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릉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서핑을 해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또 해 보고 싶었거든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여름을 조금 일찍 시작하고 싶었달까요.

작년에 몇 번 타 봤으니 몸이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보드 위에 서는 데만 해도 시간이 꽤 걸렸어요. 계속 넘어지고 빠지다, 처음 보드에 서서 파도를 탄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처음 바다에 들어갔을 땐 앞으로 나가는 것도 너무 어려웠어요. 파도가 치는 방향과 반대로 나아가는 데 힘이 많이 들거든요. 제가 계속 앞으로 못 오니까 선생님이 '파도가 칠 때는 몸에 힘을 빼고 위로만 높이 뛰라'고 하셨어요. 정면으로 이겨 낼 힘이 없으면 위로 뛰어넘어 가면 된다고요. 계속 앞으로 가려다 보니까 몸에 힘이 들어가서 더 안 되는 거였죠.

힘을 빼고 파도를 뛰어넘은 후에는, 이제 내가 탈 수 있는 파도가 오기를 기다려야 해요. 아직 초보인 저한테는 작은 파도가 좋죠. 파도를 기다리며 파도들이 부서지는 것을 보다 보면 그때만큼은 제 걱정들도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파도가 부서지고 바람이 나무에 스치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 들리는 바다에 누워 한참을 있다 왔습니다. 정신없고 시끄러운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깊이 맞닿는 시간을 보내고 오니 '정말 잘 쉬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월에는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 쉬는 날이 무려 2번이나 있네요. 곧 있을 쉬는 날에도 모두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편집국 태빈

 

여성들의 연대는 강하고 부드럽다

'함길'의 목적

'여성들의 연대는 강하고 부드럽다' 이 제목은 선배 기자가 몇 년 전 기사에서 썼던 제목이에요. 마음에 들어서 가져왔는데요. 어렵고 부조리한 상황을 서로 연대하면서 이겨 내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이 말처럼 정확한 표현이 없는 것 같아요.

<뉴스앤조이>는 지난달 여성 사역자들을 초대해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여성 사역자 네트워크 - 함께 걷는 길(함길)'인데요. 목사·전도사, 평신도 사역자 30여 명이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함길의 시작은 단순했어요. 단체를 조직하려는 거냐고 묻는 분도 있는데요(^^;;;). 원래는 '여성 안수 투쟁사' 기획 보도 이후, 인터뷰에 참가한 분들과 함께 여성 안수 이후의 과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취재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이 하나 있는데, 여성 사역자들은 마치 '섬'처럼 고립된 느낌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었어요. 함길이 그런 분들에게 해방구가 되길 바랐어요.

육아, 개척, 목회 회고

지난해에는 '여성 안수'를 다뤘다면, 올해는 '결혼·육아', '개척', '목회 회고'를 주제로 정했어요. 맞아요. 욕심이 과했죠? 세대별로 관심 있을 만한 주제를 모으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돌이켜 보면 너무 포괄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사회를 맡은 심에스더 님께서 탁월한 진행 능력을 선보이며, 오색 구슬 같은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한 흐름으로 잘 연결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

첫 번째 세션 '결혼, 육아 그리고 목회'에서는 김애진 목사님(성민교회)과 유한민 목사님(여명교회)이 패널로 나와 자신들의 경험을 들려줬어요. 저는 김 목사님의 출산기가 기억에 남는데요.

김 목사님은 전도사 시절 목사 진급을 위해 수련목회자를 거쳐야 했는데, 혹시나 사역에 영향을 줄까 봐 임신 사실을 숨겼대요. 사역지에서 청빙을 취소하거나 가족들이 말릴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출산 직후에는 한동안 단칸방에서 아이와 둘이 지냈대요. 남편도 사역 때문에 주말에만 집에 올 수 있었거든요. 저는 김 목사님이 갖고 있는 사역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저 놀라웠습니다.

두 번째 세션 '개척 목사의 꿈'에서는 김정원 목사님(여름교회)과 전수희 목사님(안녕교회)이 개척 목사들이 사는 삶을 솔직하게 보여 줬어요. 그중 전수희 목사님의 조언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개척을 앞두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 전 목사님은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하셨어요. 목회도 전도도 기도도 모두 체력이 뒷받침돼야 잘할 수 있다는 의미였어요. 고등학생 시절 수업에서 들은 유명한 미국 속담이 떠오르더라고요. 'A sound mind in a sound body.'

세 번째 세션에서는 구미정 목사님과 김신아 목사님이 나와서 자신들의 목회를 회상했습니다. 선배 목사님이 들려주는 말씀 하나하나가 깊이 있고, 그분들이 걸어온 삶을 생각하니 그 무게감이 작지 않더라고요.

조금 뻔한 질문을 준비했어요. 왜 목회를 그만두지 않았느냐고요. 과거는 지금보다 여성들에게 더 호의적이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때 김신아 목사님의 대답이 제 마음을 건드렸어요.

"교회가 좋았어요." 왜인지 모르겠는데 단순한 이 말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김 목사님은 3층에 있던 예배당에 오르는 계단 하나하나가 좋았다고 했는데요. 저는 여성도 아니고 목사도 아니라서 자세히 알기 어렵지만, 목사님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게 교회를 지켜 왔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의 반응

다행히 참석하신 사역자분들께서는 대체로 만족스러운 평을 주셨어요.

"재미, 진지, 위로, 고민이 다 있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여성 목회자가 편안하게 교류하는 자리가 거의 없는데, 이 모임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큰 이야기를 다루면서 자잘한 고민을 털어 낼 수 있었다" 등등.

몇 가지 요청도 있었어요.

다음에는 '여성에 관한 논의', '목회자의 시간 관리(육아, 집안일, 목회, 공부 등)', '남성 사역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주제' 등을 다뤄 달라고 하셨습니다.

후속 모임, 참석자들과 대화하는 시간, 남성 목회자들의 참여 등을 건의한 분들도 계셨고요.

내년에도 함길은 계속할 예정이에요. 벌써부터 시즌3에 관한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는데요. 부담도 되고 기대도 되고 그러네요. 시간과 날짜가 고민이에요. 일하는 분들을 고려해 평일 저녁에 하거나, 밀도 있는 대화와 교제를 위해 1박 2일로 진행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들어오고 있거든요.

혹시나 좋은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이 처치독을 통해서 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여성 사역자 네트워크 함께 걷는 길'에 많은 관심과 후원(중요!), 홍보 부탁드려요!

사역기획국 요셉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