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찬양을 기뻐하실까
할렐루야 부활하셨네 기뻐하고 기뻐하라
박수 쳐 주면 좋아 춤출 아이돌일까
부활절은 다짐의 날,
돌무덤에서 나온 그는 어디로 향했나


가난한 자에게 좋은 소식을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눈뜸을
눌린자에게 자유를
'가포눈눌' 선언했던 그 젊은이는
고아 창녀 정신병자 문둥병자 노숙인 쪽방촌 노인들
진실된 삶을 고민하는 몇몇 부자들
시궁창에서 함께하다가 십자가에 달렸다


부활은 죽었다 사는 서커스가 아니다
온몸으로 비범하게 낮은 데로 기어가는 삶이다
화려한 찬양 들으려 부활했을까
기뻐하라는 저 찬양, 고맙기는 하다만
찬양받는 그는 얼마나 민망하고 답답할까


"내가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 있겠다"
부활한 그는 푸념의 땅 갈릴리로 향했다
고통의 고향, 한숨과 학살의 고을
제자들이 포기했던 갈릴리
우리들이 외면하고 있는
용산으로 쌍용으로 강정으로
밀양으로 세월호 가족으로 슬픔으로 가자고
고개 숙인 로페카들에게 떠날 채비하라고 귀띔한다


기쁨을 강요하지 마라
슬픔도 침묵도 강요하지 말자
매일 몰락, 매일 부활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픔과 함께 할 때 눈물의 기쁨이 그늘이니
"갈릴리에서 만나자."


스승의 뜻을 따른답시고 제자들은
세상의 늪으로 기어갔고
목 잘려 죽고, 매 맞아 죽고,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거짓에게 승리했다
그를 믿는다는 것 그래서
마침표 없는 서늘한 결단이다
부활절이란 예수처럼 살기는커녕
시늉도 못하는 내 가슴을 찢는 날

 
갈릴리로 가는 자,
저기 부활이 간다

*'로페카'(Ropeca)는 '위로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필자 주

이 글은 김응교 교수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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