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이 이단검증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다락방 류광수 목사를 재검증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8일 기자회견 모습.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사진 오른쪽)는 이날 홍재철 목사(사진 왼쪽)의 신앙 노선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난해 8월 초,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교계는 술렁였다. 초대형 교회 당회장이 내우외환을 겪고 있던 한기총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이단 해제 문제로 예장합동·고신이 뛰쳐나갔고, 당시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소송에 휘말렸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이 목사의 등장은 말 그대로 '뜻밖'이었다. 

한기총은 9월 2일 임시총회를 열고 이영훈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추대했다. 이 목사가 한기총에 뛰어든 목적은 한국교회 연합, 이단 문제 해결과 맞닿아 있었다. 그는 특히 이단 문제가 한국교회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면서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매듭짓겠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11월 말, 각 교단과 신학교, 연합 기구 등 앞으로 류광수·박윤식 목사에 대한 재심 신청을 받고, 작업에 들어갔다. 

예장통합과 감리회, 기하성 서대문 등 각 교단을 포함해 한교연, <현대종교>, 172명의 신학자 등 6곳이 한기총의 이단 해제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한기총이 이단을 해제할 권한이 없다면서 결의를 무효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계 '민심'은 들끓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는 류광수·박윤식 목사를 이단으로 볼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놓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예장통합과 감리회에 이단성이 있다고 역으로 시비를 걸었다. 이대위는 1월 27일 열린 정기총회에 기각 내용을 담은 재심 보고서를 상정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총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총회를 주재한 이 목사는, 정관에 따라 이단 보고서는 임원회와 실행위원회 결의를 거쳐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 목사의 공약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홍재철 목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인사 개편 단행…류광수 목사, 공동회장 자진 사퇴 

이영훈 목사는 2월 27일 임원회를 열고, 이단검증특별위원회(이단검증위·오관석 위원장)를 설치했다. 류광수 목사를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홍재철 목사와 예장개혁 측 인사들이 강하게 반대했지만, 이단검증위 설치 안건은 거수투표 끝에 통과했다. 한기총 명예회장이기도 한 오관석 위원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임명만 됐을 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고 했다. 이단 해제 논란에 대해 오 위원장은 "류광수 목사를 연구·조사해 본 적 없어서 잘 모른다. 현재로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단특검위는 3월 12일 첫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인사 개편 상황을 들여다보면, 과거 홍재철 목사의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엄진용 목사(기하성)를 총무직무대행에, 이대위원장에 박중선 목사(합동진리)를 임명했다. 질서확립위원장에 임명된 박승학 목사(기하성)는 "(이영훈 목사가) 개혁에 대한 뜻이 확고하다. 함께 발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회장에 이름을 올렸던 류광수 목사는 자진 사퇴했다. 공동회장은 교단 총회장을 지낸 사람만 가능한데, 류 목사는 총회장을 지낸 적이 없다. 한기총 관계자는 류 목사의 이름은 직원 실수로 올라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기총 일부 관계자들과 이영훈 목사 측근들은 한기총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임원들 상당수가 '홍'에서 '훈'으로 갈아탄 만큼 이단 문제도 조만간 결실을 맺을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는 "이단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영훈 목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고 했으니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홍재철 목사, "류광수 목사 재검증은 불법" 

한기총의 변화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다. 직전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3월 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대체 몇 번을 조사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대표회장일 때 류광수·박윤식 목사를 세 번이나 조사했는데, 이단성은 발견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영훈 대표회장도 '류광수 목사를 절대로 이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임원회가 류광수 목사를 검증하기로 한 결정은 존중하지만,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대위의 재심 보고서가 정기총회에 상정됐고, 사실상 받아들여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홍 목사는 총회에서 끝난 것을 임원회와 실행위로 넘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이영훈 목사와 홍재철 목사는 지난해 8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공동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공동 선언문을 낭독한 이 목사는 "지금껏 한기총은 대내외 모든 도전과 시련에도 흔들림 없이 한국교회 보수 신앙의 보루로 복음주의 신앙 전통을 지켜 왔다. 이 같은 신앙 전통을 지키려고 노력한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의 신앙 노선을 적극 지지하고, 한기총이 진행한 모든 것은 본인이 수용하고 계승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홍 목사는 공동 선언문에 따라 이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가 되고, 당선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 자신이 진행한 모든 일에 대해 이 목사가 수용하고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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