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여성 안수의 역사와 현재 의미를 짚는 기획 '비하인드 스토리 - 여성 안수 투쟁사' 특별 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특별 페이지에서는 1930년대 자료와 타임라인 등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지난해 9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최초로 여성 총회장이 선출됐다. 여성 총회장의 탄생은 기장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서 전례 없는 일이었다. 여성 목사제를 이미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교단에서도 중요한 직책은 여성에게 내주지 않는다. 그러나 김은경 목사(67)는 익산노회 최초 여성 노회장에 이어 교단 최초 부총회장·총회장에 당선되며 '유리 천장'을 깨뜨려 왔다.

김은경 목사는 목사 안수를 받기 전부터 사회적 약자, 특히 폭력 피해 여성과 아동에게 관심을 쏟았다. 전북성폭력예방치료센터 부설 성폭력상담소 소장을 비롯해, 전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전북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를 역임했다. 2000년 목사 안수를 받고 담임 목회를 하는 중에는 기장 양성평등위원회 위원, 전국여교역자회 회장 등으로도 활동하며 교단 내 성평등한 문화를 만드는 데 힘썼다.

교회 여성 리더십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작성한 김은경 목사는 이미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1년이라는 짧은 임기 내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마는, 그가 총회장일 때 기장은 목사·장로만 참여할 수 있었던 총회 현장에 청년·평신도가 정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고, 장애인 편견을 조장하는 '목사의 자격' 문구를 개정하는 등 인상적인 변화가 있었다. 여성으로서 교단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는 김은경 목사에게 여성 안수와 여성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김은경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은경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제는 때가 되지 않았나"

저는 한신대학교를 졸업하고 목사인 남편과 결혼해 오랜 시간 '사모'로 사역했어요. 준목 고시를 일찍 통과했지만 목사 안수는 2000년에야 받았죠. 목사 아내로 교회를 섬기는 동안에도 성폭력, 가정 폭력 상담소에서 기관 사역자로 활동했어요. 특별히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사회에서 성폭력특별법·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시기잖아요. 그때 법 제정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성폭력과 가정 폭력을 처벌하는 법이 제정되고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전북성폭력예방치료센터 부설 성폭력상담소 소장을 맡아 일했죠. 

2001년부터 담임 목회를 하게 됐고, 2018년 익산노회 노회장으로 당선됐어요. 당시 익산노회에서 여성 노회장은 제가 처음이었죠. 노회장으로 있는 동안 여성이라는 이유로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지만, 여성들의 역할이나 역량이 보편화하지는 않았다고 느꼈어요. 그동안 노회든 총회든 정치 구조 안에서 여성들이 해 온 일들이 있었는데도요. 당시에도 '여성 노회장'은 특별한 경우처럼 여겨졌죠. 

돌아보면 처음부터 총회장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노회에서 부노회장을 하고 다음으로 노회장을 하면서 총회장까지 도전하게 된 거죠. '여성은 임원이 될 수 없다'와 같은 제약이 우리 교단 안에는 비교적 없었던 것 같아요. 과거에는 일부 남성 장로님 사이에서 "여성이 장로가 되는 건 시기상조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고는 합니다만, 제가 총회장이 될 즈음에는 "이제는 때가 되지 않았나", "기장이 먼저 해야지"라며 응원하고 격려해 주시는 분이 많았어요. 

물론 우리 교단이 이렇게 되기까지 여성들의 노력이 컸어요. 기장 내 여성 조직으로는 여신도회·여장로회·여교역자회가 있는데요. 우리 교단 여성들의 의식이 굉장히 높아요. '성평등'이라는 가치를 교단의 정책과 법에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계속 실천해 왔어요. 저는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으로, 여교역자회 회장으로 그 일을 더불어 해 왔는데요. 양성평등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만들어 내고, 교회 성폭력을 해소하기 위해 '성 윤리 강령'을 만들었어요. 또 성폭력대책위원회와 가이드라인·안내 책자를 만들고, 각 노회가 1년에 한 번씩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기도 했죠. 총대 여성 할당제를 만든 것도 여성들의 성과였어요.

