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에 맞이하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솔직히 어렵다." 부활절 예배를 준비하던 조정현 목사(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장)의 말이다.

4월 20일 향린교회, 새민족교회, 성문밖교회 등 30여 개 교회와 단체들이 교단과 소속을 뛰어넘어 보신각 앞에 모였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다. 거리에는 '온 생명이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그 아래에는 2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앉았다. 이들은 오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을 세월호 실종자와 가족들 그리고 희생자와 유족들을 기억했다.

▲ 4월 20일 향린교회, 새민족교회 등 30여 개 교회와 단체들이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 예배'를 보신각 앞에서 드렸다. ⓒ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배는 사회를 맡은 김창희 장로(향린교회)의 기도로 시작했다. 김 장로는 세월호에서 생명을 잃은 이들을 위해 추모 기도를 드렸다. 다시는 이런 참극이 이 땅에서 벌어지지 않게 해 달라고, 세월호의 영혼과 가족들, 더불어 한국 사회를 불쌍히 여겨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시국·평화·노동·환경·빈곤을 주제로 각각 윤성일(기독교평신도시국대책위원회)·김종일(서울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위영일(금속노조삼성전자서비스지회)·여정훈(기독교환경운동연대)·윤소진(성수 내일의집) 등 다섯 사람이 이어서 기도했다.

말씀을 나누기 위해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최소영 목사가 강단 위에 섰다. 최 목사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온 생명이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설교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날이었기 때문이다. 최 목사는 부활의 기쁨을 나눠야 하는 이날, 참담한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최 목사의 안타까움은 물질을 숭상하는 세대, 성공과 경쟁을 추구하는 사회,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향한 질타로 이어졌다.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를 비롯해 세 모녀 등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 삶터와 일터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도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표정은 굳어지기 시작했고, 몇몇은 눈을 감기도 했다.

 

▲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최소영 목사가 말씀을 전하고 있다. 최 목사는 세월호 실종자와 가족들, 희생자와 유족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배는 세월호 희생자를 향한 추모로 끝을 맺었다. 박연미 장로(새민족교회)는 추모사를 전하며, 사고가 사고로 끝나지 않기를,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말자고 강조했다. 어른들의 욕심으로 목숨을 잃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남은 삶을 안전하고 정의로운 시대를 위해 보내자고 말했다.

참가자들 일부는 예배를 마치고 세월호 실종자를 위한 침묵시위를 벌였다.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참가자들에게 나눠졌다. 시민들이 메시지를 보고, 마음으로나마 동참하기를 바라며 종이를 높이 들었다.

 

▲ 예배를 마치고 일부 참가자들은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편, 인천에서도 '고난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 예배'가 열렸다. 남섬교회, 더함공동체교회, 드림교회 등 17개 교회와 감리교사회연대, 교회2.0목회자운동 등 5개 단체가 예배에 참여했다. 이들은 세월호 실종자의 무사 생환를 바라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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