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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의혹' 요한계시록 전문가 이필찬 소장, 문제 시인하고 공개 사과
대표 저서 <내가 속히 오리라>, 해외 신학자 글 도용...<HOW 시리즈-시편> 저자도 표절 인정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5.06.12 15:22

표절 논란에 휘말리는 신학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페이스북 '표절 반대' 그룹에는 신학자 8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이필찬 소장(이필찬요한계시록연구소)과 전 성결대학교 교수 이성훈 목사(방배아름다운성결교회)가 6월 11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표절 반대'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시인하고 사과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직역해 놓고 따옴표 생략하는 것도 표절...이필찬 소장, "전적으로 내 잘못"

이필찬 소장은 국내에서 요한계시록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평소 요한계시록 강의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그의 대표 저서 <내가 속히 오리라>는 2007년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최우수도서(국내 신학 부문)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내가 속히 오리라>가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는 5월 24일 '표절 반대'에 글을 올려, 이필찬 소장이 그레고리 비일(G.K. Beale)과 그랜트 오즈번(Grant Osborne), 데이빗 오니(D. Aune), 윌프리드 해링턴(Wilfrid Harrington) 등 해외 학자가 쓴 책의 내용을 제대로 된 출처 표기(직접 인용하면서 따옴표를 넣지 않는 등) 없이 가져다 썼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보자. 다음은 이필찬 소장의 글과, 이 교수가 인용한 해링턴의 글이다.

   

이필찬 소장은 해링턴의 글을 인용하면서 출처를 밝혔다. 그러나 이성하 목사는 이 소장이 거의 직역 수준으로 글을 옮겨 놓고서도 따옴표를 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성하 목사는 "남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따옴표를 치지 않는 경우는, 문장이나 단어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풀어 설명하거나 아이디어만 가져올 때다"라고 말했다. 이성하 목사는 "<내가 속히 오리라>에서 (문장이나 단어를 그대로 가져왔음에도) 따옴표를 치지 않은 것까지 몽땅 표절로 보면, 장담컨대 인용 문장이 있는 페이지는 전부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자료를 보자. 이필찬 소장은 <내가 속히 오리라> 432쪽에서 오니의  <WBC 주석 – 요한계시록>을 인용한다. 그런데 이 각주는 오즈번의 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필찬과 오즈번, 두 학자가 인용한 이 내용은 오니의 책 582쪽이 아니라 532쪽이다. 오즈번과 이필찬 소장 모두 582쪽으로 '같은 실수'를 한 것이다. 이필찬 소장이 오니의 책이 아닌, 오즈번의 책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정황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물론 이 부분은 표절이 아니라 재인용 표기에 대한 단순 실수로 볼 수도 있다. 출처 표기만 제대로 했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례들이 자꾸 공개되자, 많은 사람이 이필찬 소장의 표절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표절 반대'에 이와 같은 사례가 계속 공개되면서, 이 소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책의 대부분은 인용 표기를 충실히 했기 때문에, 일부 누락은 단순 실수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이 소장의 빠른 응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 이필찬 교수의 대표 저서 <내가 속히 오리라>(이레서원). 2007년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최우수도서(국내 신학 부문)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은, 해외 학자가 쓴 책의 내용을 제대로 된 출처 표기(직접 인용하면서 따옴표를 넣지 않는 등) 없이 가져다 썼다고 지적받으며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의혹이 제기되자 이필찬 소장은 "표절을 했을 수도 있다"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성하 목사가 5월 24일 공개한 이필찬 소장의 메시지에 따르면 "표절을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표절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소장은 5월 29일 한 번 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성하 목사에게 보낸 메일에서, "요한계시록을 전공하는 박사 과정 예정 학생에게 의뢰해 비일의 책을 중심으로 표절한 내용을 조사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며칠 동안 진행되었던 조사 내용을 전달받은 결과, 표절의 흔적들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표절의 흔적을 확인하게 됐다"는 이필찬 소장의 입장 표명은, 완전 시인도 완전 부인도 아니었다. 이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던 차에, 이 소장은 6월 11일 '표절 반대'에 직접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 소장은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문제는 무조건 저의 실수이고 저의 문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러한 저의 실수를 알려 준 분들의 수고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중략)

제가 좀 더 사려 깊게 살폈어야 하고 더 성실하게 참고 자료들이 무엇이었는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조사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강의안 중심으로 엮어졌던 저의 다른 모든 저술들을 재검토하려고 합니다. 책의 절판 문제 등을 출판사와의 긴밀한 상의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책임지고 감당해 나가려고 합니다. 저의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저를 신뢰해 주셨던 분들을 실망시킨 점에 대해서 깊은 사과의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 이필찬 소장이 표절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소장은 <내가 속히 오리라>의 상당 부분을 출처 표시 없이 저술했다고 밝혔다.

