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박근혜 하야"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기도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일부 개신교인은 오는 토요일에도 서울역 광장을 비롯한 곳곳에서 '기도회'를 예고했다. 민중총궐기에 맞불을 놓는 셈이다.

이들은 지금이 '회개할 때'라 말한다. 현 시국이 대통령과 위정자를 위해 기도하지 못한 우리들의 죄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야'는 국가를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뜨릴 수 있어서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극우 성격을 띠는 몇몇 개신교 단체에만 국한한 얘기가 아니다. 11월 22일 자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1면 하단에는 '대한민국지키기범국민기도위원회'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 원로) 이름으로 광고가 실렸다. 10월 11일부터 12월 31일까지 82일간 릴레이 금식 기도를 하자는 것.

광고에는 일곱 가지 기도 제목이 나와 있다. 그중 "북한이 핵실험이나 불법적인 대남 도발을 하지 못하게 하옵소서", "대통령과 지도자가 하나님과 국민 앞에 올바로 서게 하옵소서", "각 당대표가 대통령과 속히 만나 국난을 해결하게 하옵소서"라는 내용도 있다.

이 시국에 우리는 골방에서 기도만 해야 할까. 기도하며 시국을 견디자는 보수 교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극동방송(김장환 목사)도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 광고를 올렸다. 제목은 '대통령과 나라를 위한 기도'. 내용은 △국가적으로 큰 혼란과 위기 속에서 대통령과 위정자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은 것 회개 △박근혜 대통령이 예수를 영접하고 구원받도록 △대통령이 날마다 성경 읽고 기도하면서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국정을 운영해 가도록 등이다.

"지금은 기도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기도 제목은 대동소이하다. 공통적으로 첫 번째 제목은 항상 '회개'다. 먼저 나 자신의 죄를 통회 자복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명제 자체에 딴죽을 거는 기독교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정말 열심히 회개 기도만 할 때일까. 크리스천은 광화문에 나가 '박근혜 하야'를 외치기보다 골방에서 주님만 바라봐야 하는 걸까.

<뉴스앤조이>는 일부 기독교인이 현시점에 '회개 기도'를 강조하는 점에 대해 목회자들 의견을 들어 봤다.

오세택 목사(두레교회)는 이들이 정말 회개해야 할 제목을 빼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 교계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고 당선시키려 노력한 점과 하나님의 관심사인 정의와 평화에는 관심을 가지지 못한 점을 회개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기도 제목에는 그런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현시점에는 교회들이 나서서 대통령에게 왜 개성공단을 폐쇄했는지,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조목조목 물어야 한다"고 했다.

김형원 목사(하.나.의.교회)는 기독교인이 기도하고 회개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은 번지수를 잘못 잡았다고 비판했다. 김 목사는 "회개 제목에 약자를 짓밟은 것에 교회가 동조한 사실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목사는 "마치 기독교인이 기도하지 않고 대통령이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현 사태가 벌어진 것처럼 말하는데 이게 정말 맞는 말인가. 박 대통령이 기독교인인지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의 주변에 기독교인은 많았다. 황교안, 이정현, 최순실 등이 있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이들도 공범 아닌가. 이런 것은 짚지 않고 단순히 기독교인이 기도하지 않아서, 대통령이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라고 말하는 건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오는 토요일에도 맞불 집회를 연다는 단체가 여럿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는 "엄중한 시점에 왜 이런 제안을 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보수 교계의 이 같은 행동은 이슈를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을 비판하기 전 우리부터 회개하자는 태도는 보수 교회가 국가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취했던 자세다. 세월호 참사 때도 목사들이 종아리를 걷고 '회초리 기도회'를 했다. 하지만 항상 퍼포먼스로 끝났을 뿐 이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보수 기독교인이 요구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고 나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양민철 목사(희망찬교회·천막카페)는 일부 보수 교계의 이 같은 태도가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보수 교회는 군부독재 시절에도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회개를 촉구해 왔다. 끊임없이 권력의 눈치를 본 대형 교회는 군부독재 반대를 외치지 못하고 문제 원인을 개인 탓으로만 돌렸다. 이때부터 한국교회가 왜곡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회개할 때가 아니라 잘못된 것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때"라고 강조했다.

오준규 목사(낮은마음교회)는 "기도해야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답도 아니라고 했다. 오 목사는 "기도는 해야 하지만 골방에서만 하는 건 아니다. 현장을 벗어난 기도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현장에 가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보수 교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오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니 기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은 권세는 반드시 신속하게 무너져야 한다. 지금까지 권력의 위세에 빌붙어 부역한 한국 기독교도 똑같은 심판을 당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서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사명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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