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멘토링사역원은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 후속으로 교회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0월 1일 광주 숨-쉼교회를 첫 번째로 방문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오랜만에 광주를 다시 찾았습니다.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부모님도 광주에 안 계시고 딱히 갈 일도 없고 해서 3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합니다. 오랜만의 방문이건만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오후 반나절 있다가 저녁 무렵 다시 돌아와야 했습니다. 고향 방문의 감흥 이런 걸 느낄 처지가 못 됐습니다.

대신 좋은 교회 하나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과는 꽤 친한 교회입니다. <뉴스앤조이> 바른 신앙 시리즈 <이웃과 함께하는 도시 교회>에 소개됐고, 지난 9월 9일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에서 사례로 발표한 교회입니다. 직접 가서 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워크숍 후속 교회 탐방 프로그램 첫 방문지로 선정돼 10월 1일 9명의 참석자와 함께 광주 숨-쉼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글로 배워서 그렇다'는 말을 우스개로 던지곤 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거랑 실제는 다를 수 있다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광주 숨-쉼교회는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흔히 그렇듯 상가 건물과 식당들이 즐비한 조금 복잡한 동네였습니다. 물론 교회 십자가도 여럿 보였습니다. 그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갈 때 교회는 어떤 고민을 품었을까? 주변 마을 형세를 놓고 보니 자연스레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 숨-쉼교회는 앞마당을 이웃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풀과 꽃을 심어 지나가는 이웃들이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앞마당이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공간을 한 치라도 더 쓰기 위해 아득바득 늘리고 확장하는 게 대세인데 숨-쉼교회는 교회 이름처럼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남겨 두었습니다. 오며가며 풀도 보고 꽃도 볼 수 있는 작은 밭을 꾸며 놓은 것입니다. 안석 목사는 이 공간이 지나다니는 이웃을 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얼마 전 구청장이 교회를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여겨 본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고 합니다. 교회가 얼마나 공공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교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땅히 보여야 할 로비와 안내 데스크,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대신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 동네 주민들이 부담 없이 들러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교회 건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예배당은 5평 남짓한 작은 공간(2층)에 따로 마련해 두었습니다. 교회가 카페와 도서관을 차려 이웃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대화를 나누고 동네 사정을 함께 논의하려고 작정한 모습이 선명했습니다.

▲ 안석 목사(숨-쉼교회)와 함께 교회 구석구석을 둘러봤습니다. 이웃과의 소통을 위해 도서관과 카페를 열고, 예배당은 2층 아담한 공간에 마련해 두었습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교회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도서관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참석자들이 먼저 얘기를 꺼냈습니다. 강릉, 삼척, 안동, 평택, 남원, 광주에서 한 분씩, 두 분씩 찾아왔습니다. 소개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는 저마다의 지역과 교회 사정이었습니다. 참석자 중 한 분은 지난 워크숍 이후로 자신의 목회 패턴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렇게 목회하면 안 되겠다 싶어 그날로 이웃을 만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고 합니다. 얼마 전 대리 운전을 시작했는데 내년에는 숲 가이드 자격증을 따서 지역 이웃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지역 사정에 눈을 뜨고 이웃들의 실제 생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신의 목회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참석자 소개가 끝나고 안석 목사와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교회란 뭘까? 목회란 뭘까? 실제적인 질의응답 위주일 거라 예상했는데 대화는 오히려 본질적인 고민을 나누는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둘러앉은 목회자들이 가지고 있는 동일한 고민은 성장형 목회가 가진 한계였습니다. 프로그램과 교인 관리를 수단으로 교회 덩치를 유지, 성장시키는 패턴에 신물이 난다는 얘기였습니다. 행복한 목회는 고사하고 진정성 있는 목회가 도무지 불가능한 구조라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형 교회 부목사로 있던 시절 품었던 생각, 개척 이후 갖게 된 여전한 고민들을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성장형 목회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웃을 섬기는 교회의 모습에 대한 각자의 고민을 나눴습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안석 목사는 자신의 목회는 하나의 모델일 뿐 정답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교회마다 각자 그 교회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때 비로소 교회가 자리하고 있는 지역의 특수성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이웃들의 필요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숨-쉼교회는 교회 자체 사역이나 프로그램을 열기보다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이웃들이 주도한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네 청소년을 위한 '비폭력 대화 교실'이나 각종 마을 만들기 강연, 캠페인 등이 그렇습니다. 교회는 논의에 참여하고 공간을 제공하고 진행을 돕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주민들이 교회를 든든한 파트너로 여기게 됐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안석 목사는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교회를 처음 시작한 것도, 이웃들을 만나게 된 과정도, 이후 다양한 사역을 펼쳐가는 것도 미리 계획에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기회와 만남, 도움이 찾아온 걸 경험하면서 그때그때 한 걸음씩 내딛은 거라고 했습니다. 다만 점점 마을이 사라지고 신성한 가치가 훼손되는 이때, 교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더 찾으려 애쓸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탐방을 모두 마치고 식사 교제를 나눴습니다. 멀리 강원도에서 오신 분들은 6시간을 가야 집에 도착하는데도 피곤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색다른 목회 모델을 접하는 것도 유익했지만 이렇게 둘러앉아 고민을 나누고 건강한 목회를 해 보려는 꿈을 나누는 것만으로 기운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의 다음 탐방 교회는 인천제2교회(10월 10일)입니다. (관련 기사: 이웃 위해 문턱 낮춘 인천제2교회 탐방합니다) 마지막 탐방 일정은 합천 초계중앙교회(10월 15일)에서 보냅니다. 자세한 소식은 곧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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