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 온누리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린 다음 애리조나 주까지 장거리 여행을 해야 합니다. LA에서 출발하면 자동차로 8시간 정도 걸리고 1시간 시차가 있을 만큼 먼 곳입니다. 5일 동안의 짧은 캘리포니아 여행 일정 중에서 3일이라는 시간을 애리조나 여행에 쏟았습니다. 한국 선교사님이 사역하는 인디언 보호구역을 방문하는 것도 의미가 있고, 그랜드캐니언을 구경하는 것도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곳에 가기 전에 잠깐이라도 먼저 들러야 할 곳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꼭 보여 주고 싶어서 벼르던 곳입니다. LA 북쪽에 글렌데일(Glendale)이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글렌데일 시립 도서관 마당에 '평화의 소녀상'이라는 이름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일본 대사관 앞에 성노예 할머니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있는데, 그것과 똑같은 소녀상입니다.

▲ 그랜드캐니언을 가기 전, 잠깐이라도 들려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글렌데일 시립 도서관 마당입니다. 그곳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함께 봤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이곳에 소녀상이 세워진 때는 2013년 7월 30일이니까, 우리가 방문하기 5개월 전입니다. 일본인들은 소녀상이 건립되자마자 그것을 철거하라고 시의회에 로비하고 서명운동을 벌였습니다. 우리가 이곳을 들르기 직전에 철거 운동이 거셌고, 짧은 기간에 10만 명이 넘는 일본인들이 소녀상을 없애라는 청원에 서명했습니다.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 때 자신이 식민지로 만든 여러 국가의 수많은 여자들을 성노예로 삼은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역사적 진실입니다. 일본 자신만 부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수십만 명의 희생자들이 계십니다. 안타깝게도 일본의 진지한 사과와 배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분들의 고통에 무관심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에 사는 우익 일본인과 친일적인 미국인이 평화의 소녀상 옆에 앉아서 비아냥대는 동영상을 찍어서 유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에 사는 한국과 중국, 양심적인 일본인들은 철거해서는 안 된다면서 글렌데일 시의회를 압박했습니다. 다행스럽게 시의회는 소녀상을 철거할 의사가 없어 보입니다.

▲ 소녀상은 2013년 7월 세워졌습니다. 일부 극우 일본인들은 철거 운동을 벌였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한국에서는 수요일마다 '위안부 할머니 수요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1000번 넘게 열렸습니다.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을 보거나 집회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미국에서라도 이러한 곳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다른 나라이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만큼 햇살이 따가운 주일 오후, 우리가 갔을 때는 평화롭고 조용했습니다. 잔디를 걸을 때까지는 왁자지껄하더니, 소녀상 앞에 이르자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해졌습니다. 평소처럼 시끄럽게 떠들거나 장난치지 않고, 바닥에 쓰인 취지와 설명의 글을 자세히 읽었습니다.

한 아이는 자기가 활동하는 학교 동아리를 통해서 전쟁 성노예에 대해 공부하고 위안부 할머니 수요 집회에 두 번 참석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자기 소개서에 이렇게 썼습니다.

'…… 할머님이 얼마나 아픈 기억을 가지고 계시는지, 요즘 세대가 왜 도움을 드려야 하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언가를 알아가고 가슴 아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생각할수록 참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 비전 캠프와 연결시켜 보니 미국에 기림비(소녀상)가 세워졌다는데, 우리가 가는 지역에서도 기림비를 찾아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 아이에게 미국에서 소녀상을 본 소감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안타깝네요."

짧은 한마디뿐이었습니다. 하긴 특별히 긴 이야기가 필요 없을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이 소녀, 이 할머니와의 짧은 만남을 오랫동안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끔 할머니를 만나는 기회를 가져 주면 더 좋겠습니다.

▲ <목사 자녀 비전 투어> / 김종희 지음 / 뉴스앤조이 펴냄 / 184쪽 / 8000원
*목회자 자녀 비전 투어 2기 일정
●지원서 접수 기간 : 2014년 6월 2일(월)~6월 30일(월)
●1차 합격자 면접 : 2014년 7월 말(월)~8월 8일(금) 순차적으로 진행. 부모님 면접 함께.
●2차 합격자 심층 면접 : 2014년 9월 ~10월 중
●최종 참가자 발표 2014년 10월 24일(금)
●사전 준비 캠프 : 2015년 1월 12~13일(1박 2일)
●여행 기간 : 2015년 2월 5~27일(3주간)
* 비전 투어 후원
1) 국민은행 406237-01-005927 (목회멘토링사역원)
*죄송합니다만, 이 계좌는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드릴 수 없습니다. 기부금 영수증을 원하시면 다음 계좌를 이용해 주십시오.

2) 국민은행 093401-04-055159 (예금주: 한빛누리)

*입금 메모에 '비전 투어'라고 꼭 적어 주시고, 입금 전후에 꼭 저희에게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 페이스북 메시지 등으로 그 사실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pastormentoring@gmail.com, 010-2397-1191, 목회멘토링사역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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