에 올라타는 돼지는 인간에게 몇 차례 채찍질을 당합니다. 두려움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꾸물댄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사육되고 도축된 고기를 먹습니다. 하나님, 우리는 사회 약자의 소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려고 하지만, 정작 피라미드 사회에서 가장 약한 동물의 울부짖음은 듣지 않습니다. 이것들이 어떻게 우리 밥상에 오르는지 관심 갖지 않습니다. 바라는 것은, 동물이 인간을 위해 태어났다며 탐욕과 폭력성이 정당화되는 이 상황에서 우리가 목소리 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릇된 방식을 거부하게 도와주십시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모든 자가 동물에 무관심한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여러 동물 단체가 있고 지자체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12월 13일 성남시는 모란 개고기 시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 거대 규모였던 이곳에서 더 이상 도살, 보관, 전시를 하지 않게 됩니다. 하나님, 우리 안에 동물권을 위한 이런 일들이 더욱 많이 일어나게 하시고 동물이 인간과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세월호를 위한 기도 (김지웅/하나님의선교)

주님의 복되신 탄생을 기다리는 이 저녁에, 우리는 빈자리들을 발견합니다. 거기에는 응당 우리 곁에 있어야 할 이들이 없습니다. 조은화 님, 허다윤 님, 남현철 님, 박영인 님, 고창석 님, 양승진 님, 권혁규 님, 권재근 님, 이영숙 님이 이 땅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잠들어 있는지 알지만, 건지러 가지 못한 채 이렇게 마음만 졸이고 있습니다. '물살이 거셀까, 날이 흐릴까, 물때가 맞지 않으면 어쩌나' 하며 발이나 구릅니다. 주님, 우리를 도와주소서. 미수습자들을 바다에서 건져 다시 만나게 하소서. 우리를 서로에게 이끄소서. 아 주님, 우리는 세월호에 갇힌 이들이 구조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마땅히 책임 있게 나서야 했던 자들은 다 어딘가에 숨었고, 자기 이익이나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순진하게도 "이것이 국가인가?" 하고 울부짖었건만, 국가는 이미 파산하여 권력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주제에, 국가를 사유화한 자들은 오히려 우리를 보고 "가만히 있으라" 하였으며, "법을 준수하라" 하였으며, "순수한 유가족"을 운운하였습니다. 주님, 우리는 이토록 조롱당하였습니다. 이제 이 쓰라린 마음을 대갚음하게 하소서. 어떠한 탐욕도 발붙일 곳이 없는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게 하소서. 이 국가를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울 도구로 사용한 파렴치한 자들을 전부 끌어내리기까지 힘써 싸울 용기를 주소서. 주님,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 참사 이후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생각합니다. '세월호'라는 고통스러운 이름이 여러 가족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들은 여느 사람들처럼 서로 무심히 스치며 살아갈 수 있었건만, 이제는 서로를 돌보며 힘을 합쳐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때로는 서로가 버거워 다투게 되고, 신뢰가 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 주님이 가르치신 정의를 부여잡으며 단결한 사람들은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족들이 하나 될 수 있게 하소서. 하나 되어 승리하게 하소서. 우리들 가운데 태어나신 주님이시여, 이 시간, 이곳에서 우리를 이끄소서. 우리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아파하며, 서로를 돕고자 하여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성별과, 성적 지향과, 장애와, 나이와, 지위와, 빈부와, 출신 지역과, 피부색과, 사상과, 온갖 울타리와 억압들을 무너뜨리며, 인간 됨을 향하여 전진하게 하소서. 세월호 참사가 가져다준 아픔과 공포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넘어서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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