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교 학생들이 떼제 찬양을 부르며 걸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주여 주 예수여 기억하여 주옵소서
주여 주 예수여 당신 나라 임하실 때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신학생 100여 명이 십자가를 앞세우고 서울시청 대한문 앞에 도착했다. 서대문에 있는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시청까지 떼제 찬양을 부르며 걸어왔다. 학생들은 도착한 뒤 찬양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땅거미가 지는 저녁 7시 20분, 자동차 소음과 행인들의 부산함에도 대한문 앞은 엄숙한 분위기가 되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둔 4월 12일, 감리교신학대학교·장로회신학대학교·총신대학교·한신대학교 학생들이 공동으로 기도회를 열었다. 세월호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신학생들이 뭉친 것이다. 이들은 기도회 전 감신대에서 노란 종이배를 접고, 대한문 앞까지 걸었다. 도착해서 종이배들을 단상 아래에 놓았다. 대한문으로 바로 온 학생들까지 총 250여 명이 모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도회는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에 초점을 맞췄다. "아직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를 아홉 번 외치기도 했다. 대표로 기도한 총신대 노진호 씨는 미수습자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가며 세월호를 건져 달라고 했다.

2학년 1반 조은화 학생의 하나님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주옵소서 
조은화 학생을 찾아 주옵소서 
조은화 학생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주옵소서

2학년 2반 허다윤 학생의 하나님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주옵소서 
허다윤 학생을 찾아 주옵소서 
허다윤 학생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주옵소서

2학년 6반 남현철 학생의 하나님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주옵소서 
남현철 학생을 찾아 주옵소서 
남현철 학생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주옵소서

2학년 6반 박영인 학생의 하나님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주옵소서 
박영인 학생을 찾아 주옵소서 
박영인 학생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주옵소서

양승진 선생님의 하나님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주옵소서 
양승진 선생님을 찾아 주옵소서 
양승진 선생님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주옵소서

고창석 선생님의 하나님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주옵소서 
고창석 선생님을 찾아 주옵소서 
고창석 선생님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주옵소서

권재근 님의 하나님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주옵소서 
권재근 님을 찾아 주옵소서 
권재근 님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주옵소서

권혁규 어린이의 하나님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주옵소서 
권혁규 어린이를 찾아 주옵소서 
권혁규 어린이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주옵소서

이영숙 님의 하나님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주옵소서 
이영숙 님을 찾아 주옵소서 
이영숙 님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 주옵소서

하나님 
우리 모두가 세월호 선체 인양과 
아홉 명의 미수습자를 찾고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에 돌아오는 일에 
앞장서서 행동하게 해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 기도회는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에 맞춰졌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도회에는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언니 허서윤 씨와 어머니 박은미 씨가 참석했다. 학생들 앞에 선 박은미 씨의 부탁은 여전히 단 한 가지였다. 눈물과 함께, 728일째 하고 있는 똑같은 말이다.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 엄마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외치셨던 것처럼, 아직 세월호에 사람이 있습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홉 명의 미수습자가 있습니다. 그중에 한 명이 제 딸입니다.

저희 미수습자 가족들은 아직도, 728일 동안 4월 16일을 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 달라고, 길거리에서 전국을 다니면서 알리고 있습니다. 728일을 사랑하는 딸을 놔두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놔두고 사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마음이 어떨까요. 대부분 많은 부모님들이 참사가 일어났을 때 한 달 이전에 아이를 찾아서 아이를 장례 치르고 보내 줬습니다. 저희는 아이를 못 찾았기 때문에 단 하루도 추모를 할 수 없고, 아직도 세월호 속에 사람이 있다고 많은 사람한테 알리고 있습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홉 명, 은화, 다윤이, 영인이, 현철이,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 님, 어린 혁규, 이영숙 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여러분이 많이 기도해 주시고요. 그리고 수색 종료하기 전에는 저희를 실종자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실종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게 실종입니다. 저희는 아직 정부가 수습을 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들은 미수습자라고 부릅니다.

