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새벽, 안산의 공기는 여전히 무거웠다. 오늘은 부활절이지만,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지 다섯째 날이기도 했다. 안산에 사는 기독교인들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구조 상황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착잡함을 느끼며 부활절 새벽을 맞았다.

▲ 안산시 기독교인들이 착잡한 마음으로 부활의 새벽을 맞았다. 안산시기독교연합회는 4월 20일 안산동산교회에서 부활절 연합 새벽 예배를 열었다. 30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안산시기독교연합회(유재명 회장)는 4월 20일 안산동산교회(김인중 목사)에서 안산 지역 교회 부활절 연합 새벽 예배를 열었다. 여느 부활절 새벽과 달리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사회를 본 유재명 목사는 예배에 앞서, 세월호 침몰로 여전히 260여 명이 실종 상태고 그중 안산시 내 23개 교회에 등록된 학생이 54명, 이미 사망자로 확인된 학생도 1명 있다고 전했다. 곳곳에서 낮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고훈 목사(안산제일교회)는 수십 년의 목회 생활 중 이렇게 무능하고 부끄러운 때가 없다는 말로 설교를 시작했다. 어찌할 줄 모르는 마음에, 밤새도록 설교 한 줄도 쓰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부활은 기쁨과 축제의 날인데,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아이들 생각으로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잠도 못 자는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나사로의 죽음, 야이로의 딸의 죽음, 심지어 자신의 죽음 앞에서 항상 '울지 말라'고 위로하셨던 것을 기억했다고 고 목사는 말했다. 그는 애끓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 시는 안타까움으로 시작해 부활의 소망으로 끝난다.

"바다야 차디찬 진도 바다야 / 그렇게 좋은 날 / 아무 죄 없는 순결한 우리 아들딸들에게 / 어찌하여 숨 막히도록 물을 먹였느냐 / 아직 꽃망울 피지도 못했는데…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 어찌하여 우리 청소년을 버리시나이까…생명이요 부활이신 주여 / 생존자는 살아 돌아오게 하시고 / 잠자는 자는 부활로 돌아오게 하소서."

▲ 실종된 학생들 세 명을 맡고 있는 한 주일학교 선생님이 강단에 올라 편지를 낭독했다. 꼭 돌아오라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읽는 사람도 목이 메이고 듣는 사람도 울먹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설교가 끝난 후 실종된 학생들 중 세 명을 맡았던 한 주일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아직 너희들과 하지 못한 게 많다고 말하는 그의 목이 메었다. 기도와 걱정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게 원망스럽다고 했다. 편지는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끝을 맺었다. 교인들은 모두 울음을 터트렸다.

교인들은 사고를 당한 학생들과 가족들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이 사건으로 비탄에 빠진 안산 시민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김영길 목사(안산만나교회)는 부활의 아침에 이들 모두에게 하나님의 긍휼을 베풀어 달라고 기도했다. 그는 "성장만을 추구하며 내달린 대한민국이 성숙함은 갖추지 못했다"며, 이 사회와 기성세대가 생명을 경시하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총체적인 부실 상태임을 인정하고 회개했다.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은 빠져 나갔지만, 몇몇 교인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학생들을 위한 기도가 한참 동안 계속됐다. 안산시 기독교인들은 오늘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 교인들은 사고를 당한 학생들과 학부모, 이 사건으로 침통해하고 있는 안산 시민들을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의 긍휼이 임하기를, 기적이 일어나기를 빌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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