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차로 꼬박 다섯 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땅끝 마을. 전라남도 해남에 마을 섬김 잘 하기로 소문난 교회가 있다 해서 탐방에 나섰습니다. 탐방 신청을 받았는데 예상처럼 소수가 모였습니다. 소수지만 정예입니다. 강원도 철원에서 6시간을 운전해서 온 목회자 부부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강했습니다.

제3회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 후속으로 교회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 마을 섬김 잘하는 교회, 직접 가서 보고 배운다) 10월 27일(월)부터 28일(화)까지 해남새롬교회(이호군 목사)와 완도성광교회(정우겸 목사)를 차례로 탐방했습니다.

▲ 해남새롬교회가 운영하는 초록가게는 지역 내 중고 장터로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옷가지, 옷가지만 만여 점이 넘고, 그 외 책 문구류 신발 가방 소품 가구류 등 안 다루는 품목이 없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이호군 목사의 안내를 따라 교회가 운영하는 초록가게에 먼저 들렀습니다. 소박한 규모의 작은 가게이겠거니 하고 찾아갔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대중 잡아도 2만여 점이 넘는 물품이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상근 직원만 4명이 일하는 지역 내 알아주는 튼실한 가게였습니다.

모든 물품은 해남읍 사람들이 알음알음 기증해 주어서 이곳저곳에 진열해 놓았습니다. 중고 가게지만 상태가 깨끗하고 쓸모가 보장된 것들만 취급합니다. 옷가지만 만여 점이 넘고, 그 외 책 문구류 신발 가방 소품 가구류 등 안 다루는 품목이 없었습니다. 가게에 드나드는 손님들도 있고, 배달을 직접 나가기도 합니다. 요즘은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에 인기 만점이라고 합니다.

해남새롬교회는 결코 큰 교회가 아닙니다. 이호군 목사가 처음 부임한 2004년에 10명 남짓 모이던 전형적인 시골 작은 교회였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40~50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하긴 했지만 마을 섬김 사역을 활발히 펼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해남새롬교회는 매주 토요일 무료 급식 봉사를 하고, 초록가게 운영은 물론 재가 노인복지 센터, 지역아동센터 등 다양한 마을 섬김 사역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 김성숙 집사는 초록가게에서 3년 동안 일했습니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초록가게에서 3년간 일하고 있다는 김성숙 집사를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눈빛이 당당하고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김 집사는 "교회가 지역사회 섬기는 일에 뒷짐 져서는 안 된다고 늘 배워 왔다. 힘들 때도 있지만 하나님나라를 위한 일이 따로 있지 않다 생각하며 기쁘게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호군 목사에게 마을 섬김 사역 전후로 교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이 목사는 가장 큰 변화로 '자긍심'을 꼽았습니다. 교인들이 시골 작은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늘 주눅이 들어 있고 목회자에게도 미안한 마음만 갖고 있었는데, 마을 섬김 사역을 시작한 뒤로는 자기 할 일도 찾고 그 덕분에 자신감도 생겼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교인들이 있어서 사역도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이호군 목사는 마을 섬김 사역 이후로 교회 안에 '자긍심'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시골 작은 교회라고 주눅 들 필요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시골 작은 동네에 이렇게 당당한 교회가 있다니. 힘이 절로 났습니다. 3시간여의 견학과 대화를 마치고 다음 탐방지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완도성광교회(정우겸 목사)입니다. 이번 탐방은 남도 답사인 셈입니다. 남해안을 따라 곧장 내달렸습니다. 완도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완도성광교회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완도는 해남에서 강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인구 3만의 제법 큰 섬입니다. 인구는 많지만 아무래도 섬이다 보니 교육, 문화, 복지 사정은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육지 못지않게 손꼽히는 시설이 여러 군데 포진해 있습니다. 완도성광교회의 10년 노력이 지금은 결실을 맺고 있었습니다.

노인 요양 센터 하나 없고, 청소년들이 무덤가에서 방치된 채 놀고 있었던 섬마을에서 완도성광교회는 자기 교회 성장에만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완도성광교회는 주일예배 출석 장년 교인이 400명이고 주일학교에도 400~500명이 모이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입니다. 완도읍에만 2만여 명이 사는데, 전체 교인 수로 보나 교회 규모로 보나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게 요구되는 교회였습니다.

▲ 탐방 이틀 차, 완도성광교회를 방문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노인 요양 센터와 청소년 문화 센터는 지역 어르신들과 청소년들의 쉼과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10여 년 전에 지역사회 섬김 사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노인 요양 센터를 건립하고, 청소년 문화 센터를 시작한 것이 이즈음이었습니다. 지역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섬기기로 마음을 먹었고, 영화관 하나 없어서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쉼터를 제공해 꿈을 키워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어린이집, 다문화가정 지원 센터, 지역아동센터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됐습니다.

완도성광교회는 평신도를 주축으로 한 830개의 위원회가 조직되어 있습니다. 보통의 교회가 적으면 5~6개, 많으면 20~30개의 위원회를 가지고 있는데, 830개라니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정우겸 목사가 교회 요람을 보여 주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정말 830개의 위원회가 각각의 자기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지역사회를 위한 위원회는 200개가 넘습니다. 완도성광교회가 마을 섬김 사역을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은사별로 흩어져 활동하는 평신도 위원회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습니다.

위원회가 있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많을 이유가 있을까. 질문이 뒤따랐습니다. 정우겸 목사는 "모든 교인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자기 은사와 몫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회자로서 갖는 바람이다. 800여 개 중에 몇 가지는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자기는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830개나 되는 위원회가 다들 잘 유지되는지, 전체 분위기는 어떤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잘되는 위원회도 있고 활동이 미미한 위원회도 있지만 2년 주기로 개편이 되기 때문에 활력 자체가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또 자기 몫을 알고 제 역할을 하려는 교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교회 전체가 생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 정우겸 목사는 "모든 교인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자기 은사와 몫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회자로서 갖는 바람이다" 고 말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해남새롬교회도 그렇고 완도성광교회도 그렇고, 교인 수나 교회 규모에 대한 스트레스가 두드러지지 않는, 요즘 보기 드문 교회였습니다. 자부심이나 당당함이 담임목사뿐 아니라 교인들에게서 두루 엿보였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고, 지역사회에서의 사명을 계속 찾을 생각이라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완도성광교회를 끝으로 제3회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 전체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년에는 마을 섬김 사역을 주제로 지역별 투어 모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규모나 형편을 떠나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지역을 섬기는 교회들을 더 찾아 소개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도 열겠습니다. 계속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 이번 탐방에는 멀리 강원도 철원에서 온 목회자 부부도 있었습니다. 1박 2일 동안 실제적인 사역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적용점을 찾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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