▲ 다윤 엄마 박은미 씨는 흐느끼며 이야기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여러분이 미수습자 아홉 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무엇보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원하는 인양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바라는 인양은, 세월호 배가 뭍으로 올라와서 거기서 가족을 찾아서 가족을 만나는 것입니다. 인양이 안 될까 봐 너무 두렵고 무섭습니다. 그리고 배가 올라와서 거기에 다윤이가 없을까 봐 더 무섭습니다. 제가 하나님 앞에 그런 기도를 합니다. 제가 길 잃어버린 한 마리 양 같다고. 하나님은 세월호 속에 있는 아홉 명을 한 명 한 명 안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여러분이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아홉 명을 위해서 그들이 길 잃어버린 양이라 생각하시고 그분들 찾는 일에 여러분의 더 많은 기도와 더 많은 관심과 더 많은 격려를 위해서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세월호 배가 뭍으로 올라와서 가족을 찾는 것이고, 그 세월호 배를 가지고 진실을 밝히는 데 사용될 거라고 믿습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정말 너무 지쳐서 너무 힘들어서 다윤이한테 너무 미안해서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지옥 같습니다. 하나님이 너무 밉습니다. 하나님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아이가 죽은 것도 억울한데, 왜 그 마지막이 다윤이가 됐는지, 하나님이 너무 밉습니다. 도와주세요, 제발. 아홉 명의 미수습자를 꼭 찾을 수 있도록, 온전한 선체가 인양될 수 있도록, 유실 없이 인양될 수 있도록, 여기 오신 많은 분들이 꼭 기도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주변은 산만했지만 기도회 분위기는 시종일관 엄숙했다.ⓒ뉴스앤조이 구권효

이정배 교수(감신대 은퇴)의 설교가 이어졌다. 이 교수는 20분 동안 온 기력을 쏟아붓듯이 설교했다. '세월호 시대'의 신학생은 그 이전과 달라야 한다고, 이 시대를 국가를 교회를 구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밖으로 내쫓긴 유가족들은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을 본다고 한다며 '교회 안에 구원이 있는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권력은 세월호를 과거의 일로 치부하려고 하고, 교회 권력은 미래의 천국으로 세월호의 진실을 덮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가족들이 원할 때까지 우리 가슴 속에 노란 리본을 '피워 내자'고 했다.

피 끓는 이정배 교수의 설교에 학생들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어깨를 부르르 떠는 학생도 있었다. 눈물이 씻어 내린 눈은 더 맑고 선명해졌다. 학생들은 성찬을 나누고 기도회를 마쳤다.

이정배 교수 설교 전문

유족, 더군다나 미수습자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면 저의 입이 오무라들어서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죠. 어머니들의 말씀이 설교이고 하늘 뜻입니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더 붙여서 이야기할 수가 있을까요. 세월호 주일을 지키면서 어느 교회는 주보 앞에다가 304명의 이름을 다 적어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다는 교회도 있죠. 이제 금주에 공연될 한 연극에서는 한 배우가 304명의 이름을 다 얼굴을 보며 외우는 그런 공연도 열리게 됩니다. 

우리가 신앙을 가졌다고 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이 세상을 옳게 느끼고 바르게 느끼고 누구보다 여실하게 느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신앙을 가졌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신앙이란, 곤충들에게 있어서 더듬이와 같은 것이죠. 저는 종종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고통 앞에서 믿건 안 믿건 함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하나님의 사람인가, 아니면 이 고통을 그만두라고 하며 이 봄을 즐기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사람들인가 묻고 싶어요.

오늘 신학생들이 모인 이 모임, 여러분들의 행렬을 보면서 저의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동이 서에서 먼 것처럼 한 번도 얼굴 맞대고 걷지도 않았을 여러분들이 함께 행진하며 광화문 세월호 광장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고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고, 이 세월호 참사가 사실 우리를 구원하는 사건인 것을 여러분 고맙게 생각해야 합니다.

다리를 만들지언정 벽을 만들면 안 되는 것이 신앙인의 도리이거늘,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무수한 벽을 만들고 있는 우리가, 이 세월호 참사로 말미암아 벽을 헐고 다리를 만들게 되었으니, 손에 손을 붙잡게 되었으니, 세월호가 우리를 구원합니다. 

우리 시대를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집단들 중 하나가 예술인들입니다. 그 예술인들이 저 세종대왕상에 올라가서 세월호를 구출하라고 외쳤던 신학생들의 절규를, 지난 10년 동안에 우리 시대 가장 아름다운 전위 예술로 꼽았어요. 남들은 그것을 보고 종북이며 좌빨이며 그렇게 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 시대를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전위 예술가들은 그 모습을 일컬어 가장 아름다운 퍼포먼스라고 찬사를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다른 시대도 아니고 '세월호 시대'의 신학생들이 되었어요. 세월호 시대의 신학생이란, 그 이전과는 달라야 합니다. 왜? 세월호는 우리들에게 이것이 국가인가를 다시 묻게 했습니다.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안 구했어요! 이것이 국가입니까! 우리 교회가 이들을 교회 밖으로 내몰았어요! 

