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삼환 목사의 퇴임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명성교회는 지난 9월, 후임 목사를 뽑기 위해 청빙위원회를 꾸렸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교회 안팎으로 후임 목사에 대한 소문만 무성해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교단법에 따라 오는 12월 말 정년 퇴임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담임목사의 정년을 만 70세가 되는 당해 연도 말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명성교회는 지난 9월 27일, 청빙위원회(청빙위)를 꾸리고 김삼환 목사 후임 찾기에 들어갔다.

등록 교인 6만 명이 넘는 초대형 교회의 후임 목사가 누가 될지 사람들의 관심은 높지만, 정작 청빙위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지난 한 달간 매일 새벽에 모여 기도만 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청빙 작업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청빙위는 김성태 수석장로를 포함 장로 17명과 권사 2명으로 이뤄져 있다. 청빙위원은 당회와 각 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뽑았다.

6~12개월 전에 청빙위를 꾸리고 후임 목사 선정 작업을 하는 다른 교회들의 사례에 비추어 봤을 때, 명성교회 행보는 더딘 편이다. 두 달 만에 청빙 작업을 끝내야 하는 다소 촉박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보통 대형 교회 같은 경우 담임목사가 물러나기 몇 년 전에 후임 목사를 뽑아 같이 사역을 하기도 한다. 몸집이 큰 교회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명성교회 청빙위는 조용하기만 하다.

▲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올해 12월 말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런 와중에 교회 안팎으로 후임 목사에 대한 하마평만 무성하다. 특히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새노래명성교회)의 청빙설이 또다시 제기됐다. 현직 신학대 총장을 잠시 세운 다음 김하나 목사로 교체할 것이란 이야기를 비롯해 아예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의 통합을 거쳐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세운다는 설도 있다.

<뉴스앤조이> 기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명성교회 장로들과 김하나 목사 그리고 예장통합 중견 목회자에게 물었다. 이들은 "확정된 것은 없고, 들리는 이야기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11월 1일 일요일 명성교회에서 만난 한 장로는 "소문에 나오는 목사님들을 더하면 10명이 넘는다. 그런 이야기는 전부 바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청빙위원에 소속된 장로들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았다. 한 청빙위원은 "두 번 정도 모인 게 전부이고,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빙위원도 아직 말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이 없다면서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평소 명성교회 행보를 지켜봐 왔다는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도 아직까지 확정된 게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 목사는 11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삼환 목사님뿐만 아니라 청빙위원들의 고심이 크다고 들었다. 청빙을 단순히 명성교회 개교회 문제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공교회 문제로 접근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하나 목사 후임설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지난 2013년 예장통합 총회가 세습금지법을 제정하면서 주춤했다. 여기에 김하나 목사가 직접 나서 "세습하지 않겠다", "변칙이나 술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혀 논란은 가라앉는 듯했다. (관련 기사: 김삼환 목사 아들, "세습 안 한다" / [통합6] 세습금지법 담은 헌법 개정안 통과)

그러나 김하나 목사는 2014년 3월, 경기도 하남에 새노래명성교회를 개척했다. 명성교회는 교회 건축비 등 재정을 지원하고, 하남 지역에 사는 교인들이 새노래명성교회로 나갈 수 있게 했다. 아버지 교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김하나 목사는 변칙 세습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관련 기사: 김삼환 목사 아들의 '화려한' 분가)

▲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3년 11월, 장신대 신대원 학우회와 청어람ARMC가 공동 개최한 종교개혁 기념 세미나에서 김하나 목사는 세습을 금지하기로 한 총회 결의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2014년 3월 8일, 새노래명성교회 창립 예배에서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아들 김하나 목사를 껴안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또다시 불붙은 명성교회 후임 내정설에 대해 당사자인 김하나 목사는 뭐라고 말할까. 김 목사는 10월 31일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나도 아는 게 없어서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 남몰래 (청빙) 작전을 짜고 있다는 둥 소설만 무성하다. 지금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기자는 세습하지 않겠다고 한 말이 지금도 유효한지 물었으나, 김 목사는 확답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한 말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또다시 확인해 주기는 좀 그렇다. 당시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으니 (한 말을) 지키겠다거나 지키지 않겠다고 하기 어렵다. 최대한 좋은 길을 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 달라. 이 정도로밖에 말 못하는 점 이해해 달라."

명성교회 한 장로는, 청빙위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라면서 12월이 되기 전에 후임 목사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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