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 여성 안수 투쟁사⑦] 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 총무 김미희 목사

<뉴스앤조이>가 여성 안수의 역사와 현재 의미를 짚는 기획 '비하인드 스토리 - 여성 안수 투쟁사' 특별 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특별 페이지에서는 1930년대 자료와 타임라인 등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여성 목사제를 시행한 지 48년이 지났다. 여성 안수는 교단 구성원 모두가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채워야 할 첫 번째 단추였다. 그로부터 50년 가까이 지난 현재, 기장 내 여성들의 처지는 어떨까. 첫 단추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단추도 잘 채워지고 있을까.

1960~1970년대 여성 목사제를 위해 투쟁했던 이들은 은퇴한 지 오래다. 오늘날 기장 내 여성들의 현실을 듣기 위해서는 좀 더 젊은 인물을 찾아야 했다. 이 주제에 전국여교역자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김미희 목사(51)만큼 적임자도 없다. 김 목사는 여교역자회와 여신도회, 여장로회가 연대한 '기장여성연대'에서 실무를 맡고 있기도 하다. 교단 내 여성 관련 문제들에 연대를 요청하고 의견을 모아 함께 대응하는 일을 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다.

50대 초반 여성 목회자로서, 혹독한 현실을 버티며 목회자로 자리 잡은 선배들의 말 못 할 어려움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성 담론 가운데서 목회 길을 택한 후배들의 요구도 알고 있다. "강산이 변해도 몇 번이나 변할"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김미희 목사가 진단한 기장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김미희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미희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여전히 존재하는 성차별과 성폭력

기장 전국여교역자회 총무로 사역한 지 2년째인데요. 여교역자회 50년 역사로 보면 정말 하나의 점 같은 짧은 기간이지만, 그간 제가 경험했던 일들이 현재 교단 여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첫 번째로 제가 총무가 되자마자 마주하게 된 일이, 목사 고시 면접 과정에서 있었던 성차별 발언이었어요. 남성 목사님들이 목사 수련생인 여성 사역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 거죠. "남편이 목사인데 왜 당신도 목사가 되려고 하느냐", "남편이 담임목사로 청빙받아서 교회에 가게 되면, 교회는 사모를 원할 텐데 왜 꼭 남편 앞길 가로막으면서까지 목사가 되려고 하느냐".

성차별적인 질문이었고 이것이 공론화가 됐는데, 사실 이런 일은 늘 있었어요. 남자들은 경험하지 않지만 여성들은 빈번하게 겪는 일이죠. "왜 여자가 목사가 되려고 하느냐", "왜 남편 앞길 가로막으면서까지 목사가 되려고 하느냐", "왜 사모로서의 자리를 지키지 않느냐"는 질문들을 듣게 되죠. 이게 우리 여성 사역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두 번째는 작년부터 현재 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인데, 한신대학교 전·현직 교수들의 성희롱·성추행 사건이에요. 이걸 해결하는 과정 중에 있는데요. 제가 총회 성폭력대책위원과 양성평등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또 가해 교수가 저희 노회 소속이어서 처음으로 노회 재판국원으로 활동해 봤어요.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나고 재판 과정을 경험하게 되면서, 지금 우리 교단 헌법이 갖고 있는 취약점이 보이더라고요.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돼 있지 않다 보니까,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너무나도 미약한 거예요.

정말 너무 답답하고 분노가 일어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죠. 이번 총회에 여교역자회가 특별법 제정은 안 되더라도 문제 되는 법 조항들을 개정하는 헌의안에 마음을 모으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노회에서도 낼 거고 양성평등위원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려고 해요. 교단에서 성폭력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피해자를 돕기에는 교단법이 너무 허술한 거죠. 지금 제가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닿게 경험하는 어려움들은 이런 일들이에요.