유족들은 말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30~40년 믿은 신앙은 교회 안에서만 유효했고 아무 쓸모없었다고 말합니다. 이들 유족들 앞에서 목사들, 교수들, 너희들,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어! 오히려 교회 밖에서 함께 우는 사람들이 나의 새로운 하나님이 되었다고 그들은 그렇게 고백합니다. 

이것이 국가인가! 이것이 교회인가! 여러분들은 이 물음 앞에 다시 한 번 서야 합니다. 그래서 세월호 이후의 신학은, 세월호 이후의 신학생은, 세월호 이후의 종교인은 이전과 달라야 합니다. 독일에 아우슈비츠가 있었다면 이 땅에는 세월호가 있습니다. 이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한 치 앞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 시대를 구원하고, 우리의 조국을 구원하고, 우리의 교회를 구원해야 할 새로운 책임이 있어! '교회 안에 구원이 있는가' 다시 물어야 해! 시대도 구원하고 국가도 구원하고 우리 교회도 여러분들이 다시 구원해야 한단 말이요! 세월호 유족들의 그 절규를 들었잖아요, 하나님이 원망스럽다고. 미수습자 아홉 분 중에 일곱 분이 기독교인이야. 

국가는 권력을 가지고 세월호의 진실을 과거로 만들려 하고 있어. 권력을 가지고 세월호의 기억을 지우려 하고 있고, 교회는 신앙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세월호의 진실을 천국으로만 돌리려고 해. 뭐가 다른가. 지금 그들은 울고 싶고, 아프고, 고통스러운데. 지금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를 알고 싶은데. 왜 과거로 돌려, 왜 천국으로 돌리고 미래로 돌리려고 하는가 말이죠. 지금 여기서 함께 울고 아파하고 끝까지 그들의 곁에 있겠다고, 왜 이런 말을 하지 않는 건가 말이죠. 누가 이 애도를 그치라고 하는가 말이죠.

우리의 할 일은 그들 곁에 있는 것뿐이야! 그런 우리를 유족들은 새로운 하나님이라고 말하고 있단 말이지. 우리의 신앙이 달라져야 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야 하고, 도대체 내가 무엇 때문에 이 길을 걷는가, 다시 한 번 물어야 할 정말 중요한 시점, 세월호 이후의 신학생들의 삶의 실존이야. 

오늘 함께 손을 맞잡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이 친구들 때문에 그래도 희망이 있다. 이 친구들 때문에 그래도 우리는 미래가 있구나. 고맙다' 눈물이 핑 돌았다 말이지, 여러분들을 보면서. 권력을 가지고 세월호의 진실을 과거로 돌리면 안 된다 말이지. 세월호의 진실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백성들의 공복이 되겠다고 표를 구걸하고 있는 이 현실, 얼마나 슬픈 코미디인가 말이지. 

오늘 본문 말씀, 잠깐 생각하고 말을 마치겠어요.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상상해 보십시다. 골고다 언덕에 예수의 십자가가, 예수의 죽음이 고통스럽게 지금 걸려 있어요. 그걸 바라보는 두 시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빌라도고, 하나는 아리마대 요셉이었어요. 빌라도는 행여나 그 예수의 주검, 십자가에 달려 일그러진 예수의 죽음, 그것을 보고 유대 사람들이 반동을 일으키고 혁명을 일으키고 소요를 일으킬까 봐, 빨리 예수의 그 주검이 치워지기를 바랐어. 빨리 숨겨지고 빨리 감춰지고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었어. 

아리마대 요셉은 착하고 선한 사람이야. 예수의 죽음이 안타까워. 그러나 그 죽음을 보고 있기가 너무나 괴롭고 힘들어. 그래서 아리마대 요셉도 그 주검을 빨리 치우기를 원했어. 서로의 마음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어. 뭐야? 예수의 십자가 죽음, '왜 죽었는가' 그 죽음을 모두가 보기를 두려워했고 꺼렸고 피하고 싶어 했어. 

