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하면서 다른 일을 찾는 목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이해하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목사가 돈 문제를 초월하지 못한 것이라며 못마땅해하는 시선도 있다. 교인들 사이에서는 목사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며 목회하는 것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바울처럼 말이다. 실제로 목회와 다른 직업을 겸하고 있는 미국의 한 목사가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저너스매거진>(Soujourner Magazine)에 기고했다.

주 중엔 사회단체 홍보 디렉터, 주말엔 목사

보 언더우드(Beau Underwood)는 두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는 주중에는 사회정의 구현 단체 소저너스(Sojourners)에서 언론과 홍보를 담당하고, 주말에는 지역 교회에서 다른 목사들과 공동으로 목회를 한다. 소위 말하는 '이중직' 목사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그는, 목회 이중직이 위기의 교계에 꼭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소저너스 홈페이지 갈무리)

보 언더우드(Beau Underwood)의 주 중 일과는 매일 9시에 시작한다. 그는 워싱턴에 있는 크리스천 사회정의 구현 단체 소저너스(Sojourners)에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일한다. 홍보 전략을 세우고 정의와 연관된 이슈를 보도하라고 언론사를 압박하기도 한다. 5시가 되면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 문을 나선다.

언더우드의 주말은 동료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는 목사다. 매주 15~20시간을 지역 교회에서 다른 목사들과 함께 사역한다. 워싱턴에서의 일이 틀어져 심히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이 목적 없이 소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는 목회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 사람들이 믿음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하는 일이 그의 영혼을 소생시킨다고 믿는다.

언더우드 목사는 목회자로서 또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 이런 경향은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주 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 목회를 하는 목사들은 교회에서 아주 적은 사례비를 받거나 혹은 아예 받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교회의 미래'라고 묘사되기도 하고 회중을 살리는 '초대교회'의 모습이라 극찬받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언더우드 목사는 이런 견해에 반대한다. 그는 '이중직 목회의 위험성'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왜 전문 사역자가 필요한지 설명했다.

영적으로 갈급한 이들, 제대로 교육받은 전문 사역자 원해

언더우드 목사는 목회가 전문적인 특수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목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했다. 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교인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윤리적인 문제도 기술과 의학이 해결해 준다. 세계적 경제 불황으로 계층 간의 소득 차는 더욱 커지고, 가계경제는 점점 불안해졌다.

이런 사회 환경 변화는 개인과 가족의 위기로 이어졌다. 그는 사회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삶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를 받고 싶어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 전통적인 종교의 문을 두드리지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해 그들을 영적으로 더욱 갈급하게 만든다고 언더우드 목사는 지적했다.

또 그는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단별로 일정 기간 동안 엄격한 교육과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꼽았다. 목사라는 직업이 연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역할인 것을 고려하면, 복합적이고 책임감이 따르는 일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목회자라는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학교, 전업 목사 길러 내는 데 더 중점 둬야

언더우드 목사는 위에 언급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그는 이런 때일수록 직업인으로서의 목사를 교육하는 데 교단이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신학교 학생들이 교육 때문에 지는 빚을 교단이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그는 신학교가 새로운 형태의 목회를 하고 싶어하는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언더우드 목사는 신학교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는 전통적인 방법이 아닌,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신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교단은 신학생들이 졸업 후 학자금 대출로 인해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것을 일정 부분 막아 주어야 한다고 했다. (프린스턴신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교인들 사이에서 지도자를 세우고 교회 간의 연대를 강화하며 목사에게 덜 의존하는 예배 형식을 생각해 내는 것 등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많은 교회들이 5명 정도의 전임 사역자를 두고 싶어하지만 교회 예산의 현실로는 한 명만 가능하다. 그는 당장은 이 현실을 피할 수 없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어진 것들로 최선을 만들어 내자고 제안한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한 무리의 목사들이 공동 목회를 하고, 교회가 그로 인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러브채플힐교회를 예로 들었다. (관련 기사: 미국 목사들도 생계 문제로 이중직 증가) 그는 교회가 과거의 좋은 모습만 추억하기보다는, 건강하고 생동적인 교회의 지도자상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 리더십을 실현하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을 상상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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