한신대 전·현직 교수들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규탄하는 기장 목회자·교인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신대 전·현직 교수들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규탄하는 기장 목회자·교인들. 뉴스앤조이 이은혜

여성 목회자들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면, 저는 비교적 차별의 경험이 덜하구나 싶어요. 제가 의식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 어떤 고정된 성 역할을 요구했다거나 여성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던 경험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까 목사 고시 건을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도 준목 고시 면접을 볼 때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그때가 1996년이었는데, 당시 장면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저에게 꽤나 충격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성 목사님 두 분이 면접관으로 앉아 계셨는데 "왜 목사가 되려고 하느냐"는 게 첫 질문이었고, 두 번째 질문은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예를 들면 교사랄지 간호사랄지, 그런데 왜 여성으로서 어려운 목사를 하려고 하느냐"는 거였어요. "나중에 교회가 당신을 목사로 청빙하지 않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하겠느냐, 개척할 마음이 있느냐"고도 물어보셨어요. 제가 좀 고지식한 편이거든요. 어떤 대답을 하면 꼭 그렇게 해야 하는 성격인지라, "네 개척하겠습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지는 못하고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해야겠지요"라고 대답했어요.

그러고 나서 시험 결과 통지서를 딱 받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던 게, 다른 시험들은 다 합격이었는데 면접에서만 불합격된 거예요. 그때 저희 담임목사님이 총회에 알아보셨어요. 다 합격인데 면접에서만 떨어진 게 말이 안 된다고 보신 거죠. 담임목사님이 알아보시고 저한테 전해 준 이야기는 "소명감이 부족했다"는 거였어요. 소명감… 근데 제가 지금까지 20년 이상 목사를 하고 있잖아요?

당시를 회상해 보면 남성과 여성이 너무 달랐던 게, 면접관을 만나고 나올 때 남성들은 평범하게 혹은 웃으면서 나오는데 여성들은 대부분 울면서 나왔어요. 다 그런 식의 질문을 받은 거죠. 제 친구도 펑펑 울면서 나왔어요. 저는 울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이런 질문들을 우리한테 하지?' 하면서 분노했던 기억이 나요. 저는 목사로서 하나님 앞에 선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알면서도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들이 면접관으로서 어떤 질문을 할까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거든요. 근데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속상했죠. '진짜 말이 되지 않는구나….'

제가 지금은 덩치가 좀 있지만 젊었을 때는 키도 작고 왜소하고 동안이다 보니까,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힘들다고 느낀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나이 들어 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고, 일부러 좀 나이 들어 보이는 옷을 입거나 헤어스타일을 하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여성 목사로서 자리를 지켜 내는 일

저희 교단에 여목사제가 도입된 지 50년이 돼 가는데, 그에 비해 여성 목사가 아주 많지는 않아요. 목사 안수를 받는다고 끝이 아니라, 사역 현장과 계속 이어져야 남아 있게 되는 거잖아요. 일단 사역 현장과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사역 현장에서도 남성 중심적인 문화 속에서 그 차별을 견뎌 내고 이겨 내고 버텨 낸 사람들만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거예요.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 여성 목사가 스스로 자리매김하는 것 자체가 되게 어려운 일이에요.

여성 사역자들이 완벽주의적인 혹은 강박적인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사역 현장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 척박한 현장 속에서 여성의 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더 완벽해야 하고 더 잘해 내야 한다는 감각들이 우리 안에 있다고 봐요. 저도 안수받은 후 사역 현장에서 잘 자리 잡는 것이 후배들을 위해 길을 열어 주는 거라 생각하고, 다른 남성들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버텨 낸 사람들은 남아 있지만, 버텨 내지 못한 사람들은 결혼이라든지 출산이라든지 여러 이유로 떠나는 거죠. 이 상태로는 더 이상 여기 있을 수 없겠구나, 이런 현장 속에서 버텨 내려면 내 영혼이 죽겠구나, 하면서.