근데 여러분 예수의 십자가, 그것을 보고 예수의 죽음을 보고, '저가 참 하나님의 아들이었다' 이렇게 고백하는 사람도 있었다 말이지. 누구요 그가. 로마의 백부장 아니었어? 예수의 십자가 죽음, 그것은 우리가 보고 또 보고, 의미를 새기고, 끝까지 우리들이 지키고, 애도하고, 사랑하고, 지켜야 할 그러한 예수의 십자가가 아니었느냐 말이지. 

하나는 그것으로 자신의 신변이 위태로울까 봐 숨기려고 했고, 한 사람은 그것이 보기가 괴로우니까 숨기려고 했다는 말이지. 그래서 예수의 십자가는 내려져서 바위덩어리, 두꺼운 굵은 바위덩어리가 막혀 있는 굴에 갇히고 말았어. 

부활 후 첫날, 여인들이 올라갔어요. 막혀 있을 줄 알았던 그 무덤의 돌덩이가 치워져 있었다는 말이지. 우리는 흔히 빈 무덤을 가지고 예수가 부활했다는 증거로 말하려고 하지만, 예수의 죽음은, 그 진실은 그곳에 없었다는 말이지. 

아무리 큰 권력을 가지고, 큰 바위덩어리와 같은 권력을 가지고 진실을 막으려고 해도, 바위덩어리는 누구가에 의해 치워질 수밖에 없어. 바위덩어리가 치워졌다. 진실이 갇혀 있지 않고 진실이 살아서 고통받는 사람들 속에 이야기되고 있다고 하는 것. 이것이 부활의 진리이고, 부활 첫날의 기적이었다 말이지. 누가 진실을 가두려고 하는가. 아무리 무거운 바위덩어리라도 진실을 가릴 수는 없어. 어떤 권력도 결코 그리 될 수 없어. 

오늘 우리는, 세월호의 침몰과 부활은 앞으로 영원토록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사실이야. 왜? 2년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부활절 3일 전에 일어났던 일이었어. 그 304명의 아이들을 물속에 가둔 채 우리는 "사셨다, 사셨다, 예수가 사셨다" 그 부활의 노래를 불러야 했다는 말이야. 어떻게 부활의 노래를 부를 수 있어 우리가, 304명을 물속에 가둬 놓고 말이지. 앞으로도 영원히 부활절과 세월호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우리 역사 속에서 사는 내내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건이 되어 버리고 말았어. 

유족들은 이 봄을 두려워해. 이 아름답게 보이는 꽃이 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야. 꽃이 두려운 사람들이 되었어. 꽃이 무서운 사람들이 되었어. 꽃이 아픈 사람들이 되었어. 왜? 채 피어 보지도 못하고 꽃봉오리째 죽은 자식들 때문에. 그들에게 이 4월의 찬란한 봄은 봄이 아니야.

여러분들 이제 세월호 어머니들이 가장 바라는 게 뭔지 알아? 아무리 아름다운  

우리 시대의 좁은 길. 그것이 무엇일까. 모든 사람들의 지시와 그만하라는 동정, 피로감에 젖은 그 눈총을 받으면서도, 진실은 결코 사라질 수 없다고 믿으며 우리의 강퍅한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하나의 꽃, 사람의 꽃, 노란 리본을 우리가 피우며 다닐 때, 그래도 이 사회는 달라질 수 있고, 여러분은 이 시대에 좁은 길을 가는 신학생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란 꽃, 우리가 끝까지 피워내고 지켜 냅시다. 

아무리 큰 권력이 막아도 바위는 굴러져서 예수의 시신은 굴속에 없다는 말이죠. 진리는 굴속에 있지 않아요. 바위는 굴러져서 그 밀폐된 공간을 자유롭게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믿어야 할 진리이고 우리가 믿어야 할 신앙의 사실입니다. 

4·16을 겪은 우리 신학생들, 다시 한 번 부탁합니다. 이 시대를 구원합시다. 우리 국가를 구원합시다. 우리 교회를 구원합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이전, 이후 그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길, 좁은 길, 사람의 꽃, 세월호의 리본을 끝까지 가슴에 품는 멋진, 이 시대에 적합한 우리 제자들, 우리 신학생들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 어머니들 곁에 끝까지, 그들이 마음 놓고 자기의 자식들과 이별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곁에서, 곁에서, 그들 '곁'이 되십시다. 오늘 그 마음으로 이 예배를 드려 주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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