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둘루스에 있는 한인 김 아무개 씨의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 2명은 모두 인근 한인 밀집 지역에서 담임 목회를 하고 있다. 이민 목회를 하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김 씨는 두 목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이들을 고용했다. 얼마 전 보도된 장준하 선생의 아들인 장호준 목사도 현재 미국에서 스쿨버스 기사로 일하면서 목회를 겸임하고 있다. 담임목사가 일을 한다는 것이 한국 교계의 문화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 한인 교회 목사들에게 이중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였다.

한인 교회뿐 아니라 미국 교회도 점점 목회와 다른 일을 겸하는 이중직이 늘어나고 있다고 미국 <디애틀랜틱>(The Atlantic)이 보도했다. 경제 침체의 장기화로 교회를 다니는 사람 수는 줄어들고 헌금도 감소했다. 교회의 재정적인 상황이 악화되다 보니 그 결과로 전임 사역자의 자리도 감소하고 있다.

켄터키 주의 저스틴 배린저(Justin Barringer)는 전임 사역자가 되기 위한 완벽한 스펙을 가졌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책을 한 권 냈고, 편집자로 일도 해 봤다. 중국과 그리스에 선교사로 다녀오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2년 동안 약 100여 곳이 넘는 교회에서 거절당했다.

▲ 미국에서도 목회와 다른 일을 겸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애틀랜틱>이 보도한 켄터키 주의 저스틴 배린저 같은 경우다. 배린저는 전임 사역자가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으나, 마땅한 목회지를 구할 수 없었다. 그는 파트타임제 목회를 하며 다른 일을 한다. (<디애틀랜틱> 기사 갈무리)

그는 현재 시간을 쪼개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프리랜서로 편집 일을 하고, 노숙자를 도와주는 NGO에서 활동하며 미국연합감리교단의 한 교회에서 시간제 사역자로 일한다. "교회에 화가 난 건 아니에요. 다만, 신학교에 가서 목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는 데 많은 빚을 졌어요. 그렇게 하기 전에 누가 절 말려 줬으면 좋았을 거예요."

2011년 목회학 석사로 졸업하는 신학생들 중 25% 이상이 4만 달러 정도의 빚을 진다. 그중 5%는 8만 달러 이상의 대출 빚을 갖고 졸업한다. 미국 노동부 통계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임 사역자가 되는 사람들이 평균 4만 3800달러의 연봉을 받는다고 밝혔다.

뉴욕 오번신학교(Auburn Theological Seminary) 신학 교육 센터의 섀런 밀러(Sharon Miller)는 "많은 교단이 신학생의 재정 상황에 대해 걱정합니다. 성직자로서 소명을 수행하는 데 그들 개개인의 재무 상태가 큰 역할을 미칠 것이라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어떤 교단은, 이런 현상을 의식해서 신학생들의 학비를 대신 지불하고 나중에 교단 소속 교회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한다. 또 다른 교단은 그들의 빚을 청산해 주는 대가로 목회 기피 지역에서 사역 중인 목사들을 돕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자발적으로 목회 외에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러브채플힐교회는 5명의 목사가 함께 목회를 한다. 이 목사들은 지역사회에서 각각 다른 직업도 갖고 있다. 이들은 지역에 더 깊게 뿌리내리기 위해 스스로 이중직을 선택한 경우다. (러브채플힐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경제가 낙후된 지역에서 새롭게 교회를 세운 목사들은 의도적으로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도 한다. 풀러신학교(Fuller Theological Seminary) 커트 프레드릭슨(Kurt Fredrickson) 목회학 교수는 "때로 목사들은 직업을 가지는 것이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이웃과 만나고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디애틀랜틱>에 소개된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러브채플힐교회(Love Chapel Hill Church)는 5명의 목사가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지고 교회 일을 나눠서 한다. 다섯 중 한 명인 맷 리로이(Mat LeRoy)목사가 말한다. "우리 교회는 젊은 가정들이 주축을 이루고 근방에 대학교 학생들도 많이 옵니다. 지역 노숙자들도 함께하죠. 이런 사회·경제적 다양성 속에서 이중직은, 앞으로 지속 가능한 사역을 위해서 전략적으로도 꼭 필요합니다.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공동체 내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이뤄 가는 데 필요한, 가치 있는 일이죠."

앞서 언급했던 켄터키 주의 배린저는 현재 그가 하고 있는 일들에 꽤 만족한다. 비록 단기간에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을 수는 없지만, 감리교회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를 사랑한다. 그는 NGO 단체가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할 수 있게 허락해 주는 것도 감사하다.

"당장에 대출을 다 갚을 수는 없어 보이지만, 교회에서의 일과 제 열정, 이 두 가지가 연결되어 있어서 감사합니다.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신학교들이 좀 더 적정한 교육비로 신학생을 훈련시키는 방법을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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