그래서인지 여성 총회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어요. 원래는 총회에서 투표로 총회장을 정해야 하는데 저는 만장일치로 추대됐어요. 총대분들이 "우리 교단에 처음으로 여성 총회장이 탄생하는 건데 (투표 말고) 추대로 하자"고 하셨죠. 작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극심했잖아요. 저는 사람들 마음속에 있던 변혁과 변화에 대한 기대가 '여성 총회장 당선'으로 모아졌다고도 생각했어요. 제가 특출하고 특별해서라기보다는, 사회적 욕구였달까요.

총회장에 당선됐을 때 굉장히 기뻐하고 즐거워하던 여성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여신도회·여장로회·여교역자회에서는 전적인 응원과 격려, 지지를 보내 주셨죠. 사실 저는 총회장이 되면서 큰 변화를 꿈꾸지는 않았거든요. 이미 조직화되고 체계화된 구조를 한 사람이 변화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우리 모두 너무 잘 알고 있잖아요. 특히 종교 계통에서요. 그래서 저의 역할을 고민하면서도 큰일을 해내기는 어려울 거라고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사람들은 일단 여성이 총회장이 됐다는 것, 더군다나 주요 교단 최초 여성 총회장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저를 격려했어요.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 "잘할 것이다"라는 응원을 많이 해 주셨죠. 

김은경 목사는 2021년 9월 한국기독교장로회 106회 총회장으로 취임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법적인 차별은 사라졌지만

기장에서는 이제 여성 안수 자체는 수월해졌어요. 중요한 건 안수받은 목회자들이 현장에서 사역하는 거잖아요. 사역을 전제하고 목사 안수를 받는 거니까요. 그런데 여성 목회자들은 전임 사역지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아르바이트처럼 시간제로 사역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요. 특히 팬데믹을 지나면서 이런 상황이 심해졌죠. 우리 교단뿐만 아니라 여성 안수제를 도입한 교단들이 다 비슷한 상황일 거라고 생각해요. 인구가 줄면서 교회의 힘이 약해지고 숫자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사람들이 교회에 모이지 못하면서 교회들이 더 힘들어졌고, 인력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여성 목회자들이 배제되는 거예요. 

교회가 여성 목회자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도 있어요. 복음 전파보다는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능력을 더 많이 갖추고 있는 남성 목회자를 선호하는 거죠. 운전을 할 수 있다든가, 임신·출산에 구애받지 않는다든가 등의 이유로요. 특히 여성 목회자들이 맡은 교회 현장은 대개 교인이 많지 않은 지방 농어촌 교회이거나 개척 교회, 어려운 도시 교회예요. 여성 목회자들이 교인 수를 늘려 놓고, 교회를 좀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어 놓으면 남성 목회자들이 그 교회로 들어온다고 해요. 교인들이 "여성 목회자가 있었으니, 이번에는 남성 목회자도 겪어 봐야지”라고 하면서 남성 목회자를 청빙하는 거죠. 

목사 안수를 받는 데 있어 법적인 차별은 없어졌지만, 현장에서 사역자로 청빙되는 과정은 여전히 불안정해요. 지금 여성 사역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건 목회 현장의 안정성이죠. 결혼한 여성 사역자들의 경우는 임신·출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역에 뛰어들지 못하기도 하잖아요.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총회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갈 계획이에요. 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건 인식의 문제라고 봐요. 우리는 그동안 남성 중심적인 지도력에 길들여졌고, 여전히 그 리더십에 대한 잔상이 남아 있는 거죠. 

총회도 아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에요. 우리 교단에는 ‘여성 총대 할당제’가 있지만, 노회마다 법에 대한 해석이 달라요. 총대가 10명 이상인 노회는 목사·장로 각 1인 이상의 여성 총대를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하는데요. 노회가 총대를 선출하다 보니, 이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2명 넘게 파송하는 노회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노회가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노회장이 여성이면 다른 여성 총대를 뽑지 않고 그냥 노회장을 여성 총대 몫으로 계산해서 한 명만 선출하는 곳도 있어요. 노회를 2~3개로 쪼개서 총대를 10명 미만으로 만든 다음, 여성 총대를 아예 안 보내는 경우도 있고요. 일종의 꼼수라고 봐야겠죠.

