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 후속 교회 탐방 프로그램 세 번째 순서로 초계중앙교회를 방문했습니다. 10월 15일 전국 각지에서 32명의 목회자가 모였습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지난 15일 32명의 목회자와 함께 경남 합천 초계중앙교회를 탐방했습니다.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 이후로 한 달여 만에 이진용 목사를 다시 만났습니다. 교회에 도착해 주변 마을 사정을 둘러본 한 참석자가 먼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곳 사람들 마음을 어떻게 얻었습니까?"

이진용 목사(초계중앙교회)가 합천에 내려온 지 8년이 지났습니다. 서울 출신 젊은 목사가 촌마을에 처음 내려왔을 때 이 지역 토박이 주민들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들었습니다. 외지인을 경계하는 시골 정서가 그대로 묻어난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얼마나 버티는지 한번 두고보자."

처음 2년은 공부방, 도서관을 열심히 운영했습니다. 읍에나 있을 법한 시설이 들어서자 부모님들이 먼저 반겼습니다. 애들이 공부방에 한 번 가면 두 번 가고 갈 때마다 표정이 변해서 돌아오자 엄마들 마음이 하나둘 열렸습니다. 아이들과 부모님 마음을 얻고 나니 지역의 필요가 하나씩 더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초계중앙교회는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해 카페, 도서관, 공부방, 문화 캠프 등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초계면은 분지 지형인데다 큰 물줄기도 없어서 여름이면 폭염에 시달리기 일쑤입니다. 이진용 목사는 물 축제를 열어 지역 어린이들이 한번 신나게 놀 수 있도록 해 주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교회 앞마당에 간이 수영장을 만들었더니 다른 면에 사는 어린이들까지 난리법석을 떨며 모여들었습니다. 100명, 200명이 해마다 여름이 되면 소동을 벌이니 마을 어르신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손주뻘 되는 애들이 이렇게 신나게 노는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봤습니다. 마을 어르신들도 교회가 하는 일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그렇게 2~3년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사역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학업과 취업을 이유로 마을을 떠나는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이진용 목사는 마을 '돕기'를 넘어 '만들기'를 시도하자 결심했습니다. 이 목사는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문화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젊은이들이 떠난 마을에 다시 '젊음'을 심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다 보면 고향에 다시 돌아오는 젊은이들도 생길 것이고, 귀농·귀촌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서울 유명 인디 밴드를 초대해 페스티벌을 열었습니다. 취지를 듣고 선뜻 무료로 공연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공연을 한두 번 열자 소문이 퍼졌습니다. 학교 선생님, 가게 사장님, 면장님, 남녀노소가 모여들었습니다. 많게는 300명이 교회 앞 공연장을 가득 메우기도 했습니다. 색다른 공연장 분위기에 매력을 느껴 먼저 연락을 걸어오는 공연 팀들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종류도 다양해 CCM, 클래식, 국악,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모두 무료입니다. 섭외비도, 입장료도 없습니다.

▲ 교회 앞마당을 공연장으로 사용합니다. 인디밴드, CCM, 클래식, 국악, 연극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초계중앙교회의 8년간 사역을 꾸준히 지켜본 이웃들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근 과일 가게 아주머니는 교회가 운영하는 카페에 매일 무상으로 과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아 매달 전기비를 대신 납부해 주고 있습니다. 초계중학교 교장 선생님은 일이 있을 때마다 오셔서 설거지 등 허드렛일을 돕습니다. 초계면, 합천군에서도 소식을 듣고 후원과 참여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에게 이진용 목사는 '하이파이브 목사'로 통합니다. 스스럼없이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 이 목사가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쓰는 방법인데, 이제는 마을 주민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장날이면 좌판 할머니들이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합니다. 8년을 한결같이 마을 속으로 들어가 살려 했던 이 목사의 진심 어린 노력이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날 경북 영천에서 목회자 9분이 한차를 타고 탐방에 참여했습니다. 오부용 목사(입석교회)는 "같이 온 동료 목회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돌아가서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혼자서는 힘든데 여럿이서 힘을 모아 마을 사역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광주에서 온 한완욱 전도사(한울교회)는 "'목회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 새삼 들었다. 일상으로 부딪치는 목사님의 모습에서 많은 도전을 받았다. 프로그램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참석 소감을 전했습니다.

▲ 이날 참석자들은 이진용 목사에게 사역 배경과 과정을 듣고 건강한 목회 모델에 대한 고민을 나눴습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목회멘토링사역원은 지난 9월 9일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을 열고 전국 각지에 건강한 목회를 꿈꾸는 여러 목회자들을 만났습니다. 이후 진행된 세 차례의 탐방 프로그램에서도 좋은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워크숍에서 100여 명, 탐방 프로그램에서 총 50여 명의 목회자들이 모여서 건강한 목회의 대안적 모델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앞으로의 만남도 기대됩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의 다음 걸음에도 관심 가져 주시고 많이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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