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 교회 목회자 절반 이상이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등 기초적인 생활 문제에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예장통합 교회자립위원회 2013년 6월 자료). 최근 <목회와신학>이 목회자들에게 설문 조사해 보니, 절반 이상이 최저생계비도 못 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4월 호). 자연스레 생계를 위해 목회 외에 직업 활동을 하는 목회자들이 늘어 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뉴스앤조이>가 이 문제와 관련해 기사 네 꼭지를 준비했습니다. 팀별 기획으로 내놓는 첫 열매입니다. 목회자들이 생활 전선으로 떠밀리는 현상(1), 목회자 이중직에 관한 주요 논점(2), 이중직 목회의 자발적 사례(3), 이중직 목회의 불가피 사례(4)를 하루에 하나씩 올립니다. -편집자 주

▲ 생계 위기에 직면한 목회자들이 경제활동에 뛰어들고 있다. 월간 <목회와신학>이 목회자 904명을 대상으로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의식 및 실태를 조사한 결과, 목회자 66.7%가 최저생계비도 못 받고 있었다. 이중직을 찬성하는 목회자는 73.9%에 달했고, 사역 이외의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이는 343명이나 됐다. 이 가운데 205명은 기관 사역이 아닌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장로교의 두 축을 이루는 예장통합(김동엽 총회장)과 예장합동(안명환 총회장)이 배출하는 목사만 1년에 1000명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군소 교단까지 더하면 한 해 수천 명의 목사가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수많은 목회자가 배출되면서 미자립 교회도 덩달아 늘고 있다. 예장통합은 8417개 교회 중 2880개 교회(2013년 기준)가 자립 대상 교회(미자립 교회)다. 5년 전인 2008년에 비해 330개나 늘었다. 예장합동은 1만 709개 교회 중 5058개 교회가 미자립으로, 자립 교회의 절반에 육박했다(2011년 기준).

재정 기반이 약한 미자립 교회 목회자는 노회와 총회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예장통합은 총회 산하에 교회자립위원회를 두고 미자립 교회 자립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교회와 노회가 미자립 교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박동일 총회장)는 생활 보장 제도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미자립 교회 목회자에게 최저생계비를 지원한다. 예장통합과 기장은 미자립 교회 목회자에게 각각 100만 원과 90만 원을 최저생계비로 책정하고, 교회에서 주는 사례비의 부족분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최저생계비(163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부 교단은 미자립 교회에 대한 지원이 미미하다. 교세가 가장 큰 예장합동은 2012년 교회 자립 지원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논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예장백석(장종현 총회장)은 미자립 교회를 위한 제도나 지원이 전무하다. 교세가 작은 교단일수록 미자립 교회 지원은 열악하다. 결국 미자립 교회는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의치가 않다. 미자립 교회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목회자 생계 문제다. 교인이 적다 보니 목회자에게 지급할 사례비도 제한적이다. 이는 가족 부양과 생계 문제를 겪는 목회자들이 생활 전선에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목회자 생계 문제는 철저히 목회자 개인 문제로 취급해 왔다. 최근 들어 미자립 교회와 목회자 생계 문제가 대두하면서 이와 관련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월간 <목회와신학>은 4월 호에서, 미자립 교회와 맞물려 있는 목회자 '생계' 문제에 주목하며 이중직을 특집으로 다뤘다. 바른교회아카데미(김동호 원장)는 미자립 교회와 목회자 생계 문제 공론화를 위한 군불을 지피는 중이다. 올 2월부터 월간 <좋은교회>에 목회자 이중직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생계형 목회 받아들여야" VS "목회에 충실해야"

목회자들이 이중직을 바라보는 시선은 둘로 나뉜다. 생계형 목회는 경제문제 즉 먹고사는 일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과 목회자의 본분인 '목회'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생계형 목회를 찬성하는 이들은 목회자가 처한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 양재동에서 목회를 하는 김 아무개 목사는 5년 전만 해도 택시를 몰아야 했다.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로는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를 내기에도 벅찼다. 김 목사는 택시 운전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였다면서 목회자가 경제문제로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목회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3년 전 강원도 삼척에 교회를 개척한 신 아무개 목사는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 신 목사는 교회 재정이 탄탄하면 대리운전을 하겠느냐면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몸은 고되지만, 목회에 소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목사가 땀 흘려 교회의 곳간을 채우고, 일터에서 복음을 전하는 등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두 가지 일을 하다 보면 목회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오대희 목사(열두광주리교회)는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생계형 목회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목회자가 생계 문제로 일시적으로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설문 조사 결과, 사역 이외의 다른 일을 하는 목회자들 다수가 시간 활용의 어려움과 사역에 전념하지 못하는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목회자 73.9%, "경제 문제라면 이중직 찬성"

<목회와신학>에 따르면 적지 않은 목회자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목회와신학>이 904명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목회자 66.7%가 최저생계비도 못 받고 있었다. 다시 말해 목회자 2명 가운데 1명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목회자들은 이중직을 지지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목회자 이중직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668명(73.9%)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미 사역 이외의 경제활동을 하는 목회자도 있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목회자는 343명에 달했다. 선교 단체와 신학교 등에서 근무하는 '기관 사역'이 아닌 일반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힌 목회자는 205명이었다. 학원 강사부터 택배, 대리운전 등 직종은 다양했다.

"생계형 목회자, 포용해야"

한신대 권명수 교수(실천신학)는 목회자 이중직은 목회자 수급, 교세 감소, 경제문제와 얽혀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교단은 목회자 이중직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가족 부양과 생계를 위해 사역 이외의 일을 하는 목회자에게 과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권 교수는 목회자 이중직에도 구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신학교 교수가 교회의 담임목사를 하는 것과 생계를 위해 목사가 자영업을 하는 것은 달리 볼 문제라고 했다. 전자는 이권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교단이 법으로 막아 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생계와 가족을 위해 다른 직업을 갖는 목회자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포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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