여성 총대 수가 적은 건 노회 구성원들이 여성 리더십에 대해 공유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자리를 독점해 온 남성 총대들은 여성 목회자들 때문에 자기 몫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여성 목회자를 정말 자신과 똑같은 목회자로 생각한다면 총회에도 같은 숫자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한편에는 할당제가 별로 의미 없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기보다는 이미 있는 법에 대한 해석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현실에서는 법에서 정해 놓은 숫자조차 잘 지켜지지 않으니까요.

주요 교단 최초로 여성 총회장을 배출한 기장이지만, 여성 총대 비율은 여전히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사진은 2019년 104회 총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주요 교단 최초로 여성 총회장을 배출한 기장이지만, 여성 총대 비율은 여전히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사진은 2019년 104회 총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여성 안수는 성경의 '본질'

아직도 여성 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교단들이 있어요. 하나님께서 여성을 통해 일하신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거죠. 저는 그들이 복음을 왜곡하고 있다고 봐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은 어머니 마리아와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을 통한 약속과 구원의 역사거든요. 초대 교회를 이뤄 가기 위해 헌신한 사람 중에도 여성이 얼마나 많나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역사가 왜곡됐을 거라고 봐요. 

저는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사람과 얘기를 좀 나눠 보고 싶어요. 왜 여성 안수를 인정하지 않는지. 기독교인들은 성경을 삶의 규범으로 삼고 살아가잖아요. 여성 안수는 성경이 말하는 본질이거든요. 인구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여성인데, 이들의 눈으로 성경을 해석하면 대단히 다른 세계가 펼쳐져요. 하나님의 시각은 결코 남성의 시각이 아니에요. 굳이 이야기하자면,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어요.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심장으로'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요. 우리가 정말 하나님의 심장으로 본다면, 남성 목사와 여성 목사의 구분이 있을까요?

서울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도 오래전 헌장을 개정하면서, 회원 자격을 '남자'에서' '사람'으로 바꿨어요. 예전에는 여성들을 '회우'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헌장을 개정하고 나서 남자·여자 모두 다 회원이 됐어요. 오늘날 사회 속에서 한 조직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남녀를 구별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 거고요.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교단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목사의 자격을 남성으로만 제한하고 있는 교단들은 법에 남성·여성이라는 말을 넣을 게 아니라 그냥 '사람'이라고 개정해야 해요. 그 교단 구성원들의 성비를 보면 여성이 훨씬 많거든요. 여성 전도사도 적지 않은 숫자고요. 근데 그 전도사들이 심방을 가고 할 때 제약된 신분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안수나 성만찬은 못 하고 그냥 말씀만 전할 수 있는 권위라면, 그 권위란 도대체 뭘까요?

저는 전환기나 위기일수록 여성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 가장 긴급하다고 말하는 기후 위기 대처도 그렇잖아요. 기장이 106회 총회에서 탄소 중립 선언을 했는데, 기후 위기에 대해 공감하고 일상에서 가장 열심히 실천하는 집단을 보면 대개 여신도회 분들이에요. 이건 수년 전 이야기인데요. 총회를 하면서 한번은 '텀블러 가져오기' 캠페인을 한 적이 있어요. 텀블러를 준비해 오지 않은 남자분들께 컵을 하나씩 다 나눠 드리고, 회의장에 있는 종이컵을 모두 없애 봤죠. 그랬더니 컵을 어디다 갖다 뒀는지 자꾸 와서 또 달라고 하고… 이게 안 되더라고요.(웃음) 일례지만, 사람들을 일깨우고 '함께 가자'고 하는 실천력은 여성들이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어요. 

