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여야는 여전히 힘겨루기 중이다. 이를 지켜보는 유가족들의 마음은 깨어질 대로 깨어졌다. 분한 마음에 어떤 이는 진도에서 서울까지 천 리 길이 넘는 순례에 나섰고, 또 다른 이들은 국회와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건 단순하다.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돼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극우 단체를 중심으로 특별법 제정 반대 움직임이 있다. 여기에는 기독교인들도 끼어 있다.

7월 18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5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서울 광화문광장 앞이었다. 이때 '엄마부대봉사단'이라는 이들이 등장했다. 붉은색 조끼를 입은 수십 명의 여성은 "도가 지나치면 국민들이 외면합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유가족들에게 막말과 고성을 쏟아 냈다. 7월 21일에는 어버이연합·나라사랑실천운동 등 보수 단체 회원들이 농성장에 난입해 책상을 뒤엎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들은 세월호 때문에 국민들 생업이 죽고, 국가 경제가 죽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는 7월 30일 자 <동아일보>에 '돌을 던지면 맞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그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그것이 먼저 간 자에 대한 예의이며 산 자의 책임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광고 갈무리)

일부 보수 단체처럼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성명을 내 세월호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는 7월 30일 자 <동아일보>에 '돌을 던지면 맞겠습니다'라는 광고를 실었다. 그는 나라 전체를 4월 16일로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단식 농성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성명에서 최성규 목사는 모든 수색·인양 작업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사 100일이 지났고, 수많은 2차 희생자가 나왔다며 가족들은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실종이 아니라 죽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세월호를 인양하기 위해서는 9000억이 든다며 차라리 이 돈으로 유가족을 지원하고 진도와 안산에 추모탑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최성규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진상 조사와 처벌은 정부에 맡기고 유가족들은 일상의 삶으로 돌아올 것을 요청했다. 그는 사태가 이대로 지속되면 국론만 양분될 뿐 나라와 유가족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진상 조사를 정부에 맡기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 유가족들이 농성을 벌이는 게 아니냐고 묻자, 최 목사는 특별법을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일단 정부에 조사를 맡기고 제대로 조사가 안 되면 그때 가서 정부를 비판해도 늦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식의 성명은 친정부적 입장으로 비칠 수 있어 유가족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고 묻자, 최 목사는 나라와 정부는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상이 누구건 칭찬할 일이 있으면 칭찬을 하고, 비판할 게 있으면 비판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성명이 정부를 옹호하기 위한 행동이 아닌, 국가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많은 비난을 예상했지만, 희생자 가족과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누구보다 유가족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3일간 촛불 예배를 드렸고, 누구보다 빨리 유가족들을 위한 성금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들과 같이 울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호된 말을 해 울음을 말려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 한국미래포럼은 7월 29일 한국기독교회관에 모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세월호 사태로 온 나라가 초상집 같은 슬픔을 겪고, 사회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경황 없는 틈새를 노려, 국가 혼란을 꾀하는 집단과 정치인들이 있다고 비난했다. (사진 제공 한국미래포럼)

한국미래포럼(김요셉 대표)은 최성규 목사보다 하루 일찍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미래포럼은 한국교회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기치를 내걸고 2006년 창립한 단체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성명을 7월 29일 냈다.

한국미래포럼은 성명에서, 일부 정치 세력이 주장하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은 피해 유족들의 의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의사자 지정 운운은 국가 혼란을 조장하는 일부 선동 세력의 계략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불평등한 특별법 제정은 자유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결코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미래포럼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① 피해 유족들도 원치 않는 불평등한 보상 요구를 담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여야 정당은 냉철하게 판단하여 이를 즉각 중단하라.
②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려는 세력들이 벌이는 단식, 서명운동 등으로 국정 운영을 불신케 하는 일체의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
③ 정부는 세월호 사태를 명확하게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자를 엄정하게 가려서 신속하고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④ 정부는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불순한 세력들에 적극 대응하여 또 다른 사회적, 국가적 불행이 야기되지 않도록 엄정히 대처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상임회장 박경진 장로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고 했다. 다만, 유족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정권을 흔들고자 단식 농성, 서명운동을 벌이는 불순 세력들을 반대한다고 전했다.

세월호 장기화 사태에 우려를 표하는 기독교인들은, 비록 자신이 욕을 먹더라도 희생자 가족과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나서야 하는 일에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보내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조속히 세월호 사태가 마무리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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