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당시 청와대는 VIP 보고용이라며 상황실에 수십 번 전화했다. (SBS 그것이알고싶다 갈무리)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2014년 4월 16일,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해경 상황실과 99통이나 통화했다. 황영태 당시 해경 종합상황실장은 "솔직히 전화 안 했으면 좋겠다. 너무 전화가 많이 와서 힘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청문회에서 '참사 당시 및 이후 정부 재난 대응 지휘·보고 체계' 세션에는 증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증인은 당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이명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이인수 해수부 종합상황실장, 황영태 해경 종합상황실장이다. 청문회는 이들의 진술 조서나 국정조사 당시 인터뷰 등으로 대신했다.

황영태 상황실장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26분경, 배가 상당히 기울었을 때에도 상황 보고서에 선체에 대한 정보를 넣지 않았다. 왜 그랬느냐는 질문에 그는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전화도 너무 많이 오고 당시는 경황이 없어서 그런 생각을 못한 것 같다. 관계 기관에서 전화로 주로 묻는 게 인명 구조 현황, 동원 세력 현황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고 답했다.

청와대가 구조를 방해한 정황이다. 특조위 박종운 안전사회소위원장은 "청와대의 잦은 전화로 상황실이 골든 타임을 놓친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2014년 국정조사에서 "상황실은 현장 수습 구조 본부와는 떨어져 있다. 오가는 통화 때문에 구조가 방해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게 통화를 해서 대통령에게 보고는 제대로 됐을까. 이 부분도 확실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첫 보고가 이뤄진 뒤 7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11시 혹은 11시 10분부터는 ENG 영상이 송출되어 현장 상황을 자세하게 알 수 있었을 텐데, 대통령은 7시간 동안 회의 한 번 열지 않았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조차 없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본인은 물론 대통령도 영상이 나오는 상황실에 가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박종운 위원장은 "세월호가 국가 재난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이 11시 직전 직후로 본다. 그 이전까지는 현장 구조 세력인 해경과 해수부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11시 이후에는 청와대 또한 위기 대응을 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 침몰하는 배 안에 승객들을 단 한 명이라도 구조하기 위해 군대와 기타 국가 자원을 총동원시킬 유일한 지휘관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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