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회 실행위원회가 9월 13일 총회 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대화합'을 명목으로 총회 파행 사태와 관련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방향을 정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예장합동 총회 실행위원회가 '대화합'을 명목으로 총회 파행 사태와 관련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방향을 정했다. 실행위는 9월 13일 총회 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인사 5명의 총대권을 제한하기로 했던 결의를 취소하기로 했다. 비대위와 총회 측의 고소·고발은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총무 해임 등 헌의안·긴급동의안 기각 건은 '총회대화합추진15인위원회'(화합추진위·전대웅 위원장)에 맡기기로 했다.

실행위는 지난 8월 21일 서창수·송영식·이종철·오정호·이상민 목사의 총대권 및 공직을 5년간 제한하고, 총회 사태와 관련한 헌의안·긴급동의안을 접수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총회장·총무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 (관련 기사 : 예장합동, 97회 총회 사태 문제 제기 '봉쇄') 이에 대한 반발 여론이 들끓자, 총회 임원회는 비대위와 관련한 모든 고소·고발과 천서 제한을 풀고 화합 차원에서 98회 총회를 맞이하자고 했다. 대신 황규철 총무의 임기를 보장하자고 했다.

총회 임원들은 이를 위해 화합추진위를 구성했다. 임원회에서 3명, 실행위에서 3명, 비대위에서 3명 등 총 9명의 위원을 선정했다. 화합추진위원은 부총회장 안명환 목사, 부서기 김영남 목사, 부회록서기 최우식 목사, 총회사태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대웅 목사, 서기 고광석 목사, 1소위원장 이형만 목사, 비대위 위원장 서창수 목사, 부위원장 사일환 목사, 자문위원 이건영 목사 등이다.

이들은 실행위 전날인 9월 12일 모여 합의문을 도출하기 위해 논의했다. 고소·고발 취소와 이전 실행위 결의 취소는 동의했다. 하지만 총회 파행 관련자 처벌 등이 포함된 헌의안·긴급동의안 기각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총회 측은 총회장·총무를 처벌하지 말자고 했고, 비대위 측은 전국 노회에서 올린 헌의안과 긴급동의안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화합추진위는 '총회 파행 사태와 관련해 모든 사람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다'는 1안과 '97회 총회의 아픔을 딛고 98회 총회는 대화합 총회가 되도록 노력한다'는 2안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2안은 총회 현장에서 책임자 처벌을 논의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화합추진위는 실행위에 공을 넘겼다.

실행위는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1안을 받아들였다. 이대로라면 97회 총회 사태와 관련한 모든 헌의안과 긴급동의안은 사실상 기각한다는 이야기다. 황규철 총무의 임기도 보장하는 셈이다. 현재 총회 사무국은 총회장·총무 처벌 헌의안을 전부 소속 노회로 돌려보낸 상태다. 실행위원들은 비대위 인사 5인에 대한 징계는 취소하기로 하고, 현재 진행 중인 고소·고발 건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헌의안 기각을 놓고 일부 실행위원은 반발했다. 한 실행위원은 "전국 노회의 헌의를 기각하는 건 실행위가 월권을 행사하는 거다. 헌의안을 살려서 본회에서 논의하자. 문제를 덮고 가느냐 마느냐는 총대들이 판단할 사안이다"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행위원들은 그냥 덮고 가자는 분위기였다. 총회장·총무에게 다시 한번 면죄부를 준 셈이다.

실행위는 9인 화합추진위에 장로 6명을 추가해 15인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이들에게 '총회 대화합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하도록 맡겼다.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 화합추진위에 실행위 결의를 토대로 완성된 합의문을 도출하라고 주문했다. 화합추진위는 9월 16일 대전에서 모여 문안을 작성한다.

비대위와 총회 측은 실행위 결의를 두고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비대위 한 인사는 "이전 실행위 결의를 취소했다. 헌의안·긴급동의안 기각도 취소된 것이다. 화합추진위에서 재논의를 하더라도 총회장·총무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는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고 했다. 총회 측의 한 인사는 "모든 문제를 덮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실행위에서 화합을 위한 뜻을 모았고 화합추진위가 구체적인 문안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노회 고유 권한인 헌의권을 실행위가 제한하는 이상, 98회 총회 현장에서 총대들의 반발 여론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한 실행위원은 "총무 해임 등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총대들의 정서를 잘못 짚은 것 같다. 실행위의 월권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실행위원은 "화합을 명목으로 총무·총회장을 살려 주려고 한 실행위는 총대들의 화만 더 돋운 셈이 됐다. 작년보다 더 거센 성토 여론이 몰아칠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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