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에서 주관하는 영적 여정 프로그램('내 인생의 잔')에 참여하고 있어요. <내 인생의 잔>(한국기독교연구소)이라는 책과 함께, 6주 동안 개인 묵상과 공동체 나눔을 병행하는 여정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매일 정해 놓은 시간과 장소에서, 기도와 호흡 기도, 묵상, 영성 일기 기록 등을 하고요. 화요일 저녁마다 함께 모여 한 주간의 영성 일기와 소감 등을 나누는 시간을 보내지요.

개인 묵상과 공동체 나눔을 할 때 꼭 챙겨야 할 필수품이 있는데요. 자기 자신을 상징하는 '컵'이랍니다. 이 영적 여정에서 '컵'은 나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상징물이 되기도 하고, 하나님과 나를 연결해 주는 매개물이 되기도 해요.

별생각 없이 늘 사용해 오던 컵이었는데요. 컵의 둥근 테두리와 작은 크기에서 피조물의 한계를 느껴 보기도 하고, 저마다 가져온 컵의 다른 모양과 색깔을 보며 각자가 지닌 고유함을 생각해 보기도 하였어요.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갈망이 있어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지만, 게으름과 나태함 등 저항도 만만치 않네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영적인 갈망의 빛이 꺼지지 않도록 더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모두 하나님과의 깊은 사귐이 있는 사순절 보내시길 바라요.

사역기획국 세향

친절한 브리핑

'성범죄 전담 법인'의 죄악

여러 재판을 취재해 봤지만 그때 그 공판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피해자들이 진짜 성폭력을 당했다면 가해자 성기의 특이한 점을 기억해야 한다'니…. 쓰면서도 괴로운 이러한 2차 가해성 주장을 변호사라는 인간들이 반복했습니다. 공판이 끝나자마자 가해자를 변호하는 법무법인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했던 기억이 납니다.

성폭력 가해자의 형량을 줄여 준다는 식으로 광고한다는 로펌이 있다는 사실은 소문으로 들었지만, 그 현황이 어떤지는 자세히 몰랐습니다. 그리고 대체 그런 말도 안 되는 곳이 왜 생겨났는지, 왜 잘되는지, 그 실체를 모르고 있었죠.

소셜미디어에서 <시장으로 간 성폭력>이라는 책을 보고 바로 구입 버튼을 눌렀습니다. 박사 학위논문을 기반으로 한 책이라 이론적인 내용은 약간 어려웠지만, 성폭력 가해자를 위한 시장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반성폭력 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려 주는 책이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편집국 권효


기독교 장례 문화가 나아갈 길 

얼마 전 고 임보라 목사님의 추모 문화제에 다녀왔습니다. 궁중족발, 강정개신교대책위원회, 기장내성희롱성폭력근절을위한대책위원회, 강동구 반려견순찰대 등 그와 추억을 나눈 수많은 이들이 추모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습니다. 각자의 기억 조각들이 한데 모이니 우리가 이어 나가야 할 임보라 목사님의 삶이 얼마나 풍성해지던지요. 그리움과 슬픔, 눈물과 웃음이 섞인 그 이야기들 속에서 함께 울고 웃으니 마냥 슬프지만은 않더군요. 온전하게 추모하고 애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경험한 것 같습니다.

<온전한 애도를 위한 성소수자 장례·추모 예식서>를 펴낸 큐앤에이 기획단도 이렇게 말합니다. 온전한 애도란 "'변화되지 않고 본 바탕대로 고스란하다'라는 '온전'이라는 단어의 뜻대로, 가부장적 전통과 규범에 매이지 않고 오롯이 내 마음이 그대로 슬퍼하는 것"이라고요. 이를 위해서는, 고인의 이야기를 알려 애쓰고, 고인이 원하는 장례 예식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장례 예식과 절차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교회만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남겨진 이들을 위로하고, 돌보고, 섬기는 공동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교회가 장례 문화에 있어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온전히 애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그 씨앗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국 수진


끝나지 않은 여성 안수

작년 여름 '비하인드 스토리 - 여성 안수 투쟁사'라는 기획을 내보냈습니다. 이 기획은 여러 면에서 <뉴스앤조이>의 첫 시도였는데요.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데도 고생했지만, 이후 특별 페이지를 만들고 출판도 하고 계속 관련 업무가 이어지더라고요. 편집국에서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니라 '네버 엔딩 스토리' 아니냐며 웃었죠.

이번에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 전국 157개 노회에 '여성 안수 헌의안'을 총회에 올려 달라고 우편을 발송했습니다. 아직도 여성 안수제를 요구해야 한다는 게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도 합니다.

네, 아직 여성 안수 운동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모든 교단이 여성 안수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끝나지도 않을 것입니다. 여성 안수 운동은 결국 '평등'을 위한 몸부림이니까요.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교회가 될 때까지 계속될 운동입니다. 그렇다고 또 '네버 엔딩 스토리'는 아니겠죠. 그럴 것이라 믿습니다.

편집국 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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