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맞대고 재잘거리다가, 시끄럽게 노래하다가, 지치면 잠에 빠지다가, 그렇게 8시간을 달려서 밤늦게 애리조나의 주도(州都)인 피닉스 시 근처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안맹호 선교사님이 숙소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선교사님과는 간단히 인사만 하고 내일 일정을 점검한 다음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대로, 스태프들은 그들대로 할 일이 남아 있으니 곧바로 잠자리에 들 수가 없습니다. 뭐가 그리 나눌 이야기가 많은지, 침대 속에서도 조잘조잘, 깔깔깔깔, 복도에서 다 들릴 만큼 시끄럽습니다. 스태프는 지난 여정을 정리하고 앞으로 일정을 조정하며, 한국 방송국에서 요청한 영상 파일을 전송하는 등, 일거리가 잔뜩 밀려 있습니다.

다음 날, 숙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안맹호 선교사님 안내를 받아 인디언 보호구역에 가기로 했습니다. 아참, 안맹호 선교사님 소개를 빼먹을 뻔했습니다.

이분은, 애리조나 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여러 인디언 보호구역 중에 Gila River Indian Reservation이라는 지역에서 여러 인디언 원주민 교회를 돌면서 그들이 신앙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역을 합니다.

그전에도 여러 한인 선교사들이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사역했으나 큰 상처만 남기고 헤어졌습니다. 원주민들을 미개한 사람들로 무시하고 가르치려고만 하는 우월감,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줄 줄 모르는 조급함, 원주민들의 생활 관습과 문화를 배려하지 않는 무례함 등이 원인이었습니다. 인디언들은 오랜 세월 백인들에게 괄시를 받았는데, 이제는 한인들에게까지 무시를 당하는 셈입니다. 이런 갈등은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한인 선교사들의 공통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이곳의 인디언 원주민들은 한인 선교사들을 거부했습니다. 미국 교회의 파송을 받은 안맹호 선교사님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사귀면서 인격적인 교제와 신뢰를 쌓아 갔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 정도로 상처와 피해의식이 깊고 컸습니다. 지금은 가끔 설교하고 성찬을 집례하면서 이들이 스스로 예배하는 것을 옆에서 돕고 있습니다.

▲ 인디언 원주민 교회를 돕는 사역을 하고 있는 안맹호 선교사님를 만났습니다. 아이들은 선교사님의 안내를 따라 그랜드캐니언으로 향했습니다. 그랜드캐니언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선교사님의 안내를 따라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으로 향했습니다. 피닉스에서 차로 3시간 가까이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는 제법 먼 거리입니다. 하루 사이에 장거리 차타기에 적응된 아이들은 차 안에서 게임을 합니다. 플래그스태프(Flagstaff) 지역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세도나(Sedona)에 잠시 멈추기로 했습니다.

세도나로 가는 길은 붉은 흙으로만 이루어진 지역, 갖가지 선인장들만 모여 있는 지역 들이 명확히 구별되어 있습니다. 차 안에서 바깥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될 만큼 볼거리가 많았지만, 아이들은 게임에만 푹 빠져 있었습니다. 혼자 하는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된 것은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요.

세도나에 도착했습니다. 세계적인 관광지이면서도 일반인은 평생 한 번 가 보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렇게 유명한 곳인지, 그저 자기 동네 뒷산인지, 기념사진 몇 장 찍고는 여전히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을 보노라니, 그랜드캐니언까지 가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랜드캐니언에 도달하자 그제야 아이들 입이 짝 벌어졌습니다. 사진으로 본 적은 있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그랜드캐니언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웅장하고 신비로웠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 머물렀지만 아이들의 머리와 가슴속에 인상 깊게 새겨질 만한 곳임에 분명합니다. 이 넓고 깊은 계곡을 보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넓어지고 생각도 깊어지기를 바랐는데, 저의 이 마음을 느낄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 <목사 자녀 비전 투어> / 김종희 지음 / 뉴스앤조이 펴냄 / 184쪽 / 8000원
*목회자 자녀 비전 투어 2기 일정
●지원서 접수 기간 : 2014년 6월 2일(월)~6월 30일(월)
●1차 합격자 면접 : 2014년 7월 말(월)~8월 8일(금) 순차적으로 진행. 부모님 면접 함께.
●2차 합격자 심층 면접 : 2014년 9월 ~10월 중
●최종 참가자 발표 2014년 10월 24일(금)
●사전 준비 캠프 : 2015년 1월 12~13일(1박 2일)
●여행 기간 : 2015년 2월 5~27일(3주간)
* 비전 투어 후원
1) 국민은행 406237-01-005927 (목회멘토링사역원)
*죄송합니다만, 이 계좌는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드릴 수 없습니다. 기부금 영수증을 원하시면 다음 계좌를 이용해 주십시오.
2) 국민은행 093401-04-055159 (예금주: 한빛누리)
*입금 메모에 '비전 투어'라고 꼭 적어 주시고, 입금 전후에 꼭 저희에게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 페이스북 메시지 등으로 그 사실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pastormentoring@gmail.com, 010-2397-1191, 목회멘토링사역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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