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취임 후 교계 예방…교계 지적에 수긍 없이 "이재명 정부 잘못하면 목소리 내 달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취임 후 교계 연합 기관을 찾았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취임 후 교계 연합 기관을 찾아 이재명 정부를 견제해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취임 후 교계 연합 기관들을 예방했다. 9월 16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김종혁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종생 총무)를 연달아 방문한 장 대표는,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 달라고 교계에 요청했다. 

장 대표는 조배숙·김기현 의원과 함께 한교총을 먼저 방문했다. 한교총 김종혁 대표회장은 국민의힘이 극단적인 언행을 삼가면 좋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 절대다수가 극좌와 극우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교총이 여러번 밝혔다. 지나친 폭력과 언어를 동반한 파괴적 주장은 국민의 유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종혁 대표회장은 "국민의힘과 지난 정부는 무속, 사이비 종교와 결탁했다"고 운을 뗀 뒤, "군사 독재의 아픔을 기억하는 국민 앞에 군대를 동원해 통치하겠다는 발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 지난 정부의 과거를 잘 극복해 건강한 야당으로 힘 있게 나아가 달라"고 말했다.

한편 동성애 반대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다. 김 대표회장은 "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중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가족부로의 명칭 변경을 반대한다. 이는 극단적 진보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고, 두고두고 교회의 비판을 받을 내용"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에 대한 지적에는 별다른 언급 없이 성평등가족부 명칭에 대한 우려에만 공감했다. 그는 "우리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특히 김기현 전 대표와 조배숙 의원이 국회에서 강하게 목소리 내고 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잘못 가는 방향에 대해 정부조직법뿐만 아니라 여러 목소리를 함께 내 달라. 기독교 정신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이 바로 갈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헌법을 만들고 기초를 놓았던 분들이 생각한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인도해 달라"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는 교회협에도 방문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장동혁 대표는 교회협에도 방문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국민의힘 의원들은 교회협에도 방문했다. 교회협 김종생 총무는 교회협의 주된 과제가 △약자와의 연대 △민주화 △통일이었다고 설명하면서 국민의힘에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의 고공 농성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다. 

김종생 총무도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극단적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김 총무는 9월 14일 장동혁 대표가 세계로교회에 방문해 손현보 목사의 구속이 '종교 탄압'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이번에 부산에 가셔서 목사보다도 더 신앙적인 말씀을 하셨는데 성경으로 돌아와서 결국 우리는 우리에게 있는 권한을 쓰는 게 아니라 절제하면서 풀어가는 일을 해야 한다"면서 "얼마 전 교인 21%가 극우 입장을 표방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제 국민의힘이 21%를 넘어 나머지 80% 쪽에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중성, 공감을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총무는 "비상계엄은 결국 우리 사회를 또 한번 지옥 속으로 빠뜨리는 과정이 됐다.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으로부터 강을 건너시는 것이 좋겠다. 지난번에 (국민의힘에서) 평화적 계엄, 계몽령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전두환 정권 당시) 비상계엄의 피해를 입은 저로서는 평화적 계엄은 없다고 생각한다. 계몽령이라는 말의 유희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정부를 견제하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장 대표는 "계엄을 고리로 해서 대한민국 헌법을 벗어나 선출된 권력은 대한민국 헌법보다 더 위 정점에 선다"면서 이재명 정부가 비상계엄을 핑계로 독재를 하려 한다는 취지로 말을 이어 갔다. 그는 "계엄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고 모든 상대방을 다 없애도 되고 우리만이 절대 선이라고 하는 그 오만함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 국민들이 우려하고 계신다. 국민의힘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면서 힘들 때 성경 말씀 속에서 지혜로운 길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한교총과 달리 교회협에서는 비공개 환담 없이 일어섰다. <뉴스앤조이>는  9월 14일 세계로교회에서 '손현보 목사 구속은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한 것에 관해 공직선거법을  종교인들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으나, 그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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