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자유통일당 비례 나서고 충남인권조례 좌초 이끌어…"도저히 인권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인물"  

성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해 온 지영준 변호사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추천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성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해 온 지영준 변호사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추천됐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국민의힘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교계 반동성애 핵심 인사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를 추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 변호사는 성소수자 차별·혐오를 조장하고 개신교인들을 선동하는 데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자, 과거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기독자유통일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이력이 있는 사람이다. 지 변호사가 후보에 추천돼 7월 23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들어갈 것이라는 일정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인권위 내부에서도 강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충상 전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지영준 변호사를, 한석훈 전 비상임위원의 후임으로 박형명 변호사(법무법인 김장리)를 추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7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국회가 4명을 선출한다. 원내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이 각각 2명을 추천하는데, 전임자 2명이 국민의힘 몫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국민의힘이 후보를 추천했다. 상임위원의 임기는 3년이고,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지영준 변호사는 성소수자 인권 탄압에 앞장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활동을 계속해 온 인사다. 그는 2008년 군법무관 재임 시절 군대 내 불온서적 지정이 기본권 침해라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가 파면됐고, 이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활동하며 2011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에서 수여하는 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에서 '문화선교사'로 파송되는 등 보수 개신교 반동성애 운동의 선봉에 섰다.

그는 성평등기본조례·학생인권조례·충남인권조례 반대 집회·간담회에 참여하며 폐지 운동을 주도했다. 2018년 2월 9일 '충남인권조례 폐지 당위성 설명 및 전국 확산 선포식'에서는 "양성애는 기본적으로 배우자가 두 명 있어야 하고, 범성애는 배우자가 여러 명이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배우자 한 명을 전제하는 우리 헌법과 맞지 않다", "헌법에서 혼인을 보호하는 이유는 자녀를 출산해서 미래 세대를 계승하고 이어 가는 것 때문인데, 동성애에는 자녀 출산이 없다. 동일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동일하게 취급해 달라는 것인가"라고 발언했다. 

같은 해 <국민일보> 인터뷰에서도 "좌파 인사들이 연대해 구사하는 전력은 결국 인권 교육으로 미션 스쿨을 흔들고 인권을 앞세워 기독교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것"이라면서 "이런 위기 상황에서 교회가 연합하지 않으면 전체가 쓰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차별 금지 조항에 명시된 '성적 지향'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 변호사는 2019년 "'동성애자를 차별하자는 말인가'라는 비판에 대해"라는 제목의 <국민일보> 칼럼에서 "성적 지향은 남녀 구분을 해체하고 제3의 성을 창설하는 근거가 될 뿐이다. 이는 서구 사회처럼 사회 문화적 혼란을 가져올 게 뻔하다"라면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성적 지향은 반드시 삭제해야 하며, 생래적으로 남녀밖에 없다는 성별 규정을 못 박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영준 변호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반대하고, "성적 지향에 따라 사람을 차별해도 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 반동성애 강사들과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 <왜곡된 혐오 차별과 인권기본법의 문제점과 폐해>, <생명과 성 I> 등을 공저하고, 개신교 반동성애 단체인 바른군인권연구소 법률위원,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실행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18년에는 한동대학교가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는 이유로 학생을 징계한 사건에서 학교 측 대리인단으로 참여하는 등 성소수자 차별·징계 관련 사건도 여럿 수임했다. 지난해에는 '동성혼·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겠다는 취지로 광화문·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10·27 집회에도 참가했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에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전광훈 목사의 기독자유통일당에서 비례대표 후보 12번으로 출마했다. 당시 전광훈 목사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손을 잡고 터무니없는 망상을 기반으로 공약과 정책을 내놨다. △공산·사회주의로의 내각제 개헌 음모 저지 △공수처법 폐기 △ 동성애·이슬람·차별금지법 저지 △9·19 남북 군사 합의 폐기 △차별금지법(자유권박탈법) 제정 저지 △낙태법 개정 및 생명보호법 제정 △종교 사학의 자율성 보장 등 반동성애 진영과 광화문 태극기 집회 세력이 내세우는 구호를 공약화했다.

당시 지 변호사는 김승규 전 국정원장, 주옥순 대표(엄마부대), 박은희 대표(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한효관 대표(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등과 함께 비례대표로 나서 12번을 배정받았다. 이후 선거 토론회에 기독자유통일당 대표로 나서 "정부 여당은 틈나는 대로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서 자유를 삭제하고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로 가려는 개헌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영준 변호사는 2020년 전광훈 목사의 기독자유통일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차별금지법 반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유튜브 갈무리
지영준 변호사는 2020년 전광훈 목사의 기독자유통일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차별금지법 반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유튜브 갈무리

지 변호사가 상임위원으로 추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2일 성명을 내고 "지영준 변호사는 성소수자를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해 온 자신의 활동을 '영적 전쟁'이라 칭하며 10년 넘게 이어 온 인물"이라면서 "이번 국민의힘의 지영준, 박형명 변호사의 추천은 인권위의 가치를 끝까지 훼손하겠다는 행태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두 사람을 인권위원으로 선출한다는 것은 이미 윤석열 정부가 뒤흔들어 놓은 인권위를 반인권 기구로 쐐기 박는 일"이라면서 "인권위를 정상화하고자 한다면, 차별과 혐오에 고통받는 시민들의 곁에 설 인권 기구를 견인할 수 있는 인물이 임명되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 36개 인권·시민사회 단체 연대체인 국가인권위바로잡기공동행동도 "인권 보호와 증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목적에 반하는 인사"라면서 "지영준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의 월권과 직무 유기'라는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헌법재판소의 관련 결정을 비판하고, 그동안 성소수자, 여성, 종교적 소수자, 이주민, 양심적 병역 거부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부정하고, 코로나 19에 대한 국가의 방역 조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지영준 변호사는 우리 모임의 징계 대상으로 올랐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서 국민의힘에 추천 철회를 요구했다. 

지영준 변호사가 상임위원에 추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권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영준 변호사가 상임위원에 추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권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인권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권위 소속 한 직원은 2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직원들도 뉴스를 보고 (후보 추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대부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 변호사는 인권위 직원이나 인권 활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인물이다. 안창호 위원장이 법률가로서 반동성애 진영에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했다면, 지영준 변호사는 토론회나 집회, 소송 등을 다 주도한 행동대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의 활동 이력이나 발언을 봤을 때 도저히 인권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반인권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이런 인물을 인권위원으로 세운다면, 이미 망가진 인권위를 다시 세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여당 내부에서도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힘은 다시 내란 동조자들을 인권위에 보내겠다고 한다. 이는 내란으로부터 겨우 벗어난 국민들에 대한 조롱이고 모욕"이라며 "국힘은 지금 당장 두 후보의 추천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의 찬성표를 받으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동안 국회는 여야가 추천한 인사에 대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관례적으로 통과시켜 왔으나, 2015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비상임위원으로 추천한 박김영희 후보가 과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였다는 이유로 부결된 전례가 있다. 2024년에는 국민의힘이 한석훈 변호사를 비상임위원 후보로 추천했으나, 표결 직전 인권위원을 지낸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강한 반발과 호소 끝에 부결됐다.

국회는 23일 2시 본회의를 열어 두 사람에 대한 인권위원 임명 동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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