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슬프지 않습니다. 화가 납니다."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지금 슬프지 않다. 분노하고 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건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참사 1년 2개월이 지났는데 해결은커녕 아무것도 진척된 게 없기 때문이다.

유가족들과 수많은 시민이 사투를 벌여 만든 세월호특별법은 올해 3월, 법을 무력하게 하는 시행령에 가로막혔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하지 못하게 하는 이 시행령은 끝내 국회를 통과했고, 지금 대통령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임기가 6개월이나 지났고, 진상 조사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차디찬 바다에는 단원고 학생 다윤이, 은화, 현철이, 영인이와 고창석·양승진 선생님, 이영숙 씨, 권재근 씨, 권 씨의 아들 어린이 혁규가 있다. 9명이라는 숫자로만 표현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는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가족들의 타들어 가는 가슴은 모른 체하고 일을 빨리 진행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작년 4월, 304명의 억울한 죽음을 대하며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던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어디 있나. 세월호를 잊지 않은 기독교인들에게,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 안산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있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 분향소. 안에는 세월호 희생자의 영정 사진이 걸려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안산에서 광화문에서, 세월호 가족 및 봉사자들과 함께하는 기도회

누군가 안산에 아직 합동 분향소가 있느냐고 묻는다. 안산에는 아직 분향소가 있다. 250여 개의 영정 사진이 아직도 걸려 있고, 그 앞에는 국화와 생일 선물, 편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꽃 같은 아이들의 얼굴을 고개를 들고 끝까지 보기가 힘들다.

합동 분향소가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 그 앞에는 지금도 피해자 가족 대기실과 여러 종교 컨테이너가 있다. 개신교 컨테이너에서는 매주 목요일과 주일, 기도회가 열린다.

목요 기도회는 올해 초, 기독교평화센터 소장 오상열 목사와 장로회신학대학교 동아리 '하나님의선교' 학생들이 협력해 만들었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여러 교회가 돌아가면서 목요 기도회를 주관한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 3~4명, 오 목사와 하나님의선교 학생들 6~7명은 고정으로 컨테이너에 모인다.

주일 기도회도 올해 초에 생겼다.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아내 박은희 전도사가 다니는 교회, 안산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가 기도회를 만들었다. 매 주일 오후 5시, 역시 여러 교회가 돌아가며 기도회를 주관한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과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함께한다.

▲ 지난 6월 4일 열린 목요 기도회. 20여 명만 와도 컨테이너가 가득 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목요 기도회와 주일 기도회는 첫째로 기독교인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자리다. 가족들은 대부분 참사 이전에 다니던 교회를 가지 못한다. "이제 그만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라"는 말에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그냥 "기도하고 있다"는 말에도 상처를 받는다. 기도한다면서 전혀 행동하지 않는 사람을 그동안 너무 많이 봐 왔다. 교회에 나가지 못하고, 가더라도 맘 편히 있지 못하는 가족들이 눈물 흘리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이 기도회다.

그래서 목요·주일 기도회는 목사가 설교하는 자리가 아니라,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다. 기도회가 끝나면 먼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혹시 오해가 있었다면 오해를 털고 정말 가족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는다. 기도회에는 신문이나 SNS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 살아 있다.

기독교인들은 여기에 개인으로 참여할 수도 있고, 교회 차원에서 기도회를 주관할 수도 있다. 목요 기도회나 주일 기도회나 이미 연말까지 매주 주관하는 교회가 정해져 있지만, 함께하고픈 교회가 있다면 일정 조율이 가능하다. 목요 기도회는 이은재 전도사(010-5204-9199)에게, 주일 기도회는 박인환 목사(010-3746-8193)에게 문의하면 된다.

▲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이곳에서는 피켓 시위와 서명운동, 리본 공작 봉사자들이 많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세월호 농성 천막이 있는 서울 광화문에서도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에 기도회가 열린다. 김포이주민선교교회 이학산 목사가 올해 3월 말부터 종교인 천막에서 기도회를 주관해 왔다. 광화문 천막 바로 옆으로는 4차선 도로가 뻗어 있다. 서울의 중심부이다 보니 차도 많이 다닌다. 차 지나가는 소리 때문에 소리를 질러야 의사소통이 가능한 곳이지만, 금요 기도회에서는 꾸준히 침묵 기도를 올린다.

