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혜원 인턴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성탄절. 마냥 축제로 즐기기에는 고난받는 이웃들이 너무 많다. 지난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 백남기 씨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세월호 참사 청문회가 열렸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노동자들은 노동 개악이라 불리는 개혁 아래 신음하고 있다. 학생들은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왔다.

이런 와중에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2015 성탄절 연합 예배'가 12월 2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다. 시청 한가운데 설치된 스케이트장 뒤편에 조촐한 예배 장소가 마련됐다. 오후 3시 전후로 노란 리본을 단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금세 300여 석이 꽉 찼다. 의자가 모자라 뒤에 서서 예배하는 사람도 많았다.

▲ 이날 고난받는 자들을 위한 예배에는 4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찬바람에 금방 손이 빨개지고 콧물이 흐르는 날씨였지만, 400여 명이 예배에 참석했다. 푸른마을교회 교인 이충형 씨는 7살 된 아들 손을 붙잡고 나왔다. 그는 "이 땅의 고난의 현실에 마음이 움직여서 이 예배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배 시간에는 '구속자를 위한 기도'와 공동 기도가 이어졌다. 정의를 위해 싸우다 억울하게 구속이 된 노동자, 학생, 목사를 비롯하여 60여 명의 양심수와 500여 명의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기도였다. 기독교평화행동목자단 김성윤 목사의 가족 권병희 씨가 대표로 구속자를 위한 기도문을 낭독했다. 공동 기도 시간에는 모두가 함께 불의하게 고난당하는 이들의 권리를 회복해 달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우리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전쟁의 무고한 희생자들과 그 아픔들, 거리의 냉기 속에 잠자는 이들, 집을 잃고, 가족을 잃고, 나라를 잃은 채 몸과 마음으로 곤궁에 처해 있는 이들, 사회의 냉소에 상처 입은 모든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며 기도하게 하소서. 그들이 생각날 때 등을 돌리게 만드는 비굴함과 보고도 모른 척 지나가는 무관심에서 우리를 건져 주소서."

▲ 이날 설교는 구세군대한본영 박종덕 사령관이 맡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설교는 구세군대한본영 박종덕 사령관이 맡았다. 박 사령관은 설교 내내 예수가 이 땅에 가져온 '평화'를 강조했다. 그는 예수도 사회에서 핍박받던 자였다고 말했다.

"주님의 평화가 성탄절을 맞아 여기에 함께 모인 우리 속에 실현되기를 기원합니다. 평화는 절대 가진 자들의 만족으로 올 수 없습니다. 평화는 고난받는 자들의 웃음 없이는 이뤄질 수 없습니다. 노숙인들이 여전히 거리를 떠돌고 있고, 임시 근로직들이 안정된 노동을 할 수 없고, 아직도 세월호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미수습자 가족이 추위에 떨고 있는 한 이 사회에 평화는 오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억울하고 힘들 때마다 주님의 평화를 기억합시다. 그분은 우리같이 고생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으며 결국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분입니다. 주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겼노라.'"

이어 민주주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노동 개혁, 평화통일, 교회 개혁의 내용을 담은 호소문 낭독이 이어졌다.

▲ 공동 호소문에서 국정교과서 부분을 낭독하기 위해 나수빈 학생이 마이크를 잡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세월호 부분은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낭독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60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진상 규명, 미수습자 대책 등 무엇 하나 해결된 게 없습니다. 이것이 진정 국가입니까"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국정교과서반대청소년행동에서 활동하는 나수빈 학생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죽었다 여겼던 과거의 망령들이 다시 소생하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는 역사 해석과 교육을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독재적 야욕입니다"고 말했다.

노동 개혁 부분의 낭독을 맡은 금속노조 콜트콜텍지회 방종운 지회장은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비정규직 사용 연한을 연장해 파견 대상을 확대한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했다. 평화통일은 색동교회 송병구 목사가, 교회 개혁은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이 낭독했다.

시청 광장 뒤편 인권위원회 광고탑 위에서 198일째 고공 농성 중인 기아자동차 노동자 최정명 씨와 한규협 씨를 응원하는 것으로 예배가 마무리됐다. 400여 명의 참석자는 "최정명 씨, 한규협 씨 힘내십시오!"라고 함께 외쳤다. 최 씨와 한 씨는 광고탑 위에서 깃발을 흔들며 응원에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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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 행사에 하늘소년으로 활동 중인 김영준 씨가 열창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예배를 찾은 젊은 커플의 모습도 눈에 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추운 날씨에도 가족 단위로 참석한 사람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하나의교회 김형원 목사가 성찬식 집례를 맡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성찬식 진행 중 어린아이와 엄마가 직접 빵과 포도주를 받으러 나왔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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