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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란 무엇인가 - 잠언-욥기-전도서의 상호작용> / 송민원 지음 / 감은사 펴냄 / 248쪽 / 1만 6000원
<지혜란 무엇인가 - 잠언-욥기-전도서의 상호작용> / 송민원 지음 / 감은사 펴냄 / 248쪽 / 1만 6000원

여기 성경과 씨름하는 한 사람이 있다. 교회와 학교에서 듣고 배운 피상적인 대답과 성경 본문을 견주어 보며 '이것이 그러한가'(행 17:11) 고민하는 사람. 성경 본문을 읽어 가며 "나는 이 구절이 이걸 의미하면 좋겠어"(19쪽)라는 자신의 욕망과 씨름한 사람이다. <지혜란 무엇인가 - 잠언-욥기-전도서의 상호작용>(감은사)은 성경 본문과 씨름한 송민원 목사의 노고가 담긴 작품이다.

책의 전개 방식은 일관적이다. 저자는 고대 근동 언어 전문가답게 본문을 다루는 데 거침이 없다. 잠언·욥기·전도서에서 오독해 잘못 인용되는 본문들을 또박또박 짚어나간다. 이를테면, 잠언 11장 16절의 재물을 얻는 '근면한 남자'는 '폭력적인 남자'로 읽어야 하고, 잠언 36장 10절의 '현숙한 여인'은 "지혜롭고 정숙한 유교적 품성"(75쪽)을 가진 여인이라기보다 '유능한 여인'으로 이해해야 옳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성경 구절의 번역 오류를 디테일하게 다잡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지혜서 각 책이 담고 있는 일관된 신학적 메시지를 향해 직진한다. 저자에 따르면, 잠언은 '규범적 지혜'에 가깝다. 선악이 분명하고 선은 복으로, 악은 화로 귀결된다. 반면 욥기와 전도서는 규범적 지혜의 대척점에 있는 '반성적 지혜'에 가깝다. 욥기는 기구한 사연을 지닌 욥이라는 한 인물의 인생이라는 협소한 범위 속에서, 전도서는 세대를 넘나드는 창조 세계라는 광대한 범위 속에서 '잠언의 규범적 지혜로 세상만사를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이 책 부제는 '잠언-욥기-전도서의 상호작용'이다. 저자는 "지혜로운 운전자"(240쪽)라는 흥미로운 비유로 지혜서들의 상호작용을 묘사한다. 지혜로운 운전자는 규범(잠언)을 충실히 익히는 동시에 규범 밖에서 일어나는 일(욥기·전도서)을 염두에 두고 운전한다. '지혜로운 독자'라면 잠언·욥기·전도서가 각기 다른 시각에서 들려주는 지혜의 메시지를 상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상호 보완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 책을 단순한 '지혜서 개론서'쯤으로 소개하기는 아쉽다. 이 책에는 성경과 씨름하는 태도가 서려 있다. 한국교회 강단에서 이뤄지는 설교 대부분은 성경 본문을 읽고 해석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는다. 설교자들은 피상적인 대답에 머문 채로 설교하거나, '이 구절이 이걸 의미하면 좋겠어'라는 욕망에 휘둘려 설교하는 경우가 많다. 성경 본문에 대한 곡해를 따져 묻고 바로잡으며 각 번역본의 장단점을 해설한 저자의 논지 전개와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잠언·욥기·전도서가 서로 주고받으며 그려 내는 지혜서의 전체적인 논지를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흥미진진하고 쉽게 읽힌다. 또한 성경 본문에 대한 존중과 경외가 사라진 현실에서 성경을 더 충실하게 읽고 해석하고자 하는 이에게 도전을 준다. 신선한 영감뿐만 아니라 '이것이 그러한가' 씨름해 보라며 판을 벌이는 책이다.

홍동우 / 책을 읽어야겠다고 매번 마음만 먹는 부산 사는 목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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