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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표시 빼먹은 총신대 이한수 교수, 표절 인정 않고 해명
전공 '바울'과 '성령', 제임스 던과 막스 터너 저서 표절..."절판·재집필하겠다"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5.06.15 22:38

외국 사람과 조금 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말하다 말고 갑자기 손가락 두 개를 들고 까닥까닥 제스처를 취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한 말이 남의 생각이나 말임을 알릴 때 하는 행위다.

우리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교수들을 보면, 남의 말이나 글을 그대로 가져다가 이름만 바꿔서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문단을 문장 단위로 쪼개 자신의 글에 양념처럼 첨가하는 경우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사람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약학을 가르치는 이한수 교수다. 시간상으로는 앞에서 이미 언급됐던 모든 교수들보다 더 먼저 표절 의혹을 받았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성하 목사의 전공이 신약인데다가 이한수 교수의 책을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이성하 목사는 설교 준비나 공부할 때 이한수 교수의 글을 많이 봤다고 했다. 더 도움을 받고 싶어 각 책의 참고 문헌에 이름을 올렸던 원서를 하나둘씩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이 교수의 책 상당 부분에서 외국 저서와 유사한 점을 발견했다.

이한수 교수, "지대한 영향을 받은 스승의 이론을 소개하고 싶었다"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이한수 교수의 저서는 <신약이 말하는 성령>(솔로몬, 2009)과 <복음은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레서원, 2008)이다. 우선 <신약이 말하는 성령>부터 살펴보자. 책의 일부는 아예 막스 터너가 쓴 <Power from on High>와 <The Holy Spirit and Spiritual Gifts Then and Now>를 그대로 번역한 후 조금 각색해서 실었다. 인용이나 각주 표기를 누락한 것이 아니라 내용 전체를 터너의 책에 의존하고 있다. 아래를 보자.

 

   
▲ 왼쪽은 이한수 교수의 <신약이 말하는 성령>(솔로몬)이고 오른쪽은 막스 터너(Max Turner)의 <The Holy Spirit and Spiritual Gifts Then and Now>다. 첫 번째 사진에서 이한수 교수는 터너의 전개를 그대로 소제목까지 따왔다.

 

터너의 영어 원서와 비교해 보면 논리 전개 및 문단 구성 등이 이한수 교수의 책과 똑같다. 막스 터너가 쓴 <The Holy Spirit and Spiritual Gifts Then and Now>는 <성령과 은사>(새물결플러스)라는 제목으로 2011년에야 한국에 소개됐다. 완역된 한글판 책과 비교해 보면 데칼코마니처럼 같은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한수 교수는 <뉴스앤조이>에 표절 의혹을 해명하는 답변서를 보내 왔다. A4 용지 세 장 분량으로, 자신이 문제의 책들을 출판하게 된 과정과 세간에 제기된 표절 의혹을 해명하는 글이었다.

그는 우선 터너 교수와의 오래된 인연을 소개했다. 자신이 영국에서 공부할 당시 막스 터너에게 큰 가르침과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워낙 많은 영향을 받은 은사이기에 그의 성령론 신학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 글을 참조했다고 밝혔다.

"책의 서문에서나 본문 또는 각주에서 빈번하게 그의 영문 원저의 주장들을 직·간접 인용하기도 했으며 때로 포괄적인 인용 방식으로 본인의 주장이나 진술이 터너에게 의존한 것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한수 교수가 터너 교수의 글을 표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터너의 책을 참조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애초에 이 책을 강의안으로 쓰기 위해 만들었는데 급하게 책으로 출판하게 되면서 출처 표기 등에 세심하게 신경쓰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답변서에는 없지만, 이 교수는 터너 교수의 글을 허락하에 썼다는 점을 기자에게 밝히기도 했다. 24년 전 성령론에 관한 집필을 시작할 때, 터너의 글을 가져다 쓰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영국에 보냈다고 했다. 그는 표절 의혹이 불거진 후, 터너 교수에게 24년 전 자신이 허락을 구한 것을 기억하느냐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아직까지 터너로부터 답은 오지 않았다.

