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조금… 많이 힘드네요. 기도도 잘 되지 않고… 지칩니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목요 기도회가 열린 12월 18일 안산 합동 분향소 기독교 컨테이너. 공기는 여느 때보다 더 차가웠다. 컨테이너 밖 뻥 뚫려 있는 주차장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옷깃을 여몄지만, 차가워진 가슴을 따뜻하게 하지는 못했다. "어머님, 아버님들 수고하셨습니다." 한 참가자의 짧은 인사에 눈물이 핑 돌았다.

▲ 12월 17일, 안산 합동 분향소 기독교 컨테이너에서 변함없이 기도회가 열렸다. 14~16일까지 있었던 청문회 때문에 유가족들은 많이 지친 상태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청문회를 참관했다.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개최한 1차 청문회였다. 가족들은 아침 9시 30분부터 자리에 앉아 밤 10시가 넘도록 증인들의 답변을 주목해 들었다. 주목해 들었지만 건질 건 별로 없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해경 관계자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늘어놨기 때문이다.

방송 3사에서는 청문회 중계를 거부했다. 중앙 일간지들은 새롭게 드러난 진실보다는 '누가 자해를 했더라'며 가십성 기사만 뱉어 냈다. 여당 추천 특조위원들은 청문회 3일 동안 얼굴도 비치지 않았다. 기득권층의 무관심은 청문회 장소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특조위의 첫 청문회는 국회가 아닌 서울 YMCA 4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매일 12시간씩 자리에 앉아 울분이 터지는 상황을 보고 있었던 터라, 가족들은 지난 3일 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 청문회 기간 중 탈진해 버린 가족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목요 기도회에 유가족 9명이 왔다. 이날은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와 강원도 춘천에 있는 예수촌교회·예수마음교회, 충남 논산에 있는 평화누림교회 등에서 30여 명이 참석했다. 한두 명씩 컨테이너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가족들과 참석자들은 서로의 몸을 더 붙여 앉았다.

의인들의 평안을 비는 찬양이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사람의 말로는 어떤 위로도 할 수 없었다. 한 참가자는 기도회 내내 울기만 했다. KAC 김복기 총무는 "마음 같아서는 더 이상 사랑의 하나님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제 좀 그만 참으시고 어서 빨리 신원(伸寃)의 해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떨리는 그의 말끝에, 분노와 안쓰러움 등 복잡한 심경이 느껴졌다.

기도회가 끝나고 유가족들의 말이 이어졌다. 예진 엄마 박유신 씨는 3일 동안 악마를 보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직전에도 아이들 목숨보다 다른 무언가를 먼저 생각한 사람들. 아이들은 그런 사람들의 구조를 기다리다가 스러져 갔다.

"돌아오는 길에, 어디 악마가 이기나 엄마가 이기나 해 보자고 다짐했어요. 끝까지 갈 거예요."

예은 엄마 박은희 씨는, 이번 주가 많이 힘들고 기도하기도 어렵다며 입을 뗐다. 목소리가 자주 갈라졌다.

"거짓말이 들통 나면 저들은 굉장히 부끄러워하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증인으로 나온 해경들을 보니까 당당하더라고요. 김석균 전 해경청장이 잠수사 500명 투입이라고 했는데, 그 '투입'이라는 말이 다 물속에 들어갔다는 뜻이 아니라고. 오히려 우리를 뭘 모르는 사람 취급하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이 그런 사람들을 믿고 기다렸던 걸 생각하면…. 정말 하나님이 그만 참으셨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사람이 다치기 전에."

다영 아빠 김현동 씨는 덤덤하게 말했다.

"저희나 지켜보셨던 여러분이나 만족스럽지 못한 청문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진상 규명에 한 걸음을 뗐다고 봐요. 청문회는 특별법상 횟수에 제한받지 않고 열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 가족들은 몇 시간이고 지켜볼 겁니다. 엄마 아빠니까요. 여러분도 자기 일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또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싸움은 짧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더 많이 힘을 모으고 더 많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참가자들은 짧은 자기소개와 함께, 잊지 않고 기도하며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도회가 끝나고 몇몇 참가자와 유가족은 서로를 꼭 안아 주었다. 고생했다, 미안하다, 감사하다, 사랑한다… 말로 다 못한 여러 감정을 나누었다.

안산 합동 분향소 세월호 목요 기도회는 올해 1월 시작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 기독교평화센터 오상열 목사와 장신대 하나님의선교 학생 몇몇이 시작한 작은 모임이, 많은 교회와 세월호 가족을 이어 주는 통로가 되었다. 내년에도 목요 기도회가 이어진다. 현재 2016년 일정을 정리 중이다. 교회나 단체 단위로 참여하고픈 마음이 있다면, 오상열 목사(010-4370-0002)에게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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