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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잘나갔던 신학생들의 교과서, 표절 논란
총신대학교 김지찬 교수 구약 역사서 개론, 무단 해외 학자 글 짜깁기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5.06.04 18:54

사회에서 학자나 유명 인사에게는 표절과 관련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교육부장관으로 내정됐던 김병준 교수는 제자의 논문을 베껴 자신의 것처럼 학술지에 올린 사실이 발각되자 도덕성 논란이 일어 교육부 청사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이웃 종교 불교도 표절 논란이 있는 보광 스님을 동국대학교 총장으로 뽑았다가 후폭풍을 맞고 있다. 한창 잘나가던 강사였던 '국민 언니' 김미경 씨는 또 어떤가. 사람들에게 독설을 내뱉으며 인생의 조언을 던지던 그가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자 대중은 등을 돌렸다. 

최근 신학교 교수들의 저서를 둘러싼 표절 논란으로 인터넷이 뜨겁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교수들은 모두 영미권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을 둘러싼 의혹은 지난 3월부터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다. 저서의 어느 한곳만 콕 집어서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교수마다 저서 한 권에서 발견할 수 있는 표절 의혹 부분만 수십 곳이다. 

<뉴스앤조이>는 저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교수들의 사례를 차례대로 소개할 예정이다. 

표절 사례 소개에 앞서서 일반적으로 어떤 경우를 표절이라고 하는지 알아보자. 서울교육대학 이인재 교수는 연구윤리정보센터에 올린 글에서, 표절은 '다른 사람의 글이나 아이디어를 훔치고 그 훔친 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은근히 주장하는 행위'라고 했다.

표절의 경우를 조금 더 자세하게 구분하기 위해 표절 확인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단체가 운영하는 plagiarism.org라는 미국 사이트의 도움을 받았다. 이곳에서는 저작물 표절에 대한 세부적인 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의 저작을 글쓴이의 것처럼 보이게 하는 행위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단어를 인용 표시 없이 복사하는 행위 △각주 없이 단어를 바꿔서 문장의 구성을 그대로 복사하는 행위 △각주가 있든 없든 저작물의 상당한 부분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단어들을 복사한 행위

총신대학교 김지찬 교수 대표 저서 표절 의혹

   
▲ 김지찬 교수의 여러 저서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책은 <요단강에서 바벨론 물가까지: 구약 역사서의 문예적-신학적 서론>(생명의말씀사)다. 그는 1999년에 이 책을 저술했는데 책 곳곳에서 해외 학자들의 글을 베껴 온 흔적이 드러났다.

김지찬 교수는 총신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개혁적인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 교수는 2012년부터 학교 이사장의 인사권 전횡에 맞서 왔다. 이사장의 비리를 지적하고 학생들의 수업 거부 사태 때 학생들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이사장과 학교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모두 승소한 상태다. 

그의 저서 <요단강에서 바벨론 물가까지: 구약 역사서의 문예적-신학적 서론>(생명의말씀사)를 둘러싼 의혹은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정확하게 책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알려진 바는 없고 떠도는 소문만 있었다. 신학책의 오역과 번역 문제를 공론화한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가 페이스북에 이 책의 표절 의혹을 공개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이성하 목사는 참고 문헌 목록에 있었던 해외 학자들의 저서와 김 교수의 글을 비교하니 표절 논란이 될 만한 부분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문제가 된 책은 구약 역사서 개론이다. 이 책은 1999년에 출판된 이후 신학생들의 교과서로 꾸준하게 사용됐다. 김 교수는 이 책을 쓸 때, 구약서마다 다양한 저서를 참고하며 여러 전문가의 책을 부분적으로 발췌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에게 제기된 표절 의혹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아래와 같다. 다른 사람의 글을 번역해서 인용 표시 없이 자신이 쓴 글처럼 꾸몄다. 

아래의 사진 중 왼쪽은 김 교수의 것이고 오른쪽은 그가 번역한 해외 저자 고든 미첼(Gordon Mitchell)의 글이다. 

   
▲ 왼쪽이 김지찬 교수의 글이고, 오른쪽은 고든 미첼의 글이다. 김 교수는 출처 표기 없이 이 부분을 자신이 쓴 글 사이에 끼워 넣었다. 책을 읽다 보면 이 부분은 김 교수가 쓴 것처럼 보이지만 미첼의 글을 번역한 것이다.