1974년 초동교회에서 열린 기장 여신도회 총회. 김은경 목사는 여성 리더십이 상투성을 뛰어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기장 여교역자회
1974년 초동교회에서 열린 기장 여신도회 총회. 김은경 목사는 여성 리더십이 상투성을 뛰어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기장 여교역자회

역사를 돌아봐도 위기의 순간에 공동체를 살리는 건 여성들이었어요. 구약 시대에서 신약 시대를 지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상황마다 여성들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고 기존의 법과 관습을 바꿔 냈죠. 구약성경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 각 지파에 땅을 분배해 주는 장면이 있는데요. 당시 법에 의하면 아들이 없는 가문은 땅을 분배받을 수 없었어요. 그러자 므낫세 지파 중에서 슬로브핫의 딸들 다섯 명이 항의해요. 결국 그 여성들은 법이 아닌 하나님의 약속에 따라 유산을 상속받는 전례를 만들어 낸 것이죠. 

예수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서 마지막까지 죽음을 지켜보며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여성이었고요. 부활을 첫 번째로 증거한 사람도 여성이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메시아 탄생 과정에서 연대를 이룬 사람들은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과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라는 거예요. 저는 그런 걸 보면서, 강고한 상투성을 뛰어넘고 새로운 역사를 열어 가는 역할은 여성들이 해 왔다고 생각해요.

역사성 가진 리더 되기를 

제가 총회장이 됐을 때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일관성 있게 해 왔다고 이야기해 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저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우리 사회 약자들, 특히 폭력 피해 여성들과 아동들, 그리고 결혼 이주민들이 당하는 인권 문제에 20년 넘게 천착하다 보니 그런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저도 그 과정에서 어떻게 사고하고, 무엇을 지향하고,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나름대로 훈련받은 것 같고요. 

총회장을 어떤 '자리'라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들 수 있어요. 우리 안에 이미 선입견이 전제돼 있는 거예요. 물론 이전 리더들이 보여 줬던 훌륭한 모습도 있죠. 역대 총회장님들을 보면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굉장한 분들이시잖아요. 하지만 오늘날은 더 이상 남성적 카리스마를 요구하는 시대가 아니에요. 전체를 보면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거들어 주는 리더십이 필요해요. 자기 검열의 목소리에 굴하지 않고 목회 현장에서 한 가지라도 성실하게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전체가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그랬고요. 

지금은 과거보다 더 다양한 시대가 됐잖아요. 계층이 다양해지고 있어요. 다양한 계층이 있는 곳에는 다양한 욕구가 있고 다양한 문제점도 있거든요. 저보다 더 실력 있고 풍성한 경험을 가진 후배가 많이 있어요. 저 같은 사람도 총회장을 했으니, 더 훌륭한 후배들이 분명 준비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교회는 여전히 남성적인 구조이지만, 그 속에서도 충분히 역량을 만들고, 자기 자리를 확보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가지 염려하는 점은요. 우리가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사회와 더불어 뒷걸음질 치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노동 현장에서도 구조 조정이 있을 때 여성 노동자들이 먼저 희생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요. 지금 교회도 마찬가지잖아요. 역사가 다시 후퇴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마지막으로 후배 여성 목회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여성 안수가 이뤄지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축적돼 왔어요. 노력이 아니라 그야말로 싸움이었죠. 제가 늘 생각하는 건, 비단 목사 안수뿐만 아니라 우리 여성들의 역사는 굉장한 진보의 역사라는 거예요. 비록 찰나의 순간에는 좌절하고 꺾이고 몇 발짝 뒤로 물러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전체를 돌아보면 우리는 여전히 진보를 향해 가고 있어요. 우리는 바로 그 희생과 헌신의 역사 위에 서 있는 거죠.

그동안 여성의 의지와 리더십은 수많은 공격을 받아 왔어요. 저도 알게 모르게 그런 도전과 공격을 받았을 거고요. 제가 여전히 큰 산을 넘고 있기 때문에, 그 산이 높은지 낮은지도 모르고 여기까지 온 건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저 또한 하나의 역사적 산물이라는 거예요. 히브리서 말씀처럼, '허다한 증인' 중 한 사람인 거죠. 저는 여성들이 그러한 역사성을 가진 리더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만 우리가 앞으로의 비전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계속)

※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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