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새나 지음 / 이현숙 그림 / 선율 펴냄 / 232쪽 / 1만 3,000원

종종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 나도 모르게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때가 있다. 특별히 주인공의 '성장기'를 목도하면 그렇다. 고민 많은 청춘이라 그런 것일까? 아프고 힘든 주인공이 고민 끝에 모든 것을 이겨 내고 성장하면 나 또한 희열을 느낀다. 어쩌면 그렇게 내 모든 현실을 탈피하고 싶은 일종의 '구원 열망' 때문일 수도 있겠다.

<교회미생 김파전의 파전행전>(김정주·정새나·선율)은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 파트타임 전도사의 이야기다. 모든 청춘에게 'Welcome to 헬조선'이라 외치며 모두를 '멸망'으로 몰고 가는 사회의 현실. '금수저'라는 신의 은총 외에는 그 모든 사회 현실을 뚫고 나가기 버거운 이 시대의 현실, 그 속에서 분투하는 파트타임 전도사 김정주의 이야기다. 그는 우리에게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던져 준다. '헬조선'으로 불리는 무거운 현실과, 그 속에서 '김파전'이란 이름의 미생으로 사는 한 청춘이 만나는 '이야기' 말이다.

그 '이야기'는 '김파전'만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리고 김파전의 구원을 향한 힘찬 열망은, 어느새 김파전의 이야기인지, 우리의 이야기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2.

김파전은 우리네 일상에서 쓰이는 단어, 혹은 웃음을 지을 만한 고유의 단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를테면 소제목이 '아가리 똥내'이다. 아주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단어로 표현한다. 어쩌면 이런 단어는 김파전을 닮았다.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웃음 짓고 넘어갈 수 있는 평범함 그 자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사소하고 초라한, 평범한 단어에서 미묘한 통찰을 끄집어낸다. 그 과정에 담겨 있는 '열망'은 참으로 눈물겨우면서도 기막힌 공감을 일으킨다.

그는 흔한 '파트타임 전도사'다. 30대 초반의 '파트타임 전도사'가 알아봤자 무엇을 알겠는가. 그는 평범하게 '신앙'을 제대로 영유하지 못한 성도들에게 '판단'을 던져 준다. 또한 그들을 '계몽' 혹은 '회개'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흔한 '초보 파전'에 불과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한 그의 발버둥과 여기서 생산된 땀과 눈물은 그를 변화시킨다. 그가 흔히 생각했던 기도, 말씀, 예배가 변화시킨 것이 아니다. 공장 벽에서 찌든 때를 닦아 내면서, 군산 모텔에서 불편한 잠을 자면서, 결혼을 반대하는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쓰면서 말이다.

그의 이야기는 철저히 '성장기'의 모양새를 띈다. 무지하고도 경험이 적은 그가 다른 이유도 아닌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무지와 경험 없음을 깨닫는다. 그의 아내인 새나 씨의 말을 빌리면, 그렇게 하루하루 발버둥 치다 보니 '올챙이가 개구리'되는 역사가 일어났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 찡한 감동이 일어난다. 단순히 '김파전'이 찡한 삶을 살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바로 '나'의 이야기이고, '헬조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3.

이런 '김파전'의 분투기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있다. 앞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그의 소울 파트너 새나 씨의 짧은 코멘트다. 그리고 종종 등장하는 그녀의 짧은 묵상들이다. 함께 사는 파트너의 분투기를 같이 경험하고, 보이지 않는 분투의 현장을 목격하며 덧붙인 '코멘트'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것은 '김파전'의 성정을 묘하게 닮아 사랑스럽고도 배려심이 깊다. 또 '김파전'의 분투기가 진정 리얼한 땀과 눈물의 현장이면서 그가 만족과 기쁨을 누리고 있음을 보증한다.

종종 등장하는 묵상은 어쩌면 그냥 SNS에서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다. 대충 지나치면서 '좋아요'를 누를만한 글이기도 하고, 때로는 '평범'하다며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파전행전>에 수록된 땀내가 진동하는 스토리는 이같이 평범할 수 있는 묵상을 해석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준다. 김파전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그의 글을 읽어 보라. 그가 분투하는 삶에서 솟아 나온 '묵상'은 참으로 미묘한 느낌을 준다. 단순히 '좋은 글'이라는 느낌보다 '동질감'의 느낌이랄까? 

4.

'김파전'의 분투기는 '삶' 그리고 '목회'를 넘나든다. 먼저 그는 변변찮은 직장이나 돈도 없는데 돈이 들어갈 현실만 가득한 미생의 삶 이야기를 다룬다. 과연 그가 행복할 수 있을까? 좋은 직장, 많은 돈만으로 행복이라고 믿는 이 사회에서 그는 행복할까? 김파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경험하는 일상은 '기적'이 가득한 만나와 메추라기가 내리는 현실이 아니다. 그러나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아내가 있고, 그의 삶을 공감해줄 수 있는 독자가 있다. 김파전은 현실에 숨어 계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린다. 또한 하루하루 본인이 성장하는 기쁨을 누린다. 어쩌면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희망'을 제시한다. '헬조선에서도 자족할 수 있어!'라고 말이다.

더군다나 그가 '목회자'로서 성숙해 가는 모습은 참으로 신비하다. 재정적인 문제로 '신대원 진학'을 보류한 상황이지만 삶의 치열한 분투 속에서 점점 여물어 가고 숙성된다. 이는 동일한 상황에 놓인 목회자 후보생들에게는 복음이다. 또한 깨어진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아파하는 성도에게도 동일한 '복음'이다. 화려하고 장대해 보이는 '예루살렘'은 멸망하고 있지만, 희망이 없어 보이는 갈릴리에 '김파전'과 같은 이야기들은 솟구치고 있으니 말이다.

5.

목회자들은 목이 곧게 선 존재이며 자기 자랑 하기에 여념이 없는 '말 많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김파전'은 다르다. 그의 글에는 '찌질함'과 '소심함'이 은연히 묻어난다. 일반적인 '목회자'들과는 전혀 다른 향내를 풍겨 댄다. 아니, 독자이면서 괜한 걱정이 든다. '정말 이래도 돼?'라고. 하지만 그가 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공감하고, 눈물짓게 된다. 겉으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질그릇이지만, 그 안에 감동을 일으키는 귀한 삶의 이야기가 풍성하다.

<파전행전>은 헬조선을 살아가는 '김파전'이란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영웅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다. 함께 고통당하는, 찌질하고 소심하기 짝이 없는 '미천한' 파트타임 전도사로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우리만큼' 울어보고, '우리만큼' 걱정하며, '우리만큼' 아파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은연히 자신의 '성장기'를 들려준다. 그 안에 우리네 삶이 귀하고 찬란하며, 너무도 소중한 삶이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아프고 걱정하며 울고 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삶이라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김파전'은 '복음'을… 충분히 삶으로 써내고 있었다. 

홍동우 / 부산장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일단은 경계해야 할 위험한 사람인지, 세상에 대하여 경계를 하고 있는 불안정한 사람인지, 혹은 온갖 경계선 위를 돌아다니는 사람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경계인'이라는 사실. 부산의 한 교회에서 청소년들과 어울리며 삶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