이처럼 출처를 밝히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글을 번역해서 김 교수 자신이 쓴 것처럼 둔갑시킨 경우는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아래는 리처드 바우만(Richard Bowman)의 글을 가져온 것으로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 왼쪽은 김 교수, 오른쪽은 바우만의 글이다. 이것도 바우만의 글을 번역해서 자신의 글 사이에 끼워 넣었다. 명확한 출처 표기 없이, 성경 구절이나 생각을 덧붙이는 방법으로 자신의 글처럼 포장했다.

김지찬 교수는 정확한 각주 없이 해외 학자의 글을 번역해서 자기의 글 사이에 끼워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첼이나 바우만이나 방법은 같았다. 바우만의 글에서는 한 문단을 둘로 나눠서 위 아래로 배치하고, 그 사이에 성경 구절과 생각 등을 덧붙이면서 자기가 쓴 글처럼 포장했다. 

다른 각주 달고 본인이 쓴 것처럼 포장

또 다른 표절 논란의 유형을 살펴보자. 이번에는 다른 저자의 글을 통째로 가져와서 책 한 장(Chapter)을 쓴 정황이 포착된 경우다. 

우선 김 교수의 책 453쪽을 보자. 이 장의 첫 번째 문단에서 "열왕기의 연대 데이터는 외적인 문제와 내적인 문제들을 모두 안고 있다. 그 종류는 다음과 같다"라는 말 뒤에 각주가 달려 있다. 그가 단 각주는 '에드윈 R. 딜레, 히브리 왕들의 연대기, 한정건 역(기독교문서선교회, 1995), 41~54'이다. 김 교수는 딜레의 글을 참고해서 열왕기 연대 데이터의 문제점을 4가지로 요약했다. 

딜레의 책을 가지고 연대 데이터의 문제점을 4가지로 요약한 책은 또 있다. 김지찬 교수가 참고 문헌 목록에 올린 데이비드 하워드(David Howard)의 <구약 역사서 개론>(크리스챤출판사)이다. 하워드 교수는 김 교수보다 6년 앞선 1993년에 이 책을 냈다. 그도 김 교수처럼 딜레의 책을 참고해서 연대 데이터의 문제점을 작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 교수와 하워드 교수, 둘 다 딜레의 글 중에 같은 부분을 보고 요약한 셈이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두 사람의 글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이다. 총 13쪽에 달하는 글을 두 쪽으로 요약하는 과정에서 네 문단이 나왔다. 그런데 각 문단 내에 문장의 구성과 순서가 거의 같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였을까. 하워드의 책이 한국에 소개된 것은 2001년이다. 시간상으로 볼 때 김 교수가 하워드의 글을 번역하면서 몇몇 단어를 바꾼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하워드가 참고했다고 밝힌 딜레의 책을 각주로 단 것이다. 

확실한 이해를 위해 문제되는 부분을 비교했다. 왼쪽은 김지찬 교수의 글이고, 오른쪽은 하워드의 글이다. 

   
▲ 위의 네 문단은 딜레의 책 <히브리 왕들의 연대기> 중에서 13쪽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요약한 것 치고는 내용이 거의 흡사하다.

몇 가지만 언급했지만 사실 김 교수가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부분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어떤 부분은 해외 저자의 글을 도표로 만들어 자기 책에 실은 경우도 있었다. 

저자·출판사, "아직 검토 중이다"

이성하 목사가 김지찬 교수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한 지 거의 한 달이 지났다. 김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는 것을 5월 말쯤에 출판사를 통해 알았다고 했다. 그는 출판사가 문제가 된 부분을 정리해서 확인을 부탁해 왔지만, 책이 800쪽 가까이 되기 때문에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어떻게 대응할지는 출판사와 상의를 하겠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책을 출판한 생명의말씀사의 반응도 김 교수와 비슷했다. 생명의말씀사는 이성하 목사에게 메일을 받고 표절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출판사 자체적으로도 내부 검토를 하겠지만 우선 저자의 판단과 의견을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저자와 출판사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출판사가 먼저 나서서 표절을 기정사실화하고 대처 방안을 강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생명의말씀사 관계자는 "이번 일은 책 한 권의 생명을 죽이느냐 살리느냐는 문제와 직결된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찬 교수가 속한 총신대학교는 학생들의 표절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신학대학원 홈페이지에 보면 '부정행위자 징계에 관한 규정'이라는 부분이 있다. 이 규정 제5조는 '(연구 과제물의 표절) 학생이 연구 과제물(또는 논문)을 제출함에 있어 타인의 과제물을 표절한 흔적이 현저하다고 지도 교수가 판단한 경우에는 시험 부정과 동일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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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 sung-joo lee 2015-06-05 02:17:24

    한국사회의 바른 성장을 저해하는 각계각층에 만연되어있는
    표절문화가 고쳐질수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출발점이되기를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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