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사진 오른쪽)가 8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재철 목사의 신앙 노선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한기총이 진행해 온 모든 것을 수용하고 계승하겠다고 했다. 홍재철 목사(사진 왼쪽)는 한기총을 위해 대표회장에서 사퇴하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금껏 한기총은 대내외 모든 도전과 시련에도 흔들림 없이 한국교회 보수 신앙의 보루로 복음주의 신앙 전통을 지켜 왔다. 이 같은 신앙 전통을 지키려고 노력한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의 신앙 노선을 적극 지지하고, 한기총이 진행한 모든 것은 본인이 수용하고 계승하기로 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제20대 대표회장 후보로 나선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8월 28일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들을 비롯해 한기총 임원, 교계 기자 등 총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목사는 8월 13일 한기총 대표회장 출사표를 던졌다. (관련 기사 : 이영훈 목사,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

이영훈 목사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은, 그동안 홍재철 목사가 밝혀 온 입장과 다르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앞서 낭독한 공동 선언문을 봐도 알 수 있다. 선언문에는 △한기총에서 이탈한 모든 교단은 조건 없이 복귀토록 최선을 다하고 △WCC의 잘못된 신학 사상을 반대하고 △교회협·정교회·가톨릭이 체결한 직제협의회를 적극 반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공동 선언문 바로 보기)

기자회견 내내 이 목사는 한기총의 정통 신앙을 따를 것이며,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통합을 위해 한영훈 대표회장을 백 번이라도 만날 의사가 있다고 했다. 다만 '집을 나간 사람(한교연)'이 돌아오는 게 원칙이라며 탈퇴한 모든 교단이 한기총에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한다고 했다.

▲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단 문제에는 즉답을 피했다. 다락방 류광수 목사와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원로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한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이 목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모든 것을 처리하겠다"고만 말했다. 모든 것은 임원회와 실행위를 거쳐 처리한다면서 한 치의 의혹이나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근 논란을 빚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기하성 여의도 총회 임원회는 8월 18일 교회협과의 행정을 보류하고, 내년 5월 총회에서 탈퇴하기로 결의했다. (관련 기사 : 순복음교회, 교회협에서 한기총으로 갈아타나) 행정 보류 안건은 실행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 2011년 교회협 회장을 역임한 이영훈 목사는 교회협의 진보적인 사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통 보수 교단인 기하성은 복음주의 신앙을 견지한다면서 교회협과의 협력은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WCC(세계교회협의회)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목사는 WCC가 UN과 같은 단체라고 했다. 급진적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동성애, 종교 다원주의, 공산주의 등 신앙과 무관한 이념이 나왔다고 했다. 지난해 WCC 제10차 부산 총회에 참석해 설교한 것은, 주최 측이 최초로 오순절의 밤 행사를 기획해 초청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동조하지 않을 신학 사상에 동의할 이유도 없고, 앞으로 동의하지도 않겠다"면서 WCC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 목사의 기자회견은 40분 만에 끝이 났다. 질의가 계속되자 사회를 본 이강평 명예회장은 시간상의 이유로 기자회견을 종료했다.

교계 관계자들, "걱정 반, 기대 반"

▲ 이영훈 목사는 한국교회를 개혁하기 위해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목사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은 그동안 홍재철 목사가 강조해 온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기총을 이탈한 교단은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하고, WCC의 신학 사상을 반대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편 이영훈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를 지켜본 교계 인사들은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쏟아냈다.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측은 홍재철 목사를 가장 큰 이유로 든다. 홍 목사가 일선에서 물러나도, 홍 목사의 측근들이 한기총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홍 목사의 최측근 배인관 사무총장은 홍 목사의 사퇴와 관계없이 한기총에서 계속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총 전 총무 최희범 목사는 이 목사가 대표회장에 출마한 것은 십자가를 지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단·파벌 문제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사람 버리게 되는 것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한 최 목사는, 이 목사에게 개혁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목사가 명예욕을 위해 출마한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다만 한기총에 들어가 구체적으로 뭘 바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홍재철 목사가 물러난 지금이 한기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적기라고 보는 이도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는 한기총이 본연의 보수 연합 기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한기총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이영훈 목사가 총대를 멘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예장통합, 예장합동 등 대형 교단의 지원 없이 한기총을 개혁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최 목사는 "이 목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두 교단이 도와주지 않으면 힘든 상황"이라면서 대형 교단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섣불리 판단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장통합 측 한 관계자는 교회협 회장 출신이 한기총 회장에 출마한 것과 관련해 에큐메니컬 진영의 반발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에 출마한 목적이 중요한 것 아니겠냐면서 향후 추진하는 사업과 결과를 보고 난 다음 평가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기총은 9월 2일 임시총회를 열고, 제20대 대표회장 선거를 진행한다. 

▲ 기자회견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를 비롯해 한기총 임원, 교계 기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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