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150만 시민이 광화문광장에서 첫눈을 맞았다. 사방으로 휘날리는 진눈깨비도 촛불을 끄지 못했다. 시민들은 일제히 청와대를 향해 외쳤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진실을 인양하라." 11월 26일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5차 민중총궐기가 열렸다.

이날 주최 측에 따르면, 서울 150만 명(경찰 추산 27만 명)을 포함해 전국 190만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지난 12일 민중총궐기 때보다 많은 인파다.

이날 주최 측에 따르면, 시민 150만 명이 서울 집회에 나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독교인들도 이날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교회, 선교 단체 사람들과 함께 온 이들도 있었다. 김경환 목사(일산동녘교회)는 교인 15명과 함께 집회에 참가했다. 교인들은 지난 한 달 동안 토요일만 되면 교회 깃발을 들고 광화문광장에 나왔다.

김 목사는, 역사를 보면 기독교는 항상 불의한 권력에 맞섰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이 선하면 국민이 행복하지만 악하면 고통을 받는다. 옛 선지자들이나 예수님은 항상 불의한 정권에 대항했다. 기독교인들도 이러한 삶을 따라야 한다.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악한 권력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환 목사(사진 왼쪽)는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악한 권력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30대 김형욱 씨(가명·길찾는교회)도 교인들과 함께 집회에 나왔다. 이들은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었다. 김 씨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사회 안에 만연한 부정부패가 드러났다. 노력하면 그만큼 보상받는 사회라는 기본 철칙이 무너졌다는 것에 시민들이 크게 분노한 것 같다"고 했다.

김 씨는 대형 교회 목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호하는 것에 실망감을 내비쳤다. 그는 "대형 교회 목사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난 두 목사도 좋은 얘기만 하지 않았나. 훈계를 했어야 했다. 교회가 그만큼 사회와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전날 밤 청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온 교인도 있었다. 금성수 집사는 '이정현은 예수님을 팔아먹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며 행진 무리에 섞여 있었다. 금 집사는 한때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였다. "나는 일명 박근혜 전도사였다. 2012년 대선 때 주변 사람들에게 박근혜를 뽑으라고 열심히 전도했다. 그런데 지금은 원수가 됐다. 대통령이 됐는데 한 게 하나도 없고 아는 것 하나 없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은 청와대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청주에서 온 금성수 집사는 "이정현은 예수님을 팔아먹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시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대학 선교 단체에서 온 무리도 있었다. 한국기독학생회(IVF) 서서울지방회 학생들이다. 장미빛 간사는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사회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하나님은 온 세상의 주인이고 모든 영역을 주관한다. 사회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기독교인이 더욱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전예진 씨(상명대학교)는 "서울에서 광화문과 제일 가까운 학교에 다닌다.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 학생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세월호 때도 그랬다. 매일 광화문광장과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보면서 등하교를 하는데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집회가 있다고 하면 학생들은 오늘 집에 잘 갈 수 있을까를 먼저 걱정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고 했다.

전 씨는 "선교 단체에서 복음을 접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한국교회는 전형적으로 기도, 말씀, 예배에만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최근 어느 목사님도 가만히 기도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기도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재국 씨(서강대학교)는 "기독교인들도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경에는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낸 선지자들이 나온다. 예수님도 약자를 위해 정권에 항변했다. 지금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가 모두 파괴되는 시점에,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기독학생회 서서울지방회 학생들은 오후에 모임을 마치고 다 같이 집회에 참가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날 오후 8시께 공식 행사가 끝나자, 시민들은 여러 갈래로 행진했다. 청와대를 에워싸며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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