금요 기도회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도 그렇지만, 광화문 농성장에 있는 기독교인 자원봉사자를 위한 자리다. 이들도 기독교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원래 다니던 교회가 편치 않다. 대부분 한국교회는 세월호에 관심이 없고, 세월호를 위해 봉사하면 정치적으로 치우친 사람 취급한다. 봉사자들은 세월호를 위해 열심히 서명도 받고 리본도 만들지만, 신앙심은 점점 줄어든다. 고통받는 세월호 가족들과 누구보다 옆에 있으면서도, 곤한 영혼은 가눌 길 없던 봉사자들을 위해 만든 기도회다.

금요 기도회는 특히나 교회 차원의 동참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 이학산 목사 혼자 기도회를 주관했다. 봉사자들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기, 금요 기도회에 함께할 기독교인과 교회가 필요하다. 문의는 이학산 목사(010-2587-8323)에게 하면 된다.

▲ 6월 5일 금요 기도회. 농성장에 매일같이 나오는 봉사자들이 침묵 기도 중이다. 금요 기도회는 교회 차원의 참여가 절실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미수습자 가족의 피켓 시위, 청와대·광화문·홍대 이어 강남으로

미수습자 다윤이의 부모님은 벌써 몇 달째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다윤이 어머니는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인데도, 아이를 건져 달라며 광화문에서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한다. 한 달여 전부터는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마치고 곧장 홍대로 달려가 피켓을 들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아직 세월호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1인 시위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 몇몇이 함께하고 있다. 청와대 앞에서는 미수습자 가족들밖에 시위할 수 없지만, 광화문과 홍대에는 시위에 동참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다. 최근에는 여름방학을 맞아 목요 기도회 팀(오상열 목사와 장신대 하나님의선교)이 피켓 시위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요일마다 팀을 꾸렸다.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광화문과 홍대입구 8번 출구 근처에서 다윤이 부모님과 피켓을 들 계획이다.

시위를 하다 보면 반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만난다. '정부에서 인양한다고 발표했으니 된 거 아니냐', '선체 인양에 국민들의 세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느냐', '세월호 가족들이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냐' 등등 지나가는 시민들의 항의를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사람들의 인식을 조금이라도 변하게 하는 데 피켓 시위의 의미가 있다.

홍대와 광화문으로는 부족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 같은 곳에서도 '세월호 선체 인양 촉구' 피켓을 들고 싶어한다. 장신대 하나님의선교 학생들처럼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의 참여를 환영한다. 물론 피켓 시위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과 단체·교회는, 하나님의선교 김진수 학생(010-4756-9187)에게 문의하면 된다.

▲ 광화문 분향소. 희생자들의 사진이 작은 크기로 걸려 있다. 맨 앞에는 미수습자의 자리인데, 사진조차 걸려 있지 않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분노해 주기를, 행동해 주기를

지난 5월, 목요 기도회를 진행한 한 교회 이야기다. 담임목사가 목요 기도회를 주관하게 됐다고 장로들에게 얘기했다. 장로 여러 명이 반대했다. 왜 정치적인 행동을 하느냐고 질책하며 말렸다. 실랑이 끝에 목사와 장로들은, 그날 목요 기도회를 주관하는 대신 교인 전체에게 광고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했다. 기도회에는 교회에서 알음알음 마음이 있는 사람들만 참석했다.

이런 상황이 아마도 많은 교회의 현주소일 것이다. 개개인도 그렇지만, 단체 및 교회 차원에서 행동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구성원의 반발과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직면하고, 그래도 가야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한 세월호 유가족은 기독교인들에게 "용기를 내어 달라"고 호소했다. (관련 기사: 세월호 희생자 언니, "그렇게 헌신했는데 헌신짝처럼 버려지다니")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슬프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로가 필요하지 않다. 그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래서 함께 분노해 주고 행동해 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실제로 '몸을 움직여 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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