사실 이한수 교수는 자신의 과오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신약이 말하는 성령>(솔로몬)은 2001년 <신약은 성령을 어떻게 말하는가>(이레서원)라는 제목으로 이미 한 번 출판이 된 책이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표기법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기존의 책을 절판하고, 2009년 새로운 출판사인 솔로몬에서 다시 출판했다. 그는 "책을 재출간할 당시 초판의 문제들을 수정, 보완할 때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그것을 정리할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고 답변서에서 밝혔다.

11년간 준비해서 집필했다는 책, 유명 주석 부분 표절

이번에는 이한수 교수가 2008년 출판한 <복음은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레서원) 차례다. 이 책은 2002년 발표한 <로마서 1>(이레서원)과 하나로 통합한 통권 로마서 주석이다.

이한수 교수는 이 책에서 인용 표시 없이 제임스 던(James Dunn)의 책을 베꼈다. 문단 전체를 가져다 쓰면서 인용 표기도 없고, 어떤 부분은 각주가 없는 경우도 있다. 왼쪽이 이한수 교수의 책이고 오른쪽은 제임스 던(James Dunn)의 WBC 로마서 주석이다.

   
▲ 이한수 교수가 쓴 부분과 제임스 던(James Dunn)이 쓴 부분을 비교하면 유사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설사 인용과 각주가 제대로 명시되어 있다 하더라도, 글의 내용이 원저자의 것과 상당 부분 유사하면 '저작권 침해형 표절'에 해당한다고, 송병현 교수의 경우에서 살펴봤다. (관련 기사: 베스트셀러 구약 백과사전, '짜깁기 표절' 의혹

   
▲ 설사 인용 표기가 제대로 됐다고 해도, 내용 자체가 굉장히 흡사하면 '저작권 침해형 표절'에 해당한다.

번역서라고 해도 믿을 만큼 두 저자의 글이 같다. 그런데 따옴표가 없는 것은 물론 원서의 어디에서 따온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 부분에 대해 이한수 교수의 답변을 들어 보자.

"본인은 특히 '로마서 1(1~8장)'을 집필할 당시 던 교수의 주석을 다른 주석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중 있게 참조한 것이 사실이고, 그의 다른 논문과 저서도 다수 참조하였습니다. 던 교수의 주석을 참조하여 쓴 부분에서 그의 중요하고 독특한 주장일 경우에 대부분 직간접 인용 방식으로 출처 표기를 한 것은 사실이고(중략)."

이한수 교수는 던의 로마서 주석을 비중 있게 참조했을 뿐, 던의 논지를 그대로 따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 안에서 던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던 교수의 중요한 주장들을 본인 주석에 사용할 때, 직간접 인용 방식으로 출처 표기를 대부분 제대로 했지만,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냥 부연 설명하고(paraphrase) 지나간 부분들이 더러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문제가 된 저서 두 권을 출판사와 상의하에 절판했다고 했다. <신약이 말하는 성령>과 <복음은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각각 출판한 솔로몬과 이레서원은 두 책을 절판하고 이한수 교수와 앞으로 대응 방법을 의논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한수 교수는 책 서문에 막스 터너와 제임스 던을 참조했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답변서에 그가 썼던 책 두 권을 고쳐서 다시 출판하겠다고 했다.

신학교 교수들의 저서 표절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교수들이 줄줄이 표절 심판대에 올랐다. 현재 페이스북 '표절반대' 그룹에서 유명 출판사가 펴낸 주석 시리즈와 주요 신학교 교수의 저서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뉴스앤조이>는 앞으로 문제가 된 교수들이 재직하고 있는 신학교의 반응과, 문제가 된 책을 출판한 출판사의 대응 방법을 차례로 보도할 예정이다.

아래는 이한수 교수가 쓴 답변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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