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4월 말, 이슈가 세월호 구조에서 유병언으로 바뀐다. TV조선은 유병언 관련 신변잡기까지 3,696개 보도를 쏟아 냈다. (TV조선 갈무리)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 참사 3차 청문회에서, 2014년 4월 인천지방검찰청이 유병언을 수사할 때 이례적인 '백브리핑'으로 정보를 많이 흘린 정황이 포착됐다. 백브리핑이란 공식적인 기자회견 이후 비공식적으로 로비나 복도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것이다. 당시 인천지검은 기자들에게 매일 백브리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한겨레> 노현웅 기자는 "물론 기자들의 요구로 백브리핑이 이뤄진 적도 있었지만 과잉 친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준비 없이 수사에 들어간 인천지검이 언론을 이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론 보도를 통해 구원파 신도들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검사들이 이런 걸 즐기는 모습이었다. 특히 금수원 압수 수색을 생중계한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이 유병언 수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세월호 구조 상황보다는 유병언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가장 많이 보도를 쏟아 낸 곳은 종편 'TV조선'이었다. TV조선은 유병언 및 구원파 관련 보도를 3,696개나 내놨다. 인천지검 백브리핑이 거의 그대로 기사화하곤 했다.

특조위는 이슈를 세월호 구조에서 유병언으로 돌리려는 정치권의 압력 내지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했다. 실제로 대통령이 직접 유병언 수사를 지시한 적이 몇 번이나 있다. 세월호 참사 국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미디어오늘> 이정환 편집국장은 "참사 당시 관피아들의 규제 완화, 해경의 구조 지휘 체계 등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유병언 관련 보도는 유병언만 잡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만들었고 프레임을 전환시켰다"고 말했다.

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진동 부장은 "압력이나 지시는 없었다. 기자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인 결과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병언이 도피하다가 죽어 공소기각됐고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보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본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유병언은 충분히 보도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천지검의 백브리핑도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진동 부장은 "백브리핑은 기자들이 원해서 하는 경우도 많다. 매일 했다는 게 그렇게 이례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사의 말을 그대로 기사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참고인 조승호 방송기자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언론사의 출입처 제도의 폐해다. 기자들이 권력의 크기가 크면 보도 가치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국회의원이나 검찰의 말을 확인하지 않고 내보내는 것이다. 속보 중심의 뉴스 생산 관행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증인으로 지목된 김회종 인전지검 2차장검사는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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