부부 목회자가 생겨나기도 하잖아요. 부부 목회자를 교회나 교단에서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되고, 부부 공동 목회를 할 수 있는 현장이 있다면 더 많은 여성 목사가 남아 있었겠지만, 대부분 부부 목회자의 경우 남성 목회자만 교회 사역을 해요. 사모이면서 목회자인 경우는 주로 기관 사역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교단에서 정식으로 인정해 주는 기관이 손에 꼽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 목사로서 자리를 지켜 내는 일이 더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김미희 목사(오른쪽 첫 줄 세 번째)는 준목 고시에서 한 번 낙방한 후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었다. 사진 제공 김미희
김미희 목사(오른쪽 첫 줄 세 번째)는 준목 고시에서 한 번 낙방한 후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었다. 사진 제공 김미희

저는 독신인데요. 제 선배 여성 목사님들을 보면 대부분 독신이었어요. 선배들을 보면서 여성이 목회를 지속하려면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구나, 결혼과 목회는 병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해야 하는 거구나, 그렇게 이해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선배로서 롤 모델이 되는 분들은 다 독신이었거든요. 제 눈에는 그런 분들만 남아 있는 것처럼 비쳤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어찌어찌하다가 독신이 된 거죠.

이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잖아요. 후배들은 결혼을 하면서도 목회를 계속하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한데, 현장에서는 당장 여성 사역자가 출산했을 때 공백을 누군가 채워야 하고, 다른 부교역자들이 더 헌신해야 하고, 그걸 당회가 받아들여야 하고, 담임목사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죠. 이런 게 용인되는 교회에서는 여성 목회자가 출산해도 남아서 사역할 수 있을 텐데, 그 또한 여성 목회자가 요구해야 하는 형편이니, 그 상황에서 당당하게 목소리 내고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게 참 쉽지 않겠구나 싶어요.

그러다 보니까 사역을 계속하고 싶은데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요. 다른 방법을 찾아서, 전임 사역자보다는 파트 사역자라도 좀 더 교회 현장에 머무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고 하지만, 현장에서 여성 목회자로 오래 남아 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여성 목회자'라는 틀을 벗어나

여성 담임목사가 더 많이 나와야 해요. 여성 안수 제도가 통과된 지 5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여성이 담임목사가 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같더라고요. 남성들은 어느 정도 부교역자를 한 후 담임목사로 간다고 스스럼없이 생각하고 준비를 하잖아요. 근데 여성 목회자들은,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 목사에게는 담임목사 자리가 더더욱 주어지지 않아요.

제가 지금 여교역자회 총무로 사역하고 있지만, 전에는 교회에서 오랫동안 사역했고 교회 사역에 대한 애정이 많거든요. 여기 오기 전 한 교회에서 담임목사 청빙 공고가 났을 때 이력서를 내 보라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이력서를 냈죠. 첫 번째 절차는 통과했는데 두 번째에서 떨어졌어요. 그때 제가 그 교회 임시당회장 목사님께 여쭤봤어요. 이력서를 낸 사람 20명 중 여성은 저 혼자밖에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총회 게시판에 담임목사 청빙 공고가 늘 올라와요. 늘 올라오지만 여성들에게는 딴 나라 얘기예요. 이력서를 내려고조차 하지 않아요. 자신들은 이력서를 내도 어차피 서류 절차에서 그냥 비껴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거예요. 특히 담임목사 청빙 공고는 늘 결혼을 당연시해서 가족과 관련한 내용을 제출하게 하거든요.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여기에 끼지도 못하는구나 싶죠. 담임목사 자리까지 갈 수 있게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해요.

한편으로는 지금 여성 담임목사님들 현실도 너무 어려워요. 지역적으로도 남성들이 잘 가지 않으려고 하는 외진 곳에서 사역하시고,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사택에 살면서 사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생활을 하세요. 남성 목사들은 어려운 지역에 가도 인맥이 있어서 후원을 요청할 수 있는 교회가 많은데, 여성 목사들은 그럴 수 있는 교회도 너무 적은 거예요. 그러니까 그 가난을 그냥 자기 몫으로 감당하면서 사는 거죠. 제가 입버릇처럼 "우리 여성 목사님들은 100만 원 이상 받는 분이 없어요"라고 말해요. 실제로 이렇게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어요.

