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에도 다운타운 안에 있는 CNN 본사와 코카콜라 체험관인 World of Coca Cola를 방문했습니다. CNN은 Cable News Network의 줄임말로, 전 세계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은 뉴스 전문 방송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문객은 5층부터 한 층씩 내려오면서 안내하는 사람의 설명을 듣고 뉴스 제작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리창을 통해서 생방송 뉴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스튜디오를 보기도 하고, 자기가 진짜 앵커가 된 것처럼 뉴스 룸에 앉아서 대본을 읽으면서 방송하는 체험도 해볼 수 있습니다.

저야 언론사에서 일하니까 이곳을 몇 번 왔어도 흥미롭지만, 아이들이 별 재미를 못 느끼면 어떡하나 하고 내심 염려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방송 진행 장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안내원의 영어 설명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합니다. 관람을 다 마치고 나오는데, 그중 한 명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쌤, 그런데 이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중에 뭐가 제일 유명해요?"

이날 아침 교회에서 목사님이 아이들에게 아메리카노 커피를 타 주려고 하는데 한 아이가 맥심 커피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틈날 때마다 컵라면이나 삼각김밥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야, 이 싸구려 입맛들아!" 하고 타박했습니다. CNN은 뉴스 전문 방송국이라고 설명해 주었건만 유명한 드라마가 뭐냐고 묻는 모습을 보면서, 이 싸구려 여행객들과 같이 다닐 시간들이 암담해집니다.

World of Coca Cola는 CNN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코카콜라의 역사와 제조 과정을 보고, 세계 각 나라의 제각기 전혀 다른 콜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한국에서 팔리는 콜라가 제일 맛있다고 하는데, 저는 아예 들어가지를 않아서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 시간에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어느 목사님과 식당 주인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전하겠습니다.

금요일 저녁입니다. 아틀란타새교회는 금요일 저녁에 기도회를 합니다. 이날은 특별히 '온 세대 예배'라고 해서, 부모만 오지 않고 어린 자녀들도 데리고 와서 그들을 축복하는 기도를 해 주는 날입니다.

한국의 교회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있는 많은 한인 교회들이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늘지 않고 신앙을 버리거나 미국인 교회를 다니고 있어서 한인 교회의 다음 세대를 염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교회는 담임목사님이 1.5세일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과 같이 뛰는 걸 즐깁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분입니다. 교회에 젊은 층이 두텁고, 어린아이들이 많은 교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LA에서도 그렇고, 애틀랜타에서도 그렇고, 자기 교회에서 늘 드리는 예배와는 느낌이 좀 다르다고 합니다. 미국 사회와 교회는 아주 전통적인 곳이 아니라면 예배가 딱딱한 격식을 지키기보다는 가볍고 편한 분위기입니다. 젊은이들이 많은 한인 교회도 그렇습니다.

물론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지 예배 자체를 가볍게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미국 문화의 영향도 있고, 세대의 영향도 있습니다. 확실히 아이들은 이 분위기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문화 차이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자기 교회로 가면 반주도 해야 하고, 교사도 해야 하고, 안내도 해야 합니다. 맘 편히 하나님을 찬양하기보다는 남들이 그렇게 예배할 수 있도록 온갖 봉사를 해야 합니다. 작은 교회 목회자 자녀들로서 피할 수 없는 몫입니다.

여기에서는 그런 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예배에 집중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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