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때, 엄태현 실장은 '딱 두 주일 지나면 싸울 것'이라고 저에게 장담했습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 다니는 애 아버지가 세상 이치 통달한 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요즘 애들이 거칠다 해도 얘들은 목회자 자녀들이야', 하고 반박했습니다. 겉으로 고개를 끄덕인 엄 실장은 속으로 저를 비웃었을 것입니다.

미국 온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불편한 기운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은 일찍 느꼈지만, 어떻게 하나 그동안 두고 보았습니다. 냉기류가 온기류로 좀체 바뀌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활달하던 한 아이가 차츰 대화에서 소외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상태가 심각한 것은 아닙니다. 엄 실장에게 애들이 저러는 거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거 보란 듯이 오만한 표정을 짓습니다.

▲ 여행 일주일째입니다. 한 아이가 소외되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만 빼고 모두 불러 야단쳤습니다. 아이들이 자기들끼리만 이야기 나눌 시간을 달라 했습니다. 아이들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더니 다음 날 아침 그 아이를 포함하여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하나하나 얘기해 준 친구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았고, 관계는 회복되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자료 사진)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아이의 성격이 무척 쾌활합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반갑게 다가가 먼저 인사하고 어른한테도 스스럼없이 팔짱을 낍니다. 이번에 처음 만난 또래에게도 친근감을 표시하다가, 그게 지나쳐서 이래라저래라 뭔가를 지시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몇 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는데, 그런 것은 빨리 번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그 아이가 무리에서 서서히 소외된 것입니다.

계속 방치하면 아이에게 고통스러운 여행이 될 것 같아서 적절한 타이밍을 노렸습니다. CNN에 있을 때 그 아이만 빼고 전부 따로 불렀습니다. 정색을 하고 야단을 쳤습니다.

"예수님 믿는 사람이 친구를 왕따시키면 되겠니? 설령 그 친구에게 잘못이 있다고 해도 똑같이 하면 되겠어? 예수님은 오히려 왕따의 친구였어. 너희가 예배 시간에는 두 손을 높이 들고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일상에서 친구를 그렇게 대하는 건 옳지 않다는 거 잘 알지?"

아이들은 갑자기 한 방 먹은 것처럼 당황스러워했고 시무룩해졌습니다. 자기들끼리 의논할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뭔가 심각하게 상의하더니, 다음 날 아침에 다 같이 대화하겠다고 합니다. 넷째 날 아침, 아이들은 마틴 루터 킹 기념관을 가기 전에 교회에 모여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태프는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지난 뒤, 워싱턴DC에 갔을 때입니다. 스미소니언박물관(Smithsonian Museum)에서 구경하는 동안 그 아이를 따로 불렀습니다. 며칠 전 친구들과 나눈 대화가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이 저한테 말도 안 걸고 제 말에 대꾸도 안 하는 걸 느꼈어요.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몰라서 답답했어요. 혼자 몰래 울기도 했고요. 친구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대화했잖아요? 친구들은 제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하나하나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제야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았어요. 저는 친하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인데, 친구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던 거예요. 이제라도 이유를 알아서 다행이에요. 친구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앞으로는 말이나 행동에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아이의 대답을 듣는데, 다행스럽고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몰라 답답한 것도 힘들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동안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게 되는 것도 받아들이기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이 없으면 커서도 인간관계, 사회생활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이 작은 사건이 마음 여린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지만, 상처가 잘 아물고 내면이 여물어지면 흉터로 남지 않고 훈장이 될 것입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자료 사진)

목사 자녀는 리더십이 내면화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리더십이 잘 관리되면 커서 아주 훌륭하게 쓰일 수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남들과 자신을 힘들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 작은 사건이 아직은 마음 여린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상처가 잘 아물고 내면이 여물어지면 흉터로 남지 않고 훈장이 될 것입니다.

▲ <목사 자녀 비전 투어> / 김종희 지음 / 뉴스앤조이 펴냄 / 184쪽 / 8000원
*목회자 자녀 비전 투어 2기 일정
●지원서 접수 기간 : 2014년 6월 2일(월)~6월 30일(월)
●1차 합격자 면접 : 2014년 7월 말(월)~8월 8일(금) 순차적으로 진행. 부모님 면접 함께.
●2차 합격자 심층 면접 : 2014년 9월 ~10월 중
●최종 참가자 발표 2014년 10월 24일(금)
●사전 준비 캠프 : 2015년 1월 12~13일(1박 2일)
●여행 기간 : 2015년 2월 5~27일(3주간)

* 비전 투어 후원
1) 국민은행 406237-01-005927 (목회멘토링사역원)
*죄송합니다만, 이 계좌는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드릴 수 없습니다. 기부금 영수증을 원하시면 다음 계좌를 이용해 주십시오.

2) 국민은행 093401-04-055159 (예금주: 한빛누리)

*입금 메모에 '비전 투어'라고 꼭 적어 주시고, 입금 전후에 꼭 저희에게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 페이스북 메시지 등으로 그 사실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pastormentoring@gmail.com, 010-2397-1191, 목회멘토링사역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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