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님, 안녕하세요. 나수진 기자입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가 아니라 저희 어머니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20대 중반, 저를 낳고 이후 동생 세 명을 더 낳은 어머니는 28년째 가사 노동과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출산 전 회사를 다닌 것 말고는 계속해서 경력 단절 여성으로 산 셈이지요. 어머니는 막내 동생이 중학교 2학년이 된 올해 들어서야 조금씩 ‘바깥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역 문화센터에서 칼림바를 배워 합주회를 열고, 수채화·연필화를 그리고, 미학과 인문학에 관한 강의를 듣습니다. 가끔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하면, 직장인인 저보다 더 바쁜 생활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육아나 집 안에서 이뤄지는 노동에서 조금은 벗어나 문화생활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어머니도 이전보다 다채로워진 하루하루가 만족스러우신 것 같습니다. 특히 수업에서 만난 여성 선배들의 이야기가 많은 도전이 되나 봅니다. 대부분 어머니보다 위로 나이가 10~20살씩 많은데, 이 여성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흥미롭습니다. 80대의 나이에도 꾸준히 수업을 들으며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거나, 지금까지도 마라톤과 암벽 타기를 취미로 즐기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머니의 세계도 마구 확장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어머니에게 생긴 또 다른 변화는 '교회'입니다. 어머니는 제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저의 전도로!) 순복음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해 오랫동안 예장합동 교회에 몸담았는데요. 교회를 몇 번 옮기기는 했지만 교단을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한 교회에서 안정적으로 신앙생활 하며 공동체에 헌신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달까요. 그런데 어머니가 최근 다니던 교회를 떠나 '교회 탐방'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다른 교단의 새로운 예배 스타일을 경험해 보기도 하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에 나가 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명절 연휴에도 주일이 끼어 있으면 어떻게든 등록된 교회에 출석해 주일 성수를 하던 어머니로서는 대단한 변화입니다.

예전에는 어머니와 교회나 신앙 이야기를 하면 부딪히기 일쑤였는데, 이젠 한결 대화가 편안해졌습니다. 20여 년 만에 다양한 삶과 신앙의 모습을 수용해 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오래 걸리더라도 변화의 기회는 오는구나 싶습니다. 저도 당장의 변화를 바라며 조급해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국 수진

목사에게 양심을 기대하는 것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김의식 총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13일 성명을 발표해, 김의식 목사는 즉각 총회장직을 사퇴하고 예장통합은 징계 절차를 밟으라고 요구했습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도 15일 김 목사의 사퇴와 예장통합의 징계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예장통합 목회자 단체들도 19일 "김 총회장은 지금까지 나온 언론 보도의 추문 내용만으로도 더 이상 목사로서 총회와 교회를 대표할 수 없다. 상담을 이유로 무인텔에 갔다는 비상식적인 해명을 거두고 정확한 내용을 하나님과 한국교회 앞에서 자백하라"며 사퇴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예장통합 전 총회장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같은 날, 김의식 목사에게 사퇴가 아닌 '직무 정지'를 권고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것도 어떤 법적 강제성이 있는 게 아니고, 교단법상 현직 총회장을 탄핵할 수 있는 방법도 뾰족한 수가 없어서, 선택은 김의식 목사에게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에게 일말의 선한 양심이 있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기대일까요?

편집국 태빈

성의 없는 징계

서울신대에서 1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쳐 왔던 박영식 교수가 끝내 해임됐습니다.

그야말로 학교의 횡포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요. 징계 과정은 처음부터 많은 문제를 안은 채로 진행됐습니다. 우선 학교가 문제 삼은 책 <창조의 신학>이 2018년 발간돼 교원 징계 시효인 3년을 지났다는 문제가 있었죠.

또한 문제가 있다면 조사를 하고 바로 징계를 내리는 게 상식일 텐데요. 학교는 2022년 1월 신학검증위원회를 시작으로 3년째 박영식 교수에 대한 조사와 회유를 이어 왔습니다. 총장이 직접 쓴 자술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하는 등 말이죠.

서울신대 이사회는 올해 3월, 교원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의결해 달라는 요구서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징계위원회는 6월 4일 이사회의 요구대로 해임을 결정했죠.

징계 의결서에 나온 징계 사유를 보면, 이사회가 보낸 징계 의결 요구서와 내용이 거의 동일합니다. 박 교수가 학교 신앙 선언문을 위배하고, 소셜미디어에 비방 글을 써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했다는 겁니다. 두 차례나 모여서 심의했는데도 내용이 동일할 정도면 구체적인 사유를 찾지 못했거나, 성의가 없는 게 아닐까요.

박영식 교수는 <뉴스앤조이>에 "징계위 전날, 징계위원장이 징계를 무마해 주겠다며 <창조의 신학>을 교과서로 쓰지 않을 것, 유신진화론을 비판할 것, 과학과신학의대화를 탈퇴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무마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징계 사안이라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편집국 수진

동성애자를 만나 본 적도 없는 목사들

이동환 목사를 쫓아낸 기독교대한감리회에 이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도 퀴어 문화 축제에서 축복식에 참여한 목사를 징계하려 하고 있습니다.

예장통합 전남노회가 6월 11일, 광주 옥합교회를 담임하는 엄기봉 목사에게 경위서 제출 및 출두를 요구한 것입니다. 엄기봉 목사가 6월 1일 서울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한 것을 문제 삼았는데요.

전남노회 포괄적차별금지법동성애대책위원회(이름이 참 길기도 하네요…;) 서기 곽바울 목사와 통화해 보니, 엄 목사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면 징계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나는 동성애자를 만나 본 적도 없고…" 곽바울 목사는 이 조사가 어떤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 말을 한 것 같은데요.

저는 이 말이 한국교회에 몰아치는 반동성애 광풍의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집국 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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