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곤 전 국장이 공개한 길환영 전 사장과의 문자메시지. (오마이TV 생중계 갈무리)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KBS 길환영 사장이 2014년 5월 5일 KBS 간부들을 모아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직접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길환영 사장이 내세운 논리는 구조하는 사람들 힘 빼지 말고 일단 힘을 실어 주자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청와대홍보수석으로 있을 때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말한 내용과 똑같았다.

김시곤 전 국장은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또 길환영 전 사장이 매일 방송 큐시트를 요구했으며 직접 아이템 배치까지 손댔다고 말했다. 특히 VIP(대통령) 관련 보도는 방송 시작 후 20분 안쪽으로 넣으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김 전 국장은 길 전 사장과 아이템 배치를 이야기한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길환영 전 사장은 이런 내용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S 내 진상조사단이 조사한 결과, 길 전 사장의 보도 개입은 사실이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주언 KBS 이사는 "이사회에서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보도 개입에 따른 방송 파행 등으로 길 전 사장을 해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6월 30일, 이정현 의원과 김시곤 전 보도국장 간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청와대의 '보도 개입' 논란이 일었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 21일, 30일, 두 번의 통화에서 해경과 국방부를 비판한 내용을 빼 달라고 요구했다. 김 전 국장은 이 의원이 2013년에도 두 차례 전화해 대통령 관련 보도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시곤 전 국장은 이정현 의원의 전화를 받고 보도를 수정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압력으로 느꼈지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1일과 30일 이후 KBS에서 세월호와 관련한 정부 비판 보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압력에 굴해서가 아니라 현장 취재기자들이 그런 아이템을 가져오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청와대의 보도 개입이 아니더라도 KBS의 세월호 관련 보도는 문제가 많았다. 김시곤 전 국장은 "'전원 구조'와 '뒤엉킨 시신 발견' 같은 건 명백히 잘못된 보도였다. 인용 보도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좀 더 사실 확인이 더 필요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MBC의 4월 16일 저녁 보도. (MBC 뉴스 갈무리)

증인과 참고인으로 KBS 관계자들이 많이 나와 KBS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MBC는 더 심각하다. MBC는 아예 회사 차원에서 특조위의 조사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전원 구조 오보뿐 아니라, 사고 당일 보험금을 계산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그런데도 MBC는 특조위의 조사가 언론 탄압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공문을 보냈다.

참고인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 탄압이라는 건 정치권력이나 경제 권력이 압력을 행사해 자유로운 보도를 하지 못할 때 하는 말이다. 자신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 조사하겠다는데 도대체 어디가 언론 탄압인가. 자기 책임을 면피하려는 수작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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