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를 떠나 동부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차로 8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긴 거리, 아이들이 음악을 틀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13명이 두 대의 렌터카에 나누어 탔습니다. 저쪽은 운전기사가 엄태현 실장과 김재광 간사, 이렇게 둘인데, 이쪽은 저 혼자입니다. 까짓 8시간 정도야. 장거리 운전을 하려면 마음이 편해야 합니다. 몸도 긴장하면 안 됩니다.

"너희가 좋아하는 음악 좀 틀어 봐라."

한 아이가 자기 스마트폰에 담긴 음악 파일을 열었습니다. CCM입니다. 아, 짜증나. 갑자기 몸과 마음이 경직됩니다.

"얘들아, 여기는 교회가 아니란 말이야."

다른 아이가 음악을 틀었습니다.

"아니, 너는 네가 듣는 음악을 안 가지고 오고 엄마 아빠가 듣는 음악을 가지고 왔니?"

아이의 부모 세대에서 즐겨 듣던 가수 이선희, 이문세, 김광석 노래 파일이 중학생의 스마트폰에 가득 담겨 있습니다. 엄마 아빠랑 이런 음악을 같이 듣는다고 합니다. 취향 참 독특하군. 근데 이런 음악도 몸의 긴장을 푸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됩니다.

'더 이상 숨기려고 하지 마라. 숨으려고 하지도 마라. 눈치 볼 필요 없다. 비록 좁은 차 안이지만, 하지만 엄청나게 넓은 곳 아니니. 이곳에서 너희의 자유를 마음대로 드러내 봐라.'

▲ 차 안에서 한 컷.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말로 표현은 안 했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습니다. 드디어 속내를 드러냅니다. 쿵쾅쿵쾅, 제 귀에 익은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두 딸이 좋아해서 제 귀에도 익숙해진, 아이돌, 걸그룹이 부르는 댄스곡들입니다. 사는 동네는 다를지라도 아이들은 똑같구나 싶습니다. 흥겨운 노래에 맞추어서 저도 엉터리로 흥얼흥얼거리고 몸을 가볍게 흔들면서 운전을 했습니다.

몇몇 아이들의 표정을 훔쳐보니 살짝 당황한 느낌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목사 자녀들이 이런 노래 부르고 들어도 되나요?'

몇몇 아이들이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몸을 흔들어대자 차 안은 금세 댄스클럽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김 쌤(아이들이 저를 이렇게 부릅니다)부터 몸을 흔들고 흥얼거리고 있지 않은가. 머뭇거리던 아이들도 잠시 후 흐름을 탑니다. 애리조나를 향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승합차 안은 작은 해방구가 되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도 끝이 안 보이는 고속도로입니다.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서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탄산음료를 담는 종이컵 밑바닥에 'John 3:16'이 쓰여 있습니다. 이걸 보여 주면서, 무슨 뜻인지 물었습니다. 한 아이가 한참 생각하더니, "존이 3시 16분에 여기 왔다"고 번역합니다. 이런 비성경적인 녀석 같으니라고. 너 정말 목사 아들 맞아?

햄버거로 배를 채우니 다들 정신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 다시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한 아이가 묻습니다.

"쌤, 이런 노래 불러도 돼요?"

아니, 여태 신나게 불러 놓고 이제 와서 왜 그런 걸 물을까. 이 아이는, 교회 전도사님한테 CCM 같은 것 외에는 절대 부르면 안 되는 것으로 배웠다고 합니다. 왜곡된 종말론도 강하게 주입한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곧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에 집착하거나 즐겨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는 것입니다. 이단만 이렇게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중에 부모님을 만나 보니 부모님은 그렇게 왜곡된 생각을 가진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부모의 생각보다 교회 전도사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을 따라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고, 마음껏 즐기기는 했지만, 다른 한 구석에서는 양심의 가책이 따라다녔던 것입니다.

나는 아이에게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니까 아무 걱정 말고 마음껏 즐기고 누리라"고 했습니다. 아이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 <목사 자녀 비전 투어> / 김종희 지음 / 뉴스앤조이 펴냄 / 184쪽 / 8000원
*목회자 자녀 비전 투어 2기 일정
●지원서 접수 기간 : 2014년 6월 2일(월)~6월 30일(월)
●1차 합격자 면접 : 2014년 7월 말(월)~8월 8일(금) 순차적으로 진행. 부모님 면접 함께.
●2차 합격자 심층 면접 : 2014년 9월 ~10월 중
●최종 참가자 발표 2014년 10월 24일(금)
●사전 준비 캠프 : 2015년 1월 12~13일(1박 2일)
●여행 기간 : 2015년 2월 5~27일(3주간)
* 비전 투어 후원
1) 국민은행 406237-01-005927 (목회멘토링사역원)
*죄송합니다만, 이 계좌는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드릴 수 없습니다. 기부금 영수증을 원하시면 다음 계좌를 이용해 주십시오.
2) 국민은행 093401-04-055159 (예금주: 한빛누리)

*입금 메모에 '비전 투어'라고 꼭 적어 주시고, 입금 전후에 꼭 저희에게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 페이스북 메시지 등으로 그 사실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pastormentoring@gmail.com, 010-2397-1191,
목회멘토링사역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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