여교역자회 총무로서 여성 목사님들 은퇴식에도 참석하는데요. 목회자가 되면 총회 연금을 부어서 노후를 대비하잖아요. 근데 여성 선배 목사님들은 연금을 내신 분이 많지 않아요. 최근 은퇴하신 한 목사님도 "저는 연금을 붓지 못했습니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은퇴하고 나면 공공 근로를 해야 할까' 이런 고민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은퇴하시는 선배 목사님들이 노후를 조금이라도 준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한 가지는, 저희 때와 다르게 결혼하는 여성 목회자가 늘어 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목회할 수 있는 현장과 제도를 만들어 내는 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저희 교단에서는 여성 목사가 늘어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부부 목회자 수도 증가하고 있어요. 그런데 특히 지방으로 가게 되면, 여성 목사를 독립적으로 인정해 주기보다 무슨 1+1 상품처럼 취급해요. 사례는 적게 주면서 일은 똑같이 시키는 거죠.

여전히 교회들이 남성 목회자와 결혼한 여성 목회자가 사모 역할을 하기 원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게 여성 목회자에게 얼마나 불행한 일이에요. 자신도 목사가 되기 위해 남성과 똑같이 긴 기간 공부했는데…. 이런 여성들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델을 많이 만들어 내는 일이 필요하겠다 싶어요. 그래도 요새는 긍정적인 모델이 좀 있어요. 부부 중 남성이 담임목사인 경우 여성이 부목사로 사역하는 사례도 있고요. 부부 목회자를 동등하게 전임 부목사로 청빙한 교회도 있어요. 이런 모델들을 함께 공유하면서 자리를 넓혀 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장여성연대는 정기 모임을 하며 주기적으로 여성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김미희 목사(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기장여성연대에서도 실무를 감당하고 있다. 사진 제공 기장여성연대
기장여성연대는 정기 모임을 하며 주기적으로 여성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김미희 목사(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기장여성연대에서도 실무를 감당하고 있다. 사진 제공 기장여성연대

마지막으로는 이제 제일 중요하면서도 길게 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50년이 지났는데, 진짜 강산이 변해도 몇 번은 변할 세월인데도, 여전히 교회는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제도·법의 테두리 안에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들어가서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든 거예요. 남성적인 구조에 여성이 맞추려고 하는 거니까요. 여성 목회자로서 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고 또 필요하기 때문에, 가부장적인 교회 문화와 인식을 바꿔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여성 선배 목사들이 남성 목사들과 똑같이 사역하려 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왜냐면 당시에는 모델이 남성 목사밖에 없었고, 또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저도 목회하면서 어느 순간 남성들과 똑같이 하는 선배들 모습을 보고 따라 했던 적이 있어요. 스타렉스 잘 몰아야 하고, 짐 옮길 때도 '여자라서 뺀다'는 소리 안 들으려고 열심히 했죠. 하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꼈고, '목사로서 이런 걸로 인정받는 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성들이 잘하는 기능을 잘해야만 인정받는 이런 건 아니라고요.

선배들이 여성 목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여성 안수 제도를 이뤄 놓았다면, 후배들은 자기 색깔대로 목회하면서 자리매김해 나가는 것이 과제가 아닐까 싶어요. 저희가 1년 전부터 20~30대 그룹 모임을 시작했는데요. 그때 후배들에게 물어봤어요. "어떤 목사가 되기를 원하느냐"고. 이런 대답을 하더라고요. 여성 목사이기 때문에 이래야 한다고 하는 어떤 틀·그림·당위성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저마다 가지고 있는 모습 그대로 목회하고 싶다고요. 그 답변을 듣고 '이제 정말 시대가 달라졌구나' 싶었어요. 그게 건강한 거죠. 후배들이 자기 색깔대로 목회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더 키워 낼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해 나가는 것이 여성 안수 이후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장은 여성들의 연대가 있어요. 여교역자회·여신도회·여장로회가 '기장여성연대'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죠. 처음 언급했던 목사 고시 성차별 발언이나 성폭력 같은 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총회 때 성평등적이고 여성주의적인 안건이 통과될 수 있도록 모임도 해요. 현실은 여전히 힘들지만, 연대하면서 느끼는 '자매애' 때문에 다시 힘을 내고는 하죠. 여성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이런 모임들을 자꾸 만들어 내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아요.(계속)

※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