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 교회 목회자 절반 이상이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등 기초적인 생활 문제에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예장통합 교회자립위원회 2013년 6월 자료). 최근 <목회와신학>이 목회자들에게 설문 조사해 보니, 절반 이상이 최저생계비도 못 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4월 호). 자연스레 생계를 위해 목회 외에 직업 활동을 하는 목회자들이 늘어 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뉴스앤조이>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사 네 꼭지를 준비했습니다. 팀별 기획으로 내놓는 첫 열매입니다. 목회자들이 생활 전선으로 떠밀리는 현상(1), 목회자 이중직에 관한 주요 논점(2), 이중직 목회의 자발적 사례(3), 이중직 목회의 불가피 사례(4)를 하루에 하나씩 올립니다. -편집자 주

2년 전 강원도 강릉시 교2동에 순복음영동교회를 개척한 박종배 목사는 밤에는 대리운전을, 낮에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루 평균 10시간 일하면서 받는 월급은 160만 원 남짓. 보건복지부가 정한 4인 기준 최저생계비 163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돈이다. 보통 점심은 편의점에서 해결한다는 그는, 식비부터 교통비까지 지출을 최대한 아껴야 한 달 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박 목사는 아이들까지 합해 30명이 모이는 작은 교회에서 충분한 사례비를 받을 수 없어 자비량으로 사역하고 있다. 교인들의 헌금은 교회 임대료와 운영비로 사용한다.

2008년 서울시 송파구 오금동에서 새들녘교회를 시작한 박태순 목사는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세차를 한다. 개척을 준비하면서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혔고, 목회자가 돈을 벌면 교인들에게 부담을 덜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자비량을 선택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헤븐교회를 담임하는 유병철 전도사도 무급으로 사역하고 있다. 10여 명이 모이는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을 형편이 못 되어서다. 2년째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서 일을 구해 생계를 꾸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기자와 직접 만나거나 통화로 인터뷰한 이들은, 목회와 경제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직업을 찾기부터 쉽지 않았다.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목회자가 구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고, 목회에 지장을 주는 일은 제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밤중에 할 수 있는 대리운전이나 세차, 단기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

목회 시간 부족…사역 자체에 회의 들기도

일하는 목회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교회 운영과 목회 그 자체다. 박태순 목사는 고된 노동과 업무 스트레스로 목회에 소홀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세차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일이 능숙해지기 전에는 까다로운 고객들에게 '차 상태가 왜 이러냐', '제대로 청소한 것 맞느냐'는 항의를 많이 받았죠.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아무래도 목회에 신경 쓰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새들녘교회는 교인과 목회자의 형편을 고려해 수요 성경 공부와 주일예배만 집중하고 있다.

기성 교회처럼 새벽 기도와 수요 예배, 금요 기도회, 주일예배를 다 하는 박종배 목사의 하루는 더 분주하다. 새벽 기도가 끝나는 아침 6시부터 택배를 시작하는 오후 12시까지가 유일한 수면 시간이자 휴식 시간이다. 나머지 시간에는 일하거나 예배를 준비한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살인적인 일과이지만, 박 목사는 하나님이 건강한 몸을 줘서 이렇게라도 목회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일이 목회에 지장을 줄 때마다 사역 자체에 회의가 들 때도 있다. 교회를 세우기 위해 돈을 버는데, 일이 본업이 되어 사역에 책임을 미루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유병철 전도사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 위축되고, 이렇게 교회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두고 고민한다고 했다.

교인 삶 이해·불신자 전도는 일하면서 얻는 이점

목회와 경제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지만, 목회자로서 얻는 이점이 작지 않다. 생활 전선에서 힘겹게 사는 교인들의 삶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박종배 목사는 술 취한 승객을 상대하며 하루에 버는 돈이 5만 원 남짓이라며, 돈 버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교회 안에서 말로만 헌신을 강요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반성했다고 했다.

일하면서 예기치 않은 전도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도 큰 소득 중 하나다. 박 목사는 대리운전하면서 기독교 신앙에 관심 있는 고객을 만나 복음을 전했고, 지금까지 3가정을 전도했다고 했다. 목회자의 재정 비리, 권위적인 태도에 상처받은 교인들도 간혹 만난다며, 자신과 같이 열심히 일하면서 목회하는 목사를 통해 힘을 얻고 간다고 했다.

▲ 밤늦은 시간, 박종배 목사는 대리운전을 나간다. 술 취한 승객들을 상대하며 하루 버는 돈은 5만 원 정도다. 술에 절어 반말·막말하는 무례한 고객을 만날 때도 잦다. 그럴 때마다 '사회생활이 이런 것이구나'를 깨닫는다. 자연히 일상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교인들을 떠올리게 된다. 일하면서 교인들의 삶의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 (사진 제공 박종배 목사)

생계 위한 직업 인정해야…"교단, 노회에 마땅한 대책 없어“

올해 2월 <목회와신학>이 904명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로는, 목회자 3명 중 1명은 생계를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교단에서는 직간접적으로 목회자 이중직을 금지하고 있다. (관련 기사 : [기획2] 교회법이 목회자 이중직 금지한다?)

이에 대해 박종배·박태순 목사와 유병철 전도사는 생계를 위해 목회자가 일하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종배 목사는 과거에는 작은 개척 교회라도 목회만 열심히 하면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더 많다고 했다. 이런 현실에서 목회자가 가족의 생계를 도외시한 채 부흥을 외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했다.

유병철 전도사는 개교회를 벗어나 교단과 노회 차원에서도 목회자 생계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없는 점을 꼬집었다. 유 전도사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위한 교단 지원책이 있지만, 큰 도움은 안 된다고 했다. 그나마 세례 교인이 15인 이상이 되어야 노회에 가입해 지원받을 수 있는데, 헤븐교회는 현재 그 조건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답답해했다.

일하면서 깨달은 교회 본질, '나눔'과 '낮아짐’

가정과 교회를 위해 생계 전선에 뛰어든 이들은 교회 확장과 부흥이 목적이 아닌, 지역과 사람을 섬기는 진짜 목회를 배우고 있다.

▲ 유병철 전도사는 물질과 사랑을 나누고, 낮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교회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10년 동안 여러 교회에서 사역했지만, 성경적인 교회에 대한 갈증은 더 커졌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교회를 개척했다. 일과 목회를 병행하느라 팍팍하지만, 나눔과 낮아짐에 대한 목회 비전은 선명해지고 있다. (사진 제공 헤븐교회)

유병철 전도사는 10년 동안 여러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교회의 본질을 두고 고민했다. 물질과 사랑을 낮은 곳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섬기는 교회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차 성경적인 교회를 세우고 싶은 열망이 커졌고, 목사 안수를 받기도 전에 교회를 개척했다. 일과 목회를 병행하느라 팍팍하지만, 나눔에 대한 목회 비전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대형 교회 교역자 출신인 박종배 목사는 경제 문제로 고민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한국교회에서 소위 '삼성'이라 불리는 ㅇ교회에서 연봉 5000만 원 이상 받았다. 대신 거대한 교회 체제에 충성을 다했다.

대형 교회를 떠나온 지금은 교회 확장과 부흥이 목적이 아닌, 지역과 사람을 섬기는 진짜 목회를 배우고 있다. '내 교회'·'내 교인'이 잘되는 것이 전부였던 생각은 완전히 깨졌다. 박 목사는 노동을 통해 기독교 복음의 본질인 나눔과 낮아짐을 경험하고 있다며, 권위주의에 물든 한국교회의 잘못된 점을 직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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