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회 정치권이 황규철 총무 구하기에 나섰다. 진상규명위는 황 총무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보고서를 내놨고, 후속처리위는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 총무 해임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마르투스 구권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정준모 총회장) 총회 정치권이 황규철 총무에게 면죄부를 줬다. 총회사태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전대웅 위원장)가 황 총무의 용역 동원과 가스총 사건을 무마하는 보고서를 내고, 총회파행사태후속처리위원회(정은환 위원장)는 황 총무에 대한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두 위원회를 탄생시킨 실행위원회는 이들의 보고를 그대로 받았다. 하지만 98회 총회에서 황 총무를 해임해야 한다는 여론은 여전하다.

총회 사태 진상 규명 보고서는 황 총무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했다. 진상규명위는 황 총무가 용역을 동원하고 총회 석상에서 가스총을 빼든 것은 잘못이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용역 동원은 97회 총회 전 열린 실행위의 결정이었고, 발언대에서 가스총을 꺼낸 것은 총대들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황 총무 자신이 살해 위협에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진상규명위는 결론지었다. (관련 기사 : 총회장·총무에게 돌을 던지지 마라)

한술 더 떠 진상규명위는 용역 고용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3소위원회(이완수 위원장)는 "풍전등화 같았던 97회 총회가 용역 동원이라는 오명 속에서도 정한 시간에 큰 파행 없이 개회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요, 역설적으로 용역을 통한 질서 유지 덕분이었다"고 서술했다. 1소위원회(이형만 위원장)도 "(용역 고용으로) 총회가 안정되게 끝날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져 오히려 용역 사용이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했다.

가스총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위는 황 총무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황 총무는 중국 칼잡이들로부터의 살해 위협, 아킬레스건을 끊겠다는 협박 등에 대처하려고 가스총을 소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밀짚모자를 쓴 미행자에게 가스총을 한번 쏴 봤다고 진술했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사용하려고 가스총을 꺼내는 연습을 자주 하다 보니, 총회 현장에서 위기 상황을 설명할 때 습관적으로 가스총을 빼 들었다고 말했다.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도 쉽게 믿을 수 없지만, 총회 현장에서 황 총무의 태도는 설명을 위해 가스총을 꺼낸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발언대에서 황 총무가 가스총을 치켜들자, 총대들의 야유가 빗발쳤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졌고, 황 총무는 "들으라"고 윽박지르며 가스총으로 총대들을 겨냥했다. 황 총무는 자신을 제지하기 위해 나온 이상민·오정호 목사를 수차례 밀쳤고, 이는 곧 격한 몸싸움으로 전락했다.

실행위가 용역 고용을 결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행위에서 용역을 사용하자고 발의한 사람은 황규철 총무다. <기독신문> 보도에 의하면, 황 총무가 총회 질서 유지를 위해 용역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실행위에 요청했다. 용역 고용에 들어간 돈도 문제다. 진상규명위 보고서는 이를 7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전국 교회 교인들의 헌금 7000만 원이 용역 업체의 호주머니로 사라진 것이다.

또 황 총무는 실행위 결의를 등에 업고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목사들에게 민형사 소송을 걸었다. 비대위와 중부지방노회협의회는 이를 불법 소송이라 규탄하며 즉각 취하를 요구했다. 황 총무의 부적절한 소송을 탓하고 소송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외에도 황 총무는 97회기 동안 언론사의 취재를 제한하고, 기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총회 사무직원들에게 경비 업무와 채증을 시켰다. 언론의 견제와 감시의 망을 피한 채, 정준모 총회장과 황 총무는 자신들의 대변지 노릇을 할 <총회소식>을 발행했다. 임원회나 실행위 어디에서도 이런 결의를 하지 않았으며, 소식지 발간에 들어간 돈만 해도 73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황 총무의 부적절한 행동이 산적한데도, 총회 정치권의 비호는 강고하다. 올해 봄 정기노회에서 황 총무 해임 헌의를 결의한 곳이 40여 곳이나 되지만, 실행위는 모든 헌의를 기각하겠다고 나섰다. 이와 관련한 긴급동의안을 내는 노회에는 총대권을 제한하겠다고 엄포다. 몇몇 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총대와 노회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총대들은 황 총무와 그를 두둔하는 정치권에 분노하고 있다. 황 총무를 98회 총회 현장에서 해임해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다. 한 총대는 "총회에서 즉결 처단해야 한다. 총대들은 여전히 총무 해임을 원하고 있다"며 "실행위가 무슨 권한으로 노회의 헌의와 긴급동의안을 막는 것인가. 실행위가 노회 위에 있는 기구인가. 이에 대해 반드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회 헌법 권징조례 제48조는 치리회 석상에서 범죄한 자에 대해 즉시 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회 규칙에 따르면, 총회 파회 후 총무가 결원이 될 때에는 임원회에서 총무 서리를 선정할 수 있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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