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신대 홈페이지에 명성교회의 세습을 우려하는 65명의 신학생들이 글을 올렸다. 이들은 김삼환 목사에게 '세습'과 관련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김삼환 목사가 나온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홈페이지에 11월 24일, '김삼환 목사님께 65명의 후배들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아시아엔>에서 보도한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의 합병 기사가 오보로 판명 났지만, 문제를 대수롭게 넘길 수 없는 신학생들이 김삼환 목사에게 공개편지를 띄운 것이다.

이들은 김삼환 목사 아들 김하나 목사의 태도 변화를 지적하며 김삼환 목사가 공개적으로 "변칙 세습, 합병이 없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2013년 종교개혁 기념 세미나에서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의 담임목사직을 맡으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김하나 목사는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으니 (한 말을) 지키겠다거나 지키지 않다고 하기 어렵다. 최대한 좋은 길을 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 달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혼란만 가중하는 김하나 목사의 이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장신대 학생들은 김삼환 목사에게 "부디 한국교회의 암담한 현실 앞에 서 있는 이 후배들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또 김 목사가 장신대 게시판이나 다른 언론을 통해 확실하게 답변하기를 기다리고 기도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학생들이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김삼환 목사님께

안녕하세요 목사님. 장신대 학생들입니다. 드리고픈 말이 있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직접 찾아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여건상 서면으로나마 인사를 드립니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십시오.

얼마 전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의 합병 소식을 다루고 있었지요. 다분히 추측성이 짙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사는 굉장한 파급력을 끼쳤습니다. 수많은 담론도 형성됐었지요. 물론 대부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습니다. 다행히 곧 <뉴스앤조이>를 통해 '오보'라는 것이 확인됐고, 이로 명성교회 후임자 문제는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통합 측 신학생인 저희들은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었습니다. 혹여나 명성교회 정도의 영향력 있는 교회가 합병이라는 변칙 세습을 강행할 경우, 한국 사회가 보일 부정적인 반응이 심히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무 힘도 없는 저희들이지만 무언가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이 글은 그 마음의 결과물입니다. 예의 없는 행동인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까지 하기로 결정한 저희들의 간절함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삼환 목사님, 저희는 듣고 싶습니다. 목사님의 목소리로 "세습은 없습니다.", "변칙 세습인 합병은 없습니다"라고 당당히 밝히는 발언을 듣고 싶습니다. 일전에 아드님인 김하나 목사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세습금지법'이라는 제도는 "그것을 따를 주체적 용기와 결단"이 없다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는 허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법망을 피해 간다 해서 어느 누가 그것이 세습이 아니라고 하겠습니까. 어느 누가 그 모습을 보고 지탄하지 않겠습니까. 목사님, 저희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세상 사람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것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떳떳하게 밝혀 주십시오. "명성교회에 합병과 같은 변칙 세습은 없습니다"라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아드님인 김하나 목사님의 태도 변화 때문입니다. 김하나 목사님은 평소 "세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왔던 것과 달리, 최근에 "그때 내가 한 말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또다시 확인해 주기는 좀 그렇다. 당시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으니 (한 말을) 지키겠다거나 지키지 않겠다고 하기 어렵다. 최대한 좋은 길을 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 달라. 이 정도로밖에 말 못하는 점 이해해 달라"고 말을 했습니다. 대체 무엇 때문에 투명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인지요. 혼란만 가중시키는 이러한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목사님께서 당당하게 변칙 세습인 합병은 없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여기 장신대 게시판을 통해서든, 아니면 다른 언론을 통해서든 목사님의 확실한 답변이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또 기도하겠습니다.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가 이 땅의 가시적 교회로 하나님의 영광을 널리 드러내는 교회가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부디 한국교회의 암담한 현실 앞에 서 있는 이 후배들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 주십시오. 희생과 섬김의 길을 걸었던 그리스도처럼, 특권 포기라는 섬김의 길을 통해 먼저 된 자의 본을 보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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