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제2교회는 '보수' 교회다. 64년째 이름도 안 바꾸고, 지역도 그 자리 그대로고, 담임목사도 2번밖에 안 바뀌었다. 그것뿐이랴. 구역 공과도 몇 십년 째 그대로다. 몇 해 전 괄호 넣기 공과를 한 번 시도했다가 교인들의 건의로 다시 예전 교재로 돌아갔다. 달리 보수가 아니라 뭐든 잘 안 바꾸기로 소문이 났다.

대신 주일예배 시간에 사활을 건다. 오직 말씀을 부르짖는다. 세련된 양육 체계나 교육 프로그램은 없다. 꼭 할 일만 찾아서 하고 여타의 이벤트나 테크닉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런 교회가 이웃 섬김 사역에 팔을 걷어붙였단 얘기를 듣고 <뉴스앤조이>가 취재에 나섰다. (관련 기사: 목욕탕·병원 있는 교회 보셨나요) 바른 신앙 시리즈 <이웃과 함께하는 도시 교회 이야기>에도 소개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이 개최한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에서는 이건영 목사(인천제2교회)가 주제 강연을 맡기도 했다.

▲10월 10일 인천제2교회(이건영 목사)를 탐방했습니다. 17명의 참석자와 함께 교회 곳곳을 탐방하고 이건영 목사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지난 10일 워크숍 후속으로 진행 중인 교회 탐방 프로그램 두 번째 순서로 인천제2교회를 찾았다. 17명의 참석자들이 교회를 탐방하고 이건영 목사와 대화를 나눴다.

먼저 교육관을 살폈다. 8층부터 1층까지 차례차례 둘러보는데 층마다 눈에 띄는 공간이 꼭 하나씩 있었다. 8층에는 헬스장과 농구장, 7층에는 꿈나래도서관, 6층에는 삼일특수교육센터, 5층에는 목욕탕, 2층에는 치과 진료실과 미용실이 있었다.

교육관은 교회 건축의 옵션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형편이 되면 짓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 교육관이 지어지면 교인들을 위한 공간만 빼곡하다. 그런데 인천제2교회는 교육관에 이웃을 위한 공간을 한 곳씩 마련해 두었다.

왜일까? 이건영 목사는 예배당을 신축할 즈음의 이야기를 꺼냈다. 2008년 건축을 앞두고 부지 선정을 놓고 고심했다고 한다. 기존에 교회가 위치한 지역은 재개발 예정지로 선정돼 유입 인구는 적고, 느는 것은 공장뿐이었다. 대신 신도시 부근에 알짜배기 땅이 하나 나왔는데 그 근처에는 한창 아파트 단지가 붐을 일으키고 있었다.

형편만 놓고 보면 옮기는 게 당연한데, 인천제2교회는 원래 지역을 떠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도시 부근에는 이미 들어선 교회만 50군데가 넘고 지금 지역에는 교회 하나 찾기 어려운데 우리가 떠나면 되겠냐는 게 이유였다. 경쟁보다 책임을 선택한 셈이다.

지역을 생각하는 마음이 건물 구성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교육관을 이웃들에게 개방하고, 거기서 더 나가 이웃의 필요에 맞게 공간을 하나씩 만들어 나갔다. 헬스장은 인근 공장의 노동자, 목욕탕은 장애인과 어르신, 삼일특수교육센터는 장애 아동, 치과 진료실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열었다.

▲교육관 층층마다 이웃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이웃의 필요를 세심하게 살핀 흔적이 눈에 띄었습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이 밖에 크고 작은 이웃 섬김 사역이 20가지가 넘는다. 교인들의 동의나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사역들이 참 많다. 재정도 만만치 않게 들고 그때그때 일손도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열을 올리는 것 아닌가 하는 견제도 있을 법 했다. 그런데 교회 안에 별다른 잡음 없이 열성적인 참여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유가 궁금했다.

이건영 목사는 교회의 오랜 전통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50년대에는 모자원이라는 이름으로 남편 잃은 부녀자들을 섬겼고, 70년대에는 삼일유치원을 설립해 지역 아동들의 교육을 담당했고, 80년대에는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장애 아동들을 위한 활동을 펼쳐 나갔다.

전통을 지키려는 목회자의 노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건영 목사는 인천제2교회에서 태어나고 자라 담임목사까지 되었다. 평신도로 27년, 교역자로 27년 총 54년을 지냈다. 원로목사인 이삼성 목사도 40여 년을 인천제2교회에서만 사역했다. 오랜 세월이 꼭 전통을 보장하진 않지만, 인천제2교회의 행보를 지켜보면 전통을 퇴색시키지 않겠다는 목회자의 일념만큼은 손색이 없어 보였다.

▲이건영 목사와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인천제2교회의 발자취와 이웃 섬김 사역 이모저모, 건강한 목회를 위한 목회자의 노력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고민을 나눴습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발 빠르게 변해야 산다는 논리가 교회 안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요즘, 인천제2교회의 시간은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다. 이처럼 인천제2교회는 여러 면에서 보수를 자처하지만 이웃들을 위하는 자리에서만큼은 계속 진보하고 있다.

긴 시간 대화를 나눈 뒤 이건영 목사는 "우리 사역이 100m 달리기가 아니고 마라톤인데, 아직 많이 남은 경주를 마지막까지 잘 달릴 수 있도록 해 주시라"고 참석자들과 함께 기도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과 함께하는 마을을 섬기는 교회 탐방. 마지막으로 방문할 곳은 합천에 있는 초계중앙교회입니다. (관련 기사: 청소년에게 인기 '짱' 초계중앙교회 탐방합니다) 마지막 탐방 소식도 곧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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