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경력 조회하려 해도 현행법상 난항…△성범죄 신고 의무 제도 △성범죄 관련 사실 확인서 제출 제안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2016년 춘천 ㅁ교회 소 아무개 목사는 자신이 운영하던 지역 아동 센터 학생을 강제 추행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8년 춘천시청으로부터 지역 아동 센터 폐쇄 처분을 받았다. '성범죄자 취업 제한 제도'에 따라 성폭력 범죄로 형이 확정된 사람은 일정 기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운영하거나 기관에 취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 아동 센터는 못 하게 됐지만, 소 목사는 자신의 전과를 숨기고 목회를 계속할 수 있었다. 소속 교단인 기독교한국침례회가 범죄 사실을 인지하고 그를 제명한 것은 한참 뒤인 2021년 9월이었다. 그가 과거 저질렀던 성범죄가 드러나 2021년 징역 7년을 선고받아 구속됐고, 피해자들이 교단과 언론에 사건을 알렸기 때문이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범죄자 취업 제한 제도를 적용받는 기관은 54만여 곳이다. 유치원이나 학교를 비롯해 지역 아동 센터, 병원, PC방, 노래방, 가정 방문 학습 교사, 공동주택 관리 사무소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대상 기관 종사자들은 취업할 때뿐만 아니라 매년 1회씩 성범죄 경력을 조회해 제출해야 한다. 성범죄에 취약한 아동·청소년과 접촉이 가능한 기관이 많기에, 성범죄자 취업 제한 제도의 적용을 받는 기관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종교 시설'은 성범죄자 취업 제한 기관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가해 목회자가 스스로 자신의 범죄 사실을 알리지 않는 이상 교회나 교단에서 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 교단들이 소속 목회자를 대상으로 성범죄 경력 조회를 시행하려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은 2017~2018년 강도사 고시 응시자들에게 범죄 경력 조회서를 발급해 오라고 했지만, 교회가 성범죄자 취업 제한 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찰서에서 발급을 거부한 일도 있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7월 15일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사진 제공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7월 15일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사진 제공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반센·공동대표 방인성·박유미)가 7월 15일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 교회 내 성범죄 경력 조회의 필요와 실천 방안에 대하여'를 주제로 연 포럼에서, 이명화 센터장(서울시립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은 교회가 적극적으로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PC방 아르바이트생이나 개인 과외 선생님, 태권도장 선생님도 성범죄자가 아님을 증명하고 취업하는데, 교회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월급을 받는 목사와 전도사가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오히려 '우리는 안전한 교회다'라고 인증하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 도입을 국회에 요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서명운동이나 국민 동의 청원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성범죄자 취업 제한 제도도 문제가 많다. 이 센터장은 "성범죄자 중 60%만 취업 제한 명령을 받고, 그 기간도 평균 4년 정도다. 취업 제한 대상자가 취업 후 적발돼도 해임만 될 뿐 다른 제재가 없다"며 "종교계가 요청한다면 기존 취업 제한 제도를 실효성 있게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화 센터장은 성범죄자 취업 제한 제도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고 의무 제도'에도 종교 시설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이는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의 장과 종사자가 성범죄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3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이 센터장은 "성범죄 신고율은 아직도 10%를 넘지 않는다. 성범죄 신고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시작이기 때문에, 가장 가까이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아동·청소년을 지도하는 교사나 교역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신고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혜 변호사(법무법인 에셀)는 법리적인 관점에서 종교 시설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를 살폈다. 그는 종교 시설이 일반 아동·청소년 시설은 아니지만, 성범죄 경력 조회 기관으로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종교 시설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비종교 시설 노무 제공자보다 높은 윤리성과 신뢰성이 요구된다. 또한 목회자는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남용해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비난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매우 높다. 따라서 종교인의 성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 차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취업 제한 제도는 성범죄 경력 조회 대상을 "(대상 기관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는 자"라고 규정한다. 이때 종교 시설 업무가 '노무'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목회자의 근로자성에 대한 논의와는 다르다. 직접 노무뿐만 아니라 간접 노무(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간접 노무에 대해 △보호 대상과의 접촉 가능성 △취업 제한 기관 관계자의 노무 감독 여부 △노무가 제공되는 주기 △노무 제공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에 따르면 종교 시설 업무는 많은 부분 사실상 노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혜 변호사는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종교 시설 내 기관(도서관, 상담소, 어린이집, 장애인 특수교육 시설, 다문화 지원 기관 등)이 현행법상 성범죄 경력 조회 대상 시설에 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목회자가 이러한 기관에 등록돼 사역을 시작한다면,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제시한 성범죄 관련 사실 확인서.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제시한 성범죄 관련 사실 확인서.

기반센 박신원 실장은 교단이 소속 목회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성범죄 관련 사실 확인서'를 요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목회자의 성범죄 경력 조회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일 뿐이다.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도 취업 제한 명령을 받지 않거나, 사법 절차를 밟지 않고 교단 재판에서만 치리를 받은 경우는 범죄 사실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목사 청빙 과정이나 매년 노회에 교회 현황 자료를 보고할 때 목회자가 '성범죄 관련 사실 확인서'를 제출하게 하고, 사실 확인서 내용이 틀린 것으로 확인됐을 때는 정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교단에서는 목회자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전상건 총회장)는 지난해 총회에서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 세부 시행안을 연구하기로 결의했다. 이날 포럼에 참가한 기장 전국여교역자회 안수경 총무는 "헌법위원회가 목회자들이 10년 이내 성범죄 경력이 없음을 서약하고 범죄 사실이 밝혀질 경우 임직이나 청빙을 무효로 하는 '서약서'를 제출하는 안건을 이번 109회기 총회에 올릴 계획이다. 양성평등위원회에서도 2016년 발표한 기장 '목회자 성 윤리 강령' 준수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안건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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