출판사, 5월 초 이미 이 소장에게 표절 여부 질의...이상 없다는 답변 받아

<내가 속히 오리라>를 출판한 이레서원도 <뉴스앤조이>에 서면으로 입장을 전했다. 이레서원도 이필찬 소장에 대한 표절 문제가 제기된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레서원은 이필찬 소장이 7월 말까지 미국에 가 있어 원활히 소통하지 못했지만, 일단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출고 정지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레서원은 이미 4월 초 이필찬 소장에게 표절 가능성을 물었다고 했다. 신학자들의 표절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 소장은 당시에 '전혀 표절 문제가 없다'고 확답했다.

"출판사에서는, 여러 교수들의 표절 문제가 공론화되었을 당시(4월) 이필찬 교수님께 <내가 속히 오리라>의 표절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여러 차례 문의하였으며, 이 책은 전혀 표절 문제가 없다는 확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일부 출처 누락의 실수는 있을 수도 있으므로 교수님께 검토 요청을 드렸고, 몇몇 본문에서 출처가 누락된 부분을 수정하여 새로운 수정판을 5월 1일 인쇄하였습니다. 그러나 5월 24일 표절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레서원은 책을 만들 당시 이 소장의 명성 등을 고려, 그가 표절했을 거란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이필찬 소장이 세계적인 신약학자 리처드 보컴(Richard Bauckham)의 지도를 받았다는 점, 보컴과 김세윤 교수(풀러신학교)의 추천사를 받은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HOW 주석 시리즈> 시편 부분 저술한 이성훈 목사도 표절 인정

전국의 신학자 및 목회자 239명이 참여한 <HOW 주석 시리즈>(두란노서원)도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지성 전도사는 6월 8일 '표절 반대'에 올린 글을 통해 "두란노에서 출판된 <HOW 주석 17 시편 1-41> 중에서 시편 34편의 주해 부분을 참고하다 깜짝 놀랐다"면서 이 책의 대부분이 <WBC Psalm vol.1>을 베꼈다고 했다. 인용 부호나 각주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일반 목회를 하고 있는 김훈 목사도 해당 저서가 표절로 보인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시편 2편 부분을 비교해 보니 <WBC 주석>과 <HOW 주석 시리즈>가 거의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문제가 제기된 지 4일 만에 저자는 해당 내용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HOW 주석 시리즈>의 일부를 집필한 이성훈 목사는 6월 11일 오전 사과문을 '표절 반대' 게시판에 올렸다. 이 목사는 "이 일을 진실되게 고백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 학자의 양심, 아니 목회자로서 신앙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라며 표절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모든 이들에게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 이성훈 목사도 '표절 반대'에 사과문을 올리고, "자신을 둘러싼 표절에 관한 모든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무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사과문으로 끝날 문제 아냐다른 저서 표절 여부, 후속 조치 지켜봐야"

하루 새 두 건의 사과문이 연달아 올라왔다. 사과문이 게시되자, 많은 사람이 이필찬 소장과 이성훈 목사에게 격려와 감사를 표시했다. 이들은 앞서 표절 논란에 휘말린 교수들보다는 훨씬 빠르게 대응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말로만 사과하지 말고 책임 있는 조치를 하라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옥성득 교수(UCLA)는 '표절 반대'에 올린 글을 통해 "사과와 죄 고백은 회개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 (표절한 자는) 어디가, 무엇이 표절이었고, 어떤 책을 보고 표절했는지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대충 사과요 대충 회개요 비겁한 일이다"고 했다. 이성하 목사도 이필찬 소장에게 그가 쓴 다른 책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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