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의원, 상임회장단 독주에 '불만'…소강석 공동대표회장 "정치력 발휘해 다시 총회 개최할 것"

한교총 제5회 정기총회가 정회됐다. 일부 대의원은 상임회장단이 추진한 정관 개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회 후 대의원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교총 제5회 정기총회가 정회됐다. 일부 대의원은 상임회장단이 추진한 정관 개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회 후 대의원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서는 스스로를 낮춰야 하고 가진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노회장과 총회장으로 교단을 섬겼는데 분쟁 있는 교회와 노회의 특징이 있었다. 어리석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었다. 모두 똑똑하고 잘나고 개성 있었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미안하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전 총회장 김태영 목사 설교 중

"한교총은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 출범했다. 대사회를 향한 선지자적 사명을 가지고 앞장서야 한다. 교권주의·물량주의 등 인간의 자랑을 다 내려놓고 이제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그 모습 그대로 낮아져야 한다. 섬김과 희생으로 헌신하는 우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이영훈 대표총회장 격려사 중

[뉴스앤조이-이용필 편집국장] 한국교회 연합을 강조하던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공동대표회장 소강석·이철·장종현)이 자중지란을 일으키며 정기총회를 정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교총은 12월 2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총회를 열고, 정관 개정과 임원 이·취임식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본회의 전 열린 예배와 내·외빈 격려사까지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회무 시작과 함께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상임회장단(배광식·장종현·이철·이영훈·지형은·김원광·이정현·박영길 목사)이 내놓은 정관 개정안이 논란이 됐다. 상임회장단은 '리더십 강화'를 위해 기존 3인 공동대표회장 체제에서 1인 대표회장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한교총 일각에서는 1인 체제로 전환할 경우 과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처럼 교권주의가 팽배해질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정기총회에서도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다. 앞서 격려사를 맡았던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정관은 한교총을 이끌어 나가는 가장 중요한 규정이다.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 (심지어) 오늘이 총회인데 어제 발표된 사안도 있다. 초등학교에서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 정관 개정 안건은 보류하고 총회를 진행하자"고 말했다. 이 목사가 언급한 '어제 발표'는, 한교총 사무총장 신평식 목사의 연임을 말한다. 상임회장단은 1일 회의를 열고, 사무총장 임기를 4년 단임에서 '4년 연임'으로 바꾸고 예장합동 소속인 신 목사를 재선임했다.

기하성 총무 엄진용 목사도 상임회장단이 사실상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엄 목사는 "사무총장 임기는 4년 단임인데, 어제 상임회장단이 (신평식 목사를) 박수로 추대했다. 또 그동안 정관 작업도 정관개정위원회가 해 왔는데 상임회장단이 만든 안을 총회에 올려놨다. 이런 식으로 끌고 나갈 거면 (다른 위원회에서) 회의할 필요가 있느냐"고 소리쳤다.

정관을 개정하겠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대한 안내가 없다며 불만을 제기한 이도 있었다. 예장합동 총무 고영기 목사는 "정관을 고칠 거면 보고서에 전후 문구를 넣고, 해당 문구에 빨간 줄도 그어 놓아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서를 다시 만들어 배포해 달라"고 했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제기되자 회의를 주재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20분가량 정회를 선포했다. 재개된 회의에서 예장통합 소속 한 대의원은 "교회의 아킬레스건은 분열이다. 한기총은 1인 대표자의 전횡 내지 독단적인 문제로 분열했다. 그래서 한교총은 3인 공동 체제를 유지해 왔고 잘 운영됐다. 그런데 정관 개정 문제로 사분오열하고 있다. 정관 개정은 내년 총회에서 다루자"고 제안했다.

소강석 목사는 그동안 한교총의 마음이 하나 되고 추대로 일을 진행해 왔는데, 이번에는 그게 잘 안 됐다면서 또다시 정회를 선포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빠른 시일 안에 총회를 다시 열겠다고 했다. 자신은 이런 일로 장난하는 사람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러자 몇몇 대의원은 "왜 독단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느냐"고 항의했다. 소 목사는 "욕하고 비방해도 좋다. 총회에 나가 본 적은 있는가. 내가 얼마나 (회의를) 잘하려고 했나. 말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한 뒤,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한 대의원은 "정관 개정 빼고 진행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교회가 깨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회 선포와 함께 참석자 200여 명은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소강석 목사는 회의장을 반 바퀴 걸은 다음 교계 취재진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소 목사는 "나의 정치력을 발휘해 최대한 빨리 총회를 다시 열겠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정회를 선포한 소강석 목사는 빠른 기간 안에 총회를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정회를 선포한 소강석 목사는 빠른 기